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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Headshot

자유경제원은 '자유'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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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유경제원이 지난달 자신이 주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시로 입선작에 당선된 저자에 대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한다. 세상이 하 수상하다보니 이젠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는데도 민·형사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지경이다.

나는 자유경제원이 기분이 언짢다는 건 알겠다. 이승만을 기리는 시 공모전에서 기껏 뽑은 작품(아래 참고)이 실은 이승만을 비판하는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느낀 낭패감이 얼마나 컸을 것인가? 게다가 시 공모전 심사위원장이 무려 복거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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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 최우수상 'To the Promised Land'의 각 행 첫 문장 첫 글자를 세로로 읽으면 'NIGAGARA HAWAII'(니가 가라 하와이)다. 입선작 '우남찬가'도 '한반도 분열/ 친일인사 고용 민족반역자'로 이어진다.

하지만 자유경제원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입선작 '우남찬가'의 저자를 사법적으로 단죄하겠다고 나선 행동은 어떤 기준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우남찬가'의 저자가 받고 있는 혐의는 무시무시하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및 사기 등. 자유경제원은 형사고소에 머물지 않고 '우남찬가'의 저자를 상대로 5000만원의 위자료와 업무지출금 699만6000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우남찬가'의 저자가 23일 공개한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보면, 자유경제원은 "해당 시의 내용은 역사적 사실과 다른 사실에 기초하거나 자신만이 해석한 주관적인 의견에 기반하여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자유경제원의 공모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자유경제원은 '우남찬가'의 저자가 본명이 아닌 '이정환'이라는 필명을 쓴 것도 위계의 근거로 삼았다 한다.(자유경제원, 이승만 비판 시 '우남찬가' 저자 고소)

나는 자유경제원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시가 역사적 사실을 담아야 한다는 말은 난생 처음 듣거니와, 해당시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지도 않다, 공모전에 응모하는 사람이 공모전의 취지를 위반하면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도 금시초문이다. 어떤 공모전이건 간에 공모전에 응모하는 사람이 왜 공모전의 취지를 이해해야 하는가? 자유경제원의 논리를 따라가면 가명이나 필명으로 공모전에 응모하는 사람은 이제부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자유경제원은 '자유주의'사상의 신봉자다. 자유경제원이 '경제적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 자유나 사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를 배척하는 건 결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소송을 남발하는 자유경제원의 태도는 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지금 자유경제원은 표현의 자유를 사법의 힘을 빌어 결정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생각이 다르면 공론장에서 토론을 해야 한다. 혹시 자유경제원은 경제적 자유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건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자유경제원은 자유주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