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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없는 인권법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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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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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유엔인권기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지인이 페이스북 태그를 통해 인하대학교 인권법 수업 관련 사건에 대해 문의를 해왔다. 그 지인은 42명의 인사를 태그하면서 누가 이 학생을 좀 도와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글을 올렸다. 우선 이 사건의 발단은 인권법 수업시간에 담당교수가 소수자를 지칭하며 차별적 발언을 한 것이었다. 첫 시간에는 동성애자를 '동성연애자'라고 지칭하여 학생이 이를 정정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하였고, 두 번째 강의 시간에는 장애인의 반대말을 '보통사람'과 '일반인'이라고 한 것을 학생이 '비장애인'으로 정정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해 내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인권운동가라는 직업병과 그에 따른 인권감수성 때문만은 아니다. 수강철회를 고압적으로 요구하자 학생은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다. 이에 교수는 "그대로 다 안고 갈 수도 있는데요?"라는 암시적인 표현을 건넨다. 나 역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인권강의를 하고 있는 당사자이기에 비교육적인 방법으로 학생을 공격하고 매도하는 가해 교수의 잘못된 교육방법이 더더욱 불편했다. 이에 대해 사회적 논쟁과 함께 소수자 인권단체 진영에서 적절한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고 인하대 법학과 차원에서 진상조사나 징계가 적절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가해자인 담당교수의 잘못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문제제기를 한 학생만 소위 '버릇없는', '싸가지 없는' 학생이 되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는 것을 인하대 게시판을 통해서 확인하면서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당시 가해 교수가 피해 학생에게 전화로 대화한 내용을 피해자 동의하에 공개하고 이 사태를 국가인권위원회 제3자 진정을 통해 인권법 주무 국가기관의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라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교수가 "학생의 태도를 다른 학생들도 함께 봤잖아요. 보고 들었잖아요 지난 시간에도..." 라 말하지만 정작 학생은 지난 시간 교수님께는 개인적으로 말씀드렸다고 한다. (음성파일 8분 33초 부분) 그러자 교수는 "개인적으로 얘기하는 걸 본 학생들이 있다"고 우기더니 말을 멈추고 몇 초 동안 침묵했다. 정적이 끝나자 "그럼 오늘 태도 괜찮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말한다.

이내 교수는 언성을 높이다. (음성파일 17분 16초 부분)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학생은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자신의 인권에 대한 생각을 교수에게 어필하지만, 정작 인권법 교수는 흥분해서 수강철회 강요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교수는 학생의 소수자 차별과 관련된 문제제기에 대해 시종일관 비논리적, 비상식적으로 대응하며 학생의 태도만을 문제삼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피해 학생은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는 말과 함께 소신을 말했다. 하지만 해당 교수는 인권을 이현령비현령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교수가 "(소수자 지칭 용어를) 이렇게 사용하는 것도 괜찮을 수도 있다"라고 하는 걸 보면 자신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소수자의 불편보다는 자신의 불편을 우선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인권법은 소수자와 약자가 법 앞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고, 차별과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또 이런 인권침해와 차별을 받을 경우 조사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며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필자는 과연 이 교수가 인권법을 강의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그는 전화번호까지 변경해 총학생회와 피해자의 대화 노력도 원천봉쇄하였다. 결국 이 학생은 다른 과목을 수강 할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훌륭한 스승은 나이 못지 않게 인격과 덕망 그리고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 학생의 문제제기가 다소 거칠고 공격적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공자의 말씀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무섭고 두려우면 강단에 설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