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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비웃는 군대 영창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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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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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이 군당국에 의해 소모품 취급당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최근 군이 또 다시 부적절한 과정을 통해 병사를 영창에 보내려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3일에 21사단 소속 A병장의 핸드폰 반입 및 사용행위를 심의·의결하기 위한 징계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징계위원회는 그의 핸드폰 반입 및 사용행위에 대해 지시불이행을 이유로 영창 5일을 처분했다.

그러나 같은 날 A병장은 사단 법무부에서 영창처분에 대한 적법성심사를 받던 중, 군법무관으로부터 징계의 절차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군법무관은 핸드폰 반입 및 사용을 지시불이행으로 징계한 것, 그리고 중대장의 결제도 받지 않은 채 A병장에게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도록 한 것이 절차에 위반되었다고 지적했다.

지적사항을 전달받은 징계위원회는 29일에 A병장에 대해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영창 15일을 처분하였다. 이는 군인 징계령 제3조에서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이중징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 제13조에서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고 있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징계권자는 영창 5일의 징계위원회 의결이 가볍다고 판단하였다면, 군인사법 제59조 5항에 따라 차상급 부대 또는 기관에 설치된 징계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하여 그 결과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안에서는 이러한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다시 동일한 징계위원회의를 개최하여 그 결정에 따라 징계대상자에 대하여 이전보다 중한 영창 15일의 처분을 내렸다. 이는 법령에 위반하는 징계위원회였고, 법령위반은 중대·명백한 하자로서 영창처분자체가 무효이다.

영창처분은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사실상의 구금조치이다. 그러나 현행 군인사법은 법적 구속절차 없이 징계권자인 지휘관의 명령만으로 영창을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비록 군대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것은 헌법상의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영창처분을 반드시 군판사가 발부한 영장집행명령서에 의해 집행하도록 하는 군인사법 개정안이 지난해 4월 진성준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되었다.

또한, 현재 40만의 국군 장병은 법률이 아닌 내부규율에 의해 핸드폰 사용을 제한당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2항에 따르면 국민의 기본권은 반드시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되어야 한다. 법률로써가 아닌 내규로써의 기본권 제한은 명백한 위헌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권한이 부대 위병소 앞에서 멈추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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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 인권실태조사 연구보고서]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3

주목해야 할 점은, A병장이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대에 휴대폰을 반입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집에 휴대폰을 두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대장이 다른 병사의 휴대폰을 마음대로 열어서 통신기록을 찾아내 징계를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똑같이 휴대폰을 사용한 동료 병사들은 휴가제한처분을 받은데 비해, A병장만 15일씩이나 영창처분을 받게 되었다. 징계위원회는 출석통지서에서 A병장의 휴대폰 반입 및 사용기간이 약 20주라고 주장했고, 이것을 이유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사실 A병장은 휴가를 자주 나오면서 휴대폰을 두고 나온 적이 있기에, 실제 사용기간은 약 8주에 불과하다.

A병장은 2016년 3월 13일 현재 전역을 겨우 3일 앞두고 있다. A병장은 군 복무 기간 동안 지휘관으로부터 표창을 두 번이나 수여받았으며, 특급전사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평소 간부들에게 칭찬카드와 마일리지도 자주 받았는데 이를 통해 포상휴가만 약 55일을 나간 모범병사이다. 지난 21개월 동안 성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만기전역을 앞둔 A병장에게, 영창처분은 단지 돌이킬 수 없는 불명예와 상처만을 안겨줄 뿐이다.

A병장은 현재 법률대리인(김인숙 변호사)을 선임하여 영창처분 취소소송 제기 및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법적대응 중에 있으며, 14일 징계항고위원회가 열리며, 15일 춘천지방법원은 집행정지신청에 대한 공판 개정이 예정되어 있다.

게다가 징계위원회에 간사로 참석한 행정보급관은 과거 병사들에게 가혹행위를 저지르고, 상해를 입혔던 문제의 인물이다. 그는 작년 말에 선단공포증(날카로운 물체를 보면 정신적으로 강하게 동요하게 되는 공포증)이 있는 한 병사의 머리카락과 다른 병사의 손톱을 커터칼로 강제로 잘라내고, 사격훈련 중 병사의 머리를 가격하였다. 커터칼로 피해자들의 신체를 훼손할 당시, 행정보급관은 피해자들이 중단을 요청하자 "너는 민간인이 아니라 군인이고, 군인이 그런 게 어디 있냐"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행정보급관의 범죄행위는 소원수리에 의해 익명으로 제보되었다. 가혹행위와 신체의 상해는 명백한 형법상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 또한 단순 경징계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A병장의 징계위원회에 간사로 참여하여 사실관계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졌다. 익명의 제보로 병사들에 대한 적계심을 가졌을 행정보급관이 공정한 징계를 했을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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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 인권실태조사 연구보고서]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3

영창제도는 참여정부 때 병사와 판사 생활을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문제제기로 폐지하려 시도했으나, 국방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인권법무관제도를 도입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그 도입 취지가 왜곡되어 입창자가 제도 도입 이전보다 무려 5,000명이 증가했으며, 매년 1개 사단 병력 이상인 14,000명의 병사들이 영창에 구금되고 있다. 현행 영창제도는 자의적 구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폐지되어야 마땅하며, 징벌적 수단으로 자유시간에 부대 내 사회봉사활동을 시키거나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시키는 등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약 영창제도를 존치하려면 차별 없이 간부들도 영창에 보내야 할 것이다. 병사는 영창 보내고 간부는 안된다는 것은 40만 대한민국 병사를 2등 시민으로 차별하는 것이다. 존엄이 상실되고 존중받지 못하는 병사들이 적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모순일 것이다. 인권은 안보와 직결된다는 것을 그리고 존중받지 못하는 병사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지 않는 다는 것을 군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