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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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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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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엄마들은 참 부지런하다. 방과 후 아이가 다닐 학원도 알아봐야 하고, 아이들의 친구와 함께할 생일파티 장소도 알아봐야 한다. 이렇게 열심히 키워놔도 사춘기 시기의 자녀들은 "엄마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요?"라며 대들기 일쑤다. 부모는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생각에 울컥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부모의 가장 큰 의무는 자식 농사였다. 그만큼 자식을 키우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부모에게 자식은 평생 함께 가는 대상이며, 살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양육의 무게가 가벼운 부모는 없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자녀의 사회적인 성공과 실패를 부모의 인생 성적표로 몰아간다. 때문에 엄마들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참아가며 아이를 위해 헌신한다. 전업주부는 그들대로 아이에게 더 못해주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워킹맘들은 일과 양육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커나가는 아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망설임 없이 '마음 건강'을 꼽고 싶다. 마음 건강은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스펙이다. 이 스펙을 쌓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역할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아이의 내면을 들어주는 것이다. 최근 나온 청소년 자살과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이 자살을 선택하는 가장 그 이유로 학교 폭력, 성적 부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지 못하는 데 있었다. 그들 주변에는 자신의 상황을 정서적으로 공감해줄 사람이 없었다. 아이가 힘이 들 때, 그 어려움을 털어놓고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은 엄마여야 한다. 부모가 그 역할을 못할 때에는 주변의 교사나 친구 또는 멘토가 해줘야 한다.

부모는 아이들이 "문제가 있다", "아프다", "힘들다"로 표현되는 내면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알아챈다면, 나중에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기쁜 일이든, 슬픔 일이든 아이가 자신의 상태와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면, 엄마가 잘 들어주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둘째, 부모가 가진 콤플렉스를 아이를 통해 해소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나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특정 사건으로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은 분노, 두려움 등 부정적인 감정을 내면에 간직하고 있다. 자신이 부모에게 물려받은 어두운 면을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대물림하고 있지 않은지 냉철하게 따져보자.

셋째, 아이, 부모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아이가 성공해야 부모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의 인생이 있다. 아이에게 과한 기대를 품으면, 아이는 부담감으로 인해 힘들 수밖에 없다.

필자를 찾아오는 많은 부모들 중에서 아이들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지 못한 이들이 많이 있었다. 이를 보고 필자는 아이들을 방목하면서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다. 방목은 방임이 아니다. 큰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성장하게 하자. 대신 아이가 다치지 않게, 시선은 늘 아이를 향해 있어야 할 것이다. 요즘 부모가 대학생 자녀의 수강신청을 대신해주고, 입사시험에 함께 가주기도 한다. 부모가 다 큰 자식을 어린 아이 대하듯이 계속 한다면 아이는 아이로만 남아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건강한 몸과 마음가짐으로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아이가 되려면 아이 나름대로의 인생이 있음을 인정하고, 아이가 할 일은 아이가 하도록 해줘야 한다.

그 어떤 스펙보다 부럽지 않은 '마음 건강'이 단단하게 갖춰진 아이로 성장하는 것. 이것이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인생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