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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피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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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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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불사조)는 대한민국 두 번째 여성 헬기 조종사 피우진 중령의 호출명이다.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의 저자이기도 한 그녀는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헬기조종사로서 중요한 균형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암이 전이되지 않은 나머지 한쪽 가슴도 적출하였다.

하지만 군 당국은 그녀를 전역처분 즉 해고나 다름없이 쫓아냈고, 인권연대의 도움으로 그녀는 소송을 내면서 불의에 맞서 싸워 복직하였다. 군인권센터 만들기 전 일이지만 항소심에 피 중령과 함께 방청했었고 승소라는 기쁨도 함께 맛보았다.

그녀는 복직 후 대령으로 승진하지 못해 계급정년으로 전역을 하게 되었다. 육군항공학교에서 그녀의 조촐한 전역식이 있어 함께 했었고, 당시 후배 조종사인 남성 소령이 '피 중령님을 보면서 딸을 둔 아버지로서 우리 딸에게 희망을 안겨줘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을 남겨 주변에 잔잔한 감동을 준 기억이 난다. 난 이 말을 들으며 육군이 그녀를 쫓아내고 복직시키지 않기 위해 그녀의 군 생활이 모범적이지 않았다고 소문을 낸 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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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국가보훈처장에 내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통은 예비역 중장들이 낙하산 인사로 가는 곳이 국가보훈처장과 병무청장 자리다. 장성 출신이 아닌 그것도 여군 영관급 출신이며, 당신이 암과 싸우며 또 군에서 쫓겨난 경험을 가졌던 피해자이자 소수자이자 불의에 맞서 싸워 이겨본 경험이 있는 여러 정체성을 갖고 있는 그녀를 국가보훈처장에 내정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재향군인회, 각종 참전용사회 회장이 모두 장성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인사는 매우 파격적이며, 각종 비리로 얼룩진 재향군인회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국가유공자법에 대한 개정과 더불어 입증책임을 개인이 아닌 국가차원에서 노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아울러 군인권 10대 공약 중 "국민을 위한 희생이 존중 받는 나라"를 실현 할 수 있는 국가보훈처장이 되시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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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가 주최한 국방부 앞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내정자.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