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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을 잘 아는 남성이 외교장관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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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 KYUNG WHA
ALBERT GONZALEZ FARRAN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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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을 잘 아는 남성이 외교장관을 해야 한다는 이언주 의원 발언은 명백한 성차별이다. 이 논리대로면 여성은 고사하고 민간인 남성도 국방장관을 하면 안된다. 이미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일본 등이 여성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했고 업무 능력에 흠결이 없다.

미국도 이미 세 명의 여성이 국무장관을 역임했다. 민주당 정권에서 첫 여성 국무장관으로 매들린 올브라이트를 임명하였고, 두 번째 여성 국무장관은 공화당 정권의 콘돌리자 라이스, 세 번째 여성 국무장관은 힐러리 클린턴이다. 정치적 평가는 다르겠지만 업무 평가에서는 역대 남성 국무장관들과 비교해봐도 뒤지지 않는다.

또 이언주 의원은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를 아마추어라고 폄훼했는데 이런 지적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의 자리는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막중한 책무를 실행하는 자리다. 때로는 분쟁지역을 방문하는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이라크에서 유엔인권최고대표가 폭탄 테러로 사망한 예를 보더라도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를 셀러브리티(유명인)라고 비꼬는 것은 분쟁지역에서 사망한 수많은 유엔공무원들에 대한 모욕이다.

역대 유엔인권최고대표나 부대표 그리고 유엔 각 기구 수장은 전직 대통령, 전직 대법관, 전직 장관 등 각 국가에서 권위와 전문성을 검증받고 퇴직한 이들이 오르는 자리다. 역대 유엔 기구 수장들을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지만 두 사람 정도 소개하자면 유엔인권최고대표 매리 로빈슨 아일랜드 전 대통령, 유엔북한인권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마이클 커비 호주 전 대법관 등이 있다.

외무고시 패스하고 서기관, 참사관 거쳐 대사까지 된 대한민국 외교부 외교관이 유엔이라는 국제무대에서 전직 대통령, 대법관, 장관 출신 외교 수장들에게 네트워크가 없어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장면을 국제회의나 유엔본부에서 여러 번 봤다. 그와는 반대로 강경화는 그런 인적 네트워크는 물론이거니와 그들과 함께 국제외교 현안을 해결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4강 외교를 모른다고 했는데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을 상대하는 곳이다.

그리고 언제까지 4강 외교만 부르짖을 것인가? 다자외교를 통해 가까운 아세안 국가들과 좀 더 활발하게 교류하고 아프리카 남미와도 외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맘때가 되면 한국전쟁 참전국인 에디오피아와 터키를 추켜세우며 자랑하지만 정작 그들 나라와 어떤 교류가 있는지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그만큼 우리 외교는 문제가 많다. 강경화 후보는 이러한 문제뿐만 아니라 위안부 졸속합의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적임자이기도 하다. 나는 그가 대한민국 첫 여성 외교장관이라는 수식어 이상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해외에 파견되어 있는 대사관이 우리 국민을 보호하지 않아 공분을 산 적이 많다. 피해자 중심에서 문제를 풀어간 경험이 풍부한 그가 외교장관이 되면 이러한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끝으로 이언주 의원은 자중해야 한다. 자신이 도대체 무슨 발언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 명예 남성화된 무늬만 여성인 정치인은 박근혜 하나로 족하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