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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의 인권이 없는 나라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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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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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대선 TV토론에서 군대 내 동성애 관련 문제로 시작된 후보들의 발언문제로 민주당, 정의당 의원님들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누가 답변을 잘못했고, 잘했고는 이분들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국방부와 병무청이 동성애를 '성적선호도장애'로 규정하여 징병신체검사 시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군형법 92조 6이 합의한 동성 간 관계를 징역 2년이하에 처하고 있는 것에 반대하며 2004년 노무현 정부시절 저 스스로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행을 선택했습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났으나 이 문제는 성소수자 진영 내부에서도 공론화 되지 못했고, 주요 쟁점 중에서도 1순위가 아니었고,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몇몇 성소수자 단체와 여성단체로 구성된 군 성소수자 네트워크(6개 단체) 뿐이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군대 내 동성애자 문제가 대선 이슈로 부각되어 성소수자 당사자분들과 국민들께서 알게된 점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많은 성소수자들과 상식 있는 분들께서 어제 문재인 후보의 발언으로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도 잠 못 이루는 밤이었고 성소수자로서의 삶을 통째로 부정당해서 매우 화가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 국회의사당에서는 분노한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이 문재인 후보의 면전에서 직접 사과를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했고 현재 영등포경찰서로 모두 연행되었다고 합니다.

작금의 현실은 동성간에 사랑을 나누었다는 이유로 불법수사와 함정수사 그리고 입에 담기조차 힘든 성희롱과 학대에 가까운 수사과정을 겪으며 그중 전역일이 지난 1명의 군인이 구속되어 군헌병대 감옥에 갇혀 있고, 30명이상의 군인들이 형사입건되어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 땅에서 야만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선 때문에 이것에 침묵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원망하거나 크게 분노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국방부 앞에 많이 모이면 대선후보들도 관심을 가지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너무 순진했던 것 같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인권10대공약을 만드는데 참여했던 저로서는 어제 발언으로 인해 문재인 후보를 더 이상 옹호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지를 철회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에게 기자회견하는 면전에서 무례하다라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문재인 후보가 발언이 끝날 때까지 분노를 억누르며 기다려준 활동가들에게 더 이상 비난의 발언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헌법상 소수자의 인권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저는 이제 체포된 활동가들 면회하러 영등포경찰서로 떠납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