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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아직도 가야 할 길 5 | 성별 임금격차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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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톺아보기: 성별 임금격차 (하)

* 이번 글은 성별 직종분리와 임금격차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를 소개합니다. 지금까지는 현상을 자세히 뜯어보았습니다. 다음 글부터 인과관계를 탐색한 이론/실증 연구로 넘어갑니다.

[오늘의 요약]

1. 성별 직종분리는 직종 진입제한보다는 성별 비교우위와 커리어 기대에 기반한 선택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2. 직종분리보다 직종 내 격차가 성별 임금격차 문제에서 더 중요하다. 위험직종이나 이공계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이 적기 때문에 임금격차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3. 차별에 따른 성별 임금격차는 자영업보다 임금노동자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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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별 직종분리와 임금격차에 관한 논의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가령 특정 성이 고소득 직군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면 직종분리 이외의 차별이 없더라도 임금격차가 발생합니다. 앞서 보았듯 현실에서 차별이 존재하니, 한쪽 성이 지배적인 직종에서 나타나는 임금격차를 분해하여 차별의 크기와 설명되지 않는 격차의 양상을 비교할 필요도 있습니다. 직종선택 시점에 발생하는 차별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직종 선택에 따른 임금격차와 직종 내 임금격차를 따로 보아야 임금격차의 양상을 보다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전공선택 등 취업 전 교육 단계부터 발생하는 성별 분화도 살펴야 합니다. 논의가 "교육과 노동시장의 상호영향"이라는 다른 논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번 글은 다음 순서대로 논의를 진행합니다. 항목 번호는 지난 글과 이어집니다.

5. "남성직종"과 "여성직종"의 구분이 유효한가
6. 직종선택과 임금격차
 6-1. 위험수당이라는 신화
7. 대학 교육과 직종선택: 여성 이공계 진출을 중심으로
8. 또 다른 분리: 자영업 vs. 임금노동
9. 정리
부록 3. 미국 여성의 노동시장 커리어 기대 변화와 노동공급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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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남성직종과 여성직종의 구분이 유효한가

연구결과 5: 남성은 남성직종, 여성은 여성직종에서 일할 때 평균적으로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 이는 직종분리가 자유 선택의 결과일 가능성을 암시한다. 남성직종과 여성직종 성별 임금격차를 따로 분해하면 차이와 차별의 양상이 달라 성별 직종구분은 유효하다. 남성직종에서 차별이 더 크다.
 
 직종분리를 설명하는 이론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먼저 직종분리가 성별 선호와 생애주기 예측(lifecycle expectation), 비교우위 차이에 따른 선택의 결과라고 설명하는 신고전학파 이론입니다.

 둘째로 고용차별로 인해 특정 직종에 여성 진입이 제한되고, 그에 따라 여성이 특정 직종에 집중되어(crowding) 직종분리가 발생한다는 이론입니다. 이 가설이 성립한다면 여성집중직종은 노동초과공급으로 인해 임금이 낮아지는 반면, 여성 진출이 제한되는 직종은 임금 프리미엄을 누립니다. 자연스레 임금격차도 확대됩니다. 이 이론을 과밀가설(crowding hypothesis; Bergmann, 1974)이라고 합니다. 보통 성별 직종분리가 문제라는 주장 대부분은 과밀가설을 전제합니다.

 2편에서 한국 성별 직종분리가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현상은 두 이론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요? 남성이 남성집중직종(예: 기계공, 기업 관리자) 여성이 여성집중직종(예: 초등교사, 간호사, 텔레마케터)에서 일할 때 그 반대보다 임금이 높다면 비교우위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이 경우 현실은 신고전학파 이론에 가까울 겁니다. 반면 여성직종 평균임금이 남성직종보다 낮고, 여성이 남성직종에 취업할 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면 과밀가설이 성립합니다. 데이터를 두 개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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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금재호 (2011), 논문에서 제시한 수치를 바탕으로 그림 재구성함. 2009년 8월 경활부가조사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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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정진화 (2007). 논문에서 제시한 수치를 바탕으로 그림 재구성함.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OWS) 기반 자료.

 첫 번째 그림을 보면 직종 성 비중이 낮을수록 임금이 높습니다. 남성이 많이 일하는 직종일수록 임금이 높다는 겁니다. 과밀가설 성립 조건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그림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성직종의 여성 평균임금이 남성직종 여성 평균임금보다 높습니다. 여성이 여성집중직종에서 일할 때 평균적으로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겁니다. 더하여 여성집중직종에 일하는 남성들이 남성직종에 일할 때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습니다. 과밀가설의 예측과는 반대입니다.

 두 자료가 상반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보다 정밀한 통계 분석 방법이 필요합니다. 당장, 두 자료 모두 학력, 경력, 연령 등 노동자의 인적 특성이 통제되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비교가 아니지요. 특성이 비슷한 사람끼리 비교하려면 회귀분석을 해야 합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한국에서는 과밀가설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직종 장벽보다는 선호와 생애주기 예측, 비교우위에 의해 직종 선택이 이루어진다는 겁니다(황수경, 2003; 금재호, 2002; 2011). 여기서 자세한 회귀분석 결과를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과밀가설 기각이 차별이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과밀가설은 직종 진입제한(채용차별)이 임금격차를 낳는다는 예측입니다. 진입제한이 없더라도 직종 내에서 차별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고용형태, 보직, 직장 내 훈련(On-the-Job-Training, OJT), 임금격차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남성직종과 여성직종에서 차별 양상이 다르다면 성별 직종구분에 실질적 의미가 있습니다. 나아가, 여성들이 직종을 선택할 때 차별 양상을 감안하여 남성직종을 피한다면 채용차별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성별 직종분리가 발생합니다. 주어진 상황 하에서 합리적 선택을 한 결과 직종분리가 나타나는 겁니다.

 남성직종과 여성직종의 직종 내 차별 양상을 비교하겠습니다. 이 글은 임금격차를 다루고 있으니, 남성집중직종과 여성집중직종의 임금격차를 각각 차이와 차별로 분해한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다시 오하카 분해법입니다.

1

주: 정진화(2007). 논문에서 제시한 수치를 바탕으로 표, 그림 재구성함.

 남성집중직종과 여성집중직종 모두 남성의 임금이 여성보다 높습니다. 남성이 우월하다는 걸까요? 아닙니다. "차이"를 보면 남성의 평균 학력, 경력, 연령이 언제나 여성보다 높습니다. 남성은 직종을 막론하고 평균적으로 더 교육받고 오래 일하며 경력을 쌓는다는 겁니다. 앞서 보았던 양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격차 감소도 차이 감소에서 비롯됩니다.

 한편 "차별"을 보면, 남성집중직종보다 여성집중직종에서 비중이 낮습니다. 2004년 기준 남성집중직종 임금격차의 35.5%가 "차별"이지만 여성집중직종에서는 16.3%입니다. 남성집중직종에서 여성 페널티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남성 특혜는 남성과 여성 집중직종 모두에서 비슷합니다. 한편 남성집중직종의 여성 페널티가 등락을 거듭하며 감소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차별 비중이 커지는 이유는 총격차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임금노동자는 직장에서 고용주나 동료에 의해 차별받을 수 있습니다. 이전에 여성을 고용한 적이 없는 직장에서 일한다면 "여자가 잘 할 수 있겠어?" 식 선입견에 노출됩니다. 실력으로 선입견을 극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통계적 차별). 여성집중직종이라면 차별과 선입견 모두 남성집중직종에 비해 약할 겁니다. 위 도표는 이 추론을 직접 검증한 결과는 아니지만,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측정된 차별을 전부 성차별의 결과로 돌리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남성집중직종과 여성집중직종에서 차이와 차별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직종 내 성차별, 특히 남성집중직종에서의 차별 존재를 강력하게 암시합니다. 따라서 성별 직종구분은 유효하며, 과밀가설이 기각되더라도 직종분리와 임금격차는 연관되어 있습니다. 다음 절에서 직종선택과 임금격차를 다루겠습니다.
 


6. 직종선택과 임금격차

연구결과 6: 직종별로 임금격차 양상이 다르다. 직종분리가 성별 임금격차의 요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직종 내 격차보다 비중이 작다. 직종 내 차별이 더 중요한 이슈다. 나아가 직종분리가 직종 내 차별이 사람들의 기대를 형성한 결과 "합리적 선택으로서의 직종분리"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금수준이 직종별로 다르기 때문에 직종분리와 임금격차가 연결됩니다. 그런데 앞 절에서 했듯 단순히 두 직종의 차이와 차별을 계산해서 비교하는 분석은 불충분합니다. 임금격차가 직종 선택 단계에서부터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호와 상황, 직종 특성(직종 평균임금이 대표적)을 모두 감안하여 일할 직종을 선택합니다. 그 결과로 직종분리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체능력이 필요한 곳에 남성이, 정서능력이 필요한 곳에 여성이 더 많은 식입니다. 그런데 차별이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요? 차별이 없었다면 기술직을 선택했을 사람이 차별 때문에 사무직을 선택한다면, 이에 따른 임금 격차는 차별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직업이 의사와 간호사 둘만 있다고 합시다. 의사는 100% 남성, 간호사는 100% 여성입니다. 동일직종 동일임금의 원칙이 적용되어 의사는 10만 원, 간호사는 8만 원을 법니다. 이 때 성별 임금격차는 2만 원이고, 전부 직종분리에서 비롯됩니다.

 이 가상의 직종분리가 전적으로 성차에 따른 선택의 결과라면 성별 임금격차는 차별과 무관합니다. 그런데 전적으로 차별의 결과라면 어떨까요? 성별 임금격차 2만 원 역시 차별의 결과가 됩니다. 만약 차별 없는 세상에서 의사와 간호사 모두 성비가 반반이었다면, 임금 격차도 없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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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가 또 뭐라고 써 놓은 거야?" ('낭만닥터 김사부' 화면 캡쳐)

 따라서 임금격차를 분해할 때 직종선택 단계도 고려해야 합니다. 즉, 성별 임금격차를 직종선택에 따른 격차와 직종 내 격차로 나누고, 이들 격차를 각각 차이와 차별로 분해해야 합니다*. 여기서도(!) 오하카 분해법이지요. 노동공급 측면(노동자의 생산성, 직종선택)과 수요측면(직종 내 임금차별, 직종진입 채용차별)을 동시에 본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 다른 연구들은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고요? 타당한 물음입니다. 연구가 사회현상 전체를 포괄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주제(성별 임금격차)를 특정하고, 그 중 어떤 측면에 집중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적합한 연구방법을 선정하는 것이 연구자가 할 일입니다. 앞에서 본 연구들은 다른 방식으로 직종 차이를 감안했습니다.)

 현실적 문제가 있습니다. 노동시장에 있는 수많은 직종을 세분하여 분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데이터에 등록된 사람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100명 등록되어 있는데 그 중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사가 각각 30명이고 유치원 교사가 10명이라고 합시다. 교사 100명 전체라면 모를까 각급 학교 교사를 구분하여 통계분석한다면 믿을 만한 결과를 얻기 힘듭니다. 그래서 직종을 크게 구분해야 합니다. 지금 소개할 연구는 직종을 총 7개로 구분했습니다.

 (단, 여기서는 전문직 분석 결과는 따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먼저 전문직 인구는 전체 노동시장 인구의 5-6% 수준으로 적습니다. 그 적은 인구 안에서도 직종끼리 크게 다릅니다. 가령 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를, 혹은 의사와 국회의원을 묶어서 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심지어 표본 수도 적습니다. 분석 결과 신뢰성이 낮지요. 논문 저자도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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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김주영 (2009). 논문에서 제시한 표 요약정리.

 성별 임금격차를 두 단계로 분해하려면 먼저 직종선택 단계에서 차이와 차별의 영향을 구분해야 합니다. 직종선택확률 격차를 분해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개의 성별 직종선택확률을 구해야 합니다. 하나는 현실의 직종선택확률입니다. 차이와 차별의 영향이 모두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다른 하나는 가상의 직종선택확률입니다. 여기에는 차이의 영향만 반영됩니다.

 현실의 직종선택확률은 전체 직종 종사자 수와 남성, 여성 직종 종사자 수를 이용해서 구할 수 있습니다. 100명 중 60명이 남성이면 60%라고 보는 겁니다. 가상의 직종선택확률은 노동자 특성 데이터와 통계모형을 이용해 산출합니다. 이 둘의 관계를 이용해서 성별 직종선택확률 격차를 분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래프가 왼쪽 방향이면(음수) 여성에게 "유리"하고, 오른쪽 방향(양수)이면 남성에게 "유리"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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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김주영 (2009). 이하 논문에서 제시한 수치를 바탕으로 그림 재구성함.

 생산직 총격차는 총격차, 차이와 차별이 모두 양수입니다. 남성이 생산직에서 더 많이 일하는 이유는 학력, 연령, 경력 등의 영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적 특성의 영향으로 설명되지 않는 격차, 곧 차별의 크기가 더 큽니다. 서비스 및 판매직은 정반대입니다. 총격차, 차이와 차별이 모두 여성에게 유리합니다. 두 결과 모두 현실과 상당히 부합합니다. 이제 임금격차 분해 결과를 보겠습니다.

 (차이와 차별의 해석에 유의해야 했던 이유가 여기서 나타납니다. 사람을 대해야 하는 직군에서 여성이 비교우위를 갖기 때문에 고용주들이 선호할 수 있습니다. 반면 힘을 써야 하는 직군에서 남성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가 직종선택확률의 "차별"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만약 관계능력이나 육체능력을 따로 측정한 지표가 있어 인적 특성에 포함되었다면, 이것은 "차이"의 크기로 반영되었을 겁니다. 측정된 차별은 차별의 "최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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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김주영 (2009).

 직종별로 양상이 다릅니다. 다음의 사실이 관찰됩니다.

1) 직종 내 격차는 차이와 차별을 막론하고 모든 직종에서 남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2) 총격차가 양수(남성 평균임금이 더 높은) 생산직·기술직은 직종 내 격차의 비중이 더 크고, 음수(여성 평균임금이 더 높은) 사무직·서비스 및 판매직은 직종선택에 따른 격차의 비중이 더 큽니다.

 성별 임금격차는 남성의 평균임금이 여성보다 높다는 문제에서 비롯된 이슈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직종분리가 성별 임금격차의 요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직종 내 격차보다 비중이 작습니다. 여성들이 평균소득이 높은 직종에서 비교적 덜 일하는 것이 사실이나, 해당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반드시 높은 임금을 받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3) 생산직·기술직은 직종선택 시점의 차이가 남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반면 사무직·서비스 및 판매직은 직종선택시점의 차이가 여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이 결과는 직종분리가 과밀가설보다는 성별 비교우위에 따른 선택의 결과라는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입니다. 사람들은 주어진 임금격차와 차별이라는 현실 하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겁니다.

직종별로 분해 결과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4) 생산직 임금격차는 통념과 달리 직종선택에 따른 격차보다 직종 내 격차가 더 크고, 그 중에서도 차별의 비중이 더 큽니다. 기술직 역시 직종 내 격차가 더 크지만 차별보다 차이의 비중이 더 큽니다. 이 결과는 주의해서 해석해야 합니다. 생산직의 경우 인적 특성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차이가 더 많습니다. 암묵지(tacit knowledge)로 불리는 차이입니다. 기계 조작능력, 육체능력 차이 등이 대표적입니다. 기술직은 학력, 자격증 등 비교적 인적 특성 측정이 쉽습니다. 매뉴얼화도 쉽습니다. 따라서 두 직종의 차이와 차별 비중 차에 의미를 두기보다 직종 내 격차와 직종선택에 따른 격차의 비중 차를 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5) 사무직에서는 직종선택 및 직종 내 차별이 모두 남성에게 유리하나, 여성들의 인적 특성에 따른 차이가 차별을 모두 상쇄합니다. 서비스 및 판매직은 유일하게 직종선택 시점의 차별이 여성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직종입니다. 그러나 직종 내 격차가 남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다른 직종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보았듯 차별에 따른 임금격차가 20%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는 문제의 원인과 대응이 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2편에서 언급했듯 직종별 성 비중이 고착되면 커리어 기대(career expectation)가 고착됩니다.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않아 경제적 효율성 손실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고착되는 성 비중이 합리적 선택의 결과라면 먼저 직종 내 차별을 완화해야 합니다. 인과관계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만, 지금까지 본 자료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7절에서 이 문제를 이공계 여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6-1. 위험수당이라는 신화

연구결과 6-1: 위험에 따른 보상이 성별 임금격차의 구성 요소라는 주장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한국 노동시장(제조업 남성 노동자)에서 위험 프리미엄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남성이 위험한 직업에 더 많이 종사하며, 그 대가로 받는 위험수당이 "정당한" 직종분리에 따른 "정당한" 임금격차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지요. 이 주장은 보상임금격차(compensating differentials) 이론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위험 등의 이유로 사람들이 꺼리는 특성이 있는 직업에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진다는 겁니다. 이 이론의 기원을 찾으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까지 올라갑니다. 나중 글에서 다루겠지만 미국의 경우 보상임금격차가 성별 임금격차를 어느 정도 설명합니다(Bertrand et al., 2010; Filer, 1985; Goldin, 2014; 2016).

 위험 중 가장 큰 위험은 사망입니다.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비교하면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재해 전체를 두고 비교해도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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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고용노동부 (2016).

 그런데 저 주장의 절반은 검증이 필요합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위험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고 있을까요? 만약 보상이 존재하지 않거나 미미하다면 보상임금격차는 성별 임금격차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2016년 기준 소방공무원 위험근무수당은 월 6만원이었습니다. 출동 횟수당 수당을 계산하면 위험근무수당은 사실상 무의미합니다. 공공이라서 민간보다 낮다고 하지만, 민간 위험수당이 충분한 보상인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급여명세서에 "위험수당"이 쓰여 있어도 실질적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한국의 보상임금격차를 추정한 실증연구는 많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미비하고, 사망 미만 산업재해가 왕왕 은폐되기 때문입니다. 업무와 관계된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데이터 신뢰성 문제가 자주 불거지고, 믿을 만한 추정 결과를 내놓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사망사고는 단순부상이나 질병에 비해 보고될 가능성이 높아, 실증연구자들은 사망률, 정확히 말해 사망만인율(노동자 10,000명당 산재사망자 수)을 위험도 지표로 사용합니다. 보상적 임금격차가 존재한다면 상대적으로 사망만인율이 높은 직업일수록 임금이 높아야 합니다. 추가 위험에 노출되는 대가로 받는 보상이지요.

 한국의 남성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보상적 임금격차를 추정한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노동시장 전체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망재해자 대부분이 남성이며 제조업 생산직이 재해다발 상위 세부업종에 속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표성을 갖습니다. 여기선 회귀분석 결과표를 제시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해석하기 어려우니 마지막에 실어 두기로 하고 우선 결론부터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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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고용노동부(2016).

 분석 결과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 집단에서 보상적 임금격차가 발견되지 않습니다. 고위험의 보상으로 고임금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모든 집단에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에게서는 고위험-고임금, 저위험-저임금의 관계가 나타납니다.

 한편 소유 자산이 많을수록 덜 위험한 직종을 선호할 가능성이 큽니다. 잃을 게 많으니까요. 이 예측(자산효과)도 데이터로 확인됩니다. 노동자 집단 전체와 대기업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 모두에게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제조업 생산직 전체에 보상임금격차가 존재한다는 증거만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위험에 대한 보상이 적어도 사전적으로는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남성이 위험직무에 종사하기 때문에 임금격차가 정당화된다는 주장 역시 힘을 잃습니다.

 대기업 노동조합에만 보상임금격차가 나타난다는 결과는 매우 논쟁적입니다. 이 결과에서 "귀족노조"를 매도하는 결론으로 달려갈 수는 없습니다. 노동조합의 교섭력 문제, 노조가입자와 미가입자의 특성 차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이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한국 노동시장에 보상임금격차가 존재한다는 추정 결과를 내놓은 오래된 연구가 있습니다(송기호, 1994). 이 연구에서도 제조업 생산직의 경우에는 존재여부가 모호했습니다. 게다가 남성 보상임금격차는 분명히 존재했으나 여성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학력, 경력, 종사업종 등 통계적 특성이 유사한 남성과 여성을 비교한 것인데도 그렇습니다. 다른 오래된 연구에 따르면 사망만인율이 아니라 작업요건에 따른 보상임금격차는 존재하지만 이론적 예측과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김태홍, 1995).

 이 결과는 한국 노동시장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보상임금격차는 안전의 대가입니다. 안전의 대가가 치러지지 않는 겁니다. 물론 보상임금격차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도 여럿 있을 수 있습니다. (보상임금격차 이론의 역사가 긴 만큼 반론의 역사도 깁니다.) 그러나 국내에 위험직종의 시장메커니즘에 관한 연구가 많지 않고, 산업재해 문제 개선이 더딘 상황에서 이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입니다. 젠더 논쟁의 논거로 동원되고 잊힐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신화"라는 어휘를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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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이승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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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김태홍 (1995)


7. 대학 교육과 직종선택: 여성의 이공계 진출을 중심으로

연구결과 7: 이공계 종사 여성이 적어서 임금격차가 확대된다는 주장은 일견 사실이다. 그러나 소수의 이공계 종사 여성들이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관리하면서 남성과 같은 평생소득을 얻는 것도 아니다. 이공계 여성들 역시 여타 전공 여성들처럼 경력단절을 겪는다. 이 현상은 여성들이 굳이 이공계를 선택할 유인이 부족함을 시사한다. 직종분리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한국에서는 "전공과 하는 일에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학 전공은 직종 선택에 꽤 영향을 줍니다. 특히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 구분은 개인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일반적으로 이공계열, 소위 STEM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은 인문사회계열보다 높은 소득을 약속합니다. 그리고 대다수 국가에서 이공계 직종 종사자 대부분이 남성입니다. 성별 직종분리와 임금격차의 원인을 여기에서 찾는 주장도 있습니다. 남성들이 "수학의 힘"에 힘입어 고임금을 받는다는 겁니다§.

 (§: 이 "수학의 힘"과 성별 격차에 관한 연구도 많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학창 때 수학을 잘 할수록 소득이 높습니다. 성별 수학능력이나, 수학능력에 대한 보상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현행 수학교육 환경 때문에 여성들이 고급 수학 과목을 덜 공부하게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임찬영, 2015; Altonji, 1995; Goldin, 2006; Black, Haviland, Sanders and Taylor 2008; Joensen and Nielsen 2015)

 이 주장을 검증하려면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1) 여성 이공계 종사자는 정말 적은가? 2) 이공계 임금은 정말 높은가? 3) 이공계 전공 여성은 다른 전공 여성에 비해 노동시장 성과가 좋은가? 답은 그렇다, 그렇다, 아니다입니다. 이공계 종사 여성이 적어서 임금격차가 확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공계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2016년 기준 공학 전공자는 전체 대졸자의 23.5%입니다. 그 중 무려 78.3%가 남성입니다. 다른 "이과" 전공인 자연계열과 의약계열은 여성 우위인데 비해 공학계열은 압도적입니다. 임금도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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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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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고용정보원 (2016).

 성별로 나누면 어떨까요? 먼저 임금을 보면, 남성 공학 전공자는 다른 전공에 비해 확연히 초임이 높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공계, 공학계열 내에서도 세부전공별로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것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임금격차를 분해하면 이공계 인력의 경우 타전공에 비해 차별의 크기가 작습니다. 더하여 공학계열을 보면 남성 프리미엄이 없다시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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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고용정보원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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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민, 박진우, 조근태 (2014). 논문의 결과를 이용하여 표 재구성.

 왜 이런 이점이 존재하는데도 여성 이공계 종사자가 적을까요? 졸업하려면 입학해야 합니다. 최근 수능 과학탐구 응시 여학생 비율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알파고 시대"의 전반적 이공계 선호 상승과 함께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공계 내에서도 공학계열과 자연의약계열이 나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실제로 공학계열 입학 여학생 비율은 오랫동안 안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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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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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미래창조과학부 (2015).

 이공계에서 남성이 강세를 보이는 건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여러 이유로 어느 한쪽 성이 많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해외 연구를 참조하면, 사실상 수학과 탐구영역을 묶어서 선택하게 되어 있는 문이과 구분도 한 이유일 겁니다. 그런데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은 특이합니다.

 다시, 노동시장 성과가 어느 정도 답을 줍니다. 이공계 졸업자의 성별 고용형태를 보면 다른 전공과 마찬가지로 여성 임시직, 일용직 종사자 비율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노동시장 이탈률이 문제입니다. 여성 자연공학계 여성의 이탈률은 매우 높습니다. 남성 자연공학계와의 격차가 40%p 수준에 달합니다. 여성이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택한 것도 아닙니다. 성별 전공직무 일치비율이 유사합니다. 한편 일치비율이 간신히 절반을 웃도는 여성 인문사회계보다도 이탈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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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황수경(2002). 경활조사 기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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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신선미(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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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신선미(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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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황수경(2002). 경활조사 기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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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김미란 (2011).

 여성이 이공계를 택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안정적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6절에서 본 성별 직종분리와 임금격차 분석 결과와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성별 직종분리보다 직종 내 차별 문제가 더 중요한 이유이지요. 따라서 여성 이공계 종사자 비중이 성별 임금격차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더 필요합니다.

 이공계 역시 정도가 다를 뿐 타 전공과 유사한 문제를 공유합니다. 결국 다시 일-가정 양립 문제로 돌아옵니다. 여성의 커리어 형성이 어렵다는 겁니다. 이 문제가 여학생들이 이공계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로 작용하리라는 예상도 가능합니다. 공부만 힘들고 보상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다만 인과관계를 따지려면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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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힘든 공부 와중에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함유량과 함유율의 차이를 짚어낸 분께는 심심한 애도의 말씀을... (출처 링크)

 커리어 기대가 실제 원인이라고 해도 여성들이 이공계 진학을 꺼리는 이유가 이것만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공부가 고된 데 비해 커리어를 기대할 수 없는 전공을 굳이 택할 이유도 없겠지요. 심지어 커리어 기대가 개인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부록에서 커리어 기대가 여성들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 사례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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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최초로 "유리천장을 뚫었다"고 평가 받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취임 당시 인터뷰에서 IT 업계 여성들이 일과 가정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뉴스1)


 
8. 또다른 분리: 자영업 vs. 임금노동

연구결과 8.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가 직면하는 차별은 다르다. 자영업의 성별 임금격차는 대부분 선택편향에서 비롯되며, 차별의 영향력은 미약하다. 이 결과는 소비자에 의한 차별보다 고용주 내지 동료에 의한 차별이 더 심각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본 내용은 모두 임금노동자 대상 연구결과입니다. 한국은 취업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자영업자입니다(2015년 기준 27.4%). OECD 평균의 두 배 정도 됩니다. 성별 임금격차를 논의할 때도 자영업자를 따로 고려해야 합니다.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가 직면하는 차별은 성격이 다릅니다. 임금노동자가 일터에서 직면하는 차별은 고용주나 동료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반면 자영업자는 소비자에 의한 차별을 겪습니다. 자기 자신을 차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종차별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백인들은 백인 주방장이 운영하는 식당에, 흑인들은 흑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몰리는 것이지요(Becker, 1957).

 물론 임금노동자도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경우 소비자차별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차별이 만연한 산업이라면 고용주가 그 사실을 알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용주는 소비자차별을 그대로 채용차별로 연결시킬 수도 있고, 인력배치를 바꾸어 차별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가령 소비자가 남성을 차별대우한다면 고객 상대를 여성에게 맡기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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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외모차별 논란을 일으킨 쥬씨 케이스는 소비자선호가 채용프리미엄으로 연결된 케이스입니다. (출처 링크)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를 비교하면 노동시장 차별의 양상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책적 함의도 달라집니다. 소비자차별이 크게 나타난다면 기업의 채용이나 임금결정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완화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자영업은 복합적 성격을 갖습니다. 조직에 소속되는 것보다 자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택한 사람들도 있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어 자영업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기서도 노동자들이 선호를 따라 "스스로 분류하는" 선택편향(자기선택)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임금격차를 분해할 때도 이 문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다음은 선택편향을 통제하고 임금격차를 분해한 연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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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 and Choi (2016), 논문에서 제시한 수치를 바탕으로 표, 그림 재구성함.

 자영업 임금격차에서 차별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합니다. 임금근로자의 경우와 반대입니다. 노동시장에서 소비자차별보다 고용주와 동료에 의한 회사 내 차별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겁니다. 대부분 일-가정 양립 문제에서 비화된 차별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결과는 차별완화정책의 방향을 시사합니다. 보완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이 연구에 의하면 한국 노동시장에서는 임금노동에서의 차별 해소가 보다 시급합니다. (선택편향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차별이 크게 나타납니다. (최강식·정진화, 2006))

 조금 더 추론해 보겠습니다. 모든 사람은 소비자입니다. 소비자차별이란 같은 재화와 서비스라도 제공하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 구매자의 지불의사(효용)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소비자차별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결과는 "사람들이 적어도 거래 상대방의 성별을 빌미 삼아 차별을 자행하지는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남성이면 그냥 넘어가고 여성이면 한 번쯤 가격을 후려치는 식의 차별이 없다는 말입니다.

 당연해 보이지만, 과거에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이런 사례가 종종 보고되었습니다. (가령 10,000원짜리 메뉴를 먹고 돈이 5,000원 밖에 없다고 우기는 경우) 적어도 시장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차별하는 행태가 상당히 완화되었을 공산이 큽니다.
 


9. 결론

성별 임금격차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본 주요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차별의 비중은 20% 내외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남성과 여성의 생애 최고임금 차이는 두 배에 가까우며, 평생임금격차를 기준으로 하면 막대한 수준이다.

2) 공공부문보다는 민간부문에서 임금차별이 크다. 임금노동부문과 달리 자영업부문에서는 차별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조직에 소속된 노동자로서의 여성이 겪는 차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3) 여성은 모든 직종에서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력(career path) 형성에 실패한다. 임금격차 내 비중은 물론, 커리어 기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성별 직종분리보다 직종 내 차별 완화가 더 시급한 과제다.

 결론만 보면 간단한 문제입니다. 당연하지 않았던 독자가 여기까지 읽었다면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 결과가 당연해 보이는 독자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신뢰할 만한 근거자료가 없다면 아무리 현실을 잘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단순한 주장에 불과합니다. 위험직종의 신화, 이공계 프리미엄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경제학을 공부하며 주제가 논쟁적일수록 현실을 면밀히 계측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인용한 논문과 통계에도 모두 잠재적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와 해외 연구결과를 비교하면 아쉬울 때가 특히 많습니다만, 이것들이 우리가 현재 가진 최선의 자료입니다. 개인의 경험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통계는 노동시장 전체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험은 일화적 증거(anecdotal evidence)이며 현실의 일면만을 드러내기 십상입니다. 섣불리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통계 역시 언제든 뒤집힐 수 있습니다만, 반증가능한(falsifiable) 명제로 설명 틀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중대한 차이가 있습니다.

 자료는 다양한 인과관계를 암시합니다. 구성도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현상을 자세히 기술한 것에 불과합니다("descriptive" statistics). 임금격차 분해 결과는 격차의 원천(source)에 대한 정보만 줄 뿐, 차이와 차별이 발생하는 원인은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톺아보기"입니다. 다음 글부터 차별에 관한 이론적 접근과 인과를 입증하기 위한 실증분석 결과를 소개하겠습니다. 그 전에 조금 쉬었다 가겠습니다. ^^


 
부록 3. 커리어 기대 변화와 노동공급의 관계: 미국의 사례

 여성의 이공계 진출 문제가 커리어 기대와 직결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기대란 사회 여건에 기반한 주관적 인식입니다. 인식 변화가 실제 변화로 반드시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 사회적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커리어 기대 변화에 따른 파급효과를 통계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미국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1960년대 후반까지 30%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젊은 여성들(14세 이상 21세 미만)은 그들도 어머니 세대와 같으리라고 생각했지요. 자신이 35세 때 임금노동자로 일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30% 정도였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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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Goldin (2004). 이하 그림 내용은 필자가 번역.

 이후 10년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자신이 35세 때도 일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70%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실제 여성 경제활동참가율도 빠르게 상승했지만 70년대 당시 50% 수준으로, 기대보다 낮았습니다. 변화가 기대보다 느렸음에도 커리어 기대는 하락하지 않습니다. 여성들이 이전 세대와 다르게 살 것이라는 믿음을 유지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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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Goldin (2004).

 이에 따라 전통적 성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커리어를 지향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대학진학입니다. 여성들은 과거와 달리 대학에 진학하여 인적자본을 축적했습니다. 60년대 말 여성 대졸자 수는 남성의 50% 수준이었습니다. 70년대 말이 되자 70%로 상승합니다. 10년이 더 흐른 80년대 말에는 거의 같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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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Goldin (2004).

 전공 선택도 전통적 젠더 구분과 달라집니다. 60년대 후반 "여성전공"(인류학, 예술계열, 교육(非과학전공), 어문계열, 가정경제학, 사회학 등) 여학생과 "남성전공" 여학생 비율 차는 60%에 달했으나 80년대 중반에 거의 같아집니다. 특히 법학, 경영학, 의약학 등 전문대학원에 진학하여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여성들이 늘어났습니다. 이것이 커리어 기대 변화와 함께 일어난 노동공급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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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Goldin (2004).

 그 결과 여성의 노동시장 지위가 향상되었습니다. 성별 임금격차와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전문직 종사자 성비가 거의 같아졌습니다. 절대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6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매우 높아졌습니다. Claudia Goldin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변화에 "조용한 혁명 (The Quiet Revolution)", "젠더 대수렴 (The Grand Gender Convergence)"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명칭은 여성의 선택에 따른 변화가 노동시장뿐 아니라 사회적 변화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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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Goldin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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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Goldin (2006).

 커리어 기대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주요 요인이었습니다. 미국 자료와 대응되는 한국 통계나 연구는 찾기 어렵습니다. (흔히 90년대 이전 여학생들의 장래희망이 현모양처였다고 하는데, 이 당시 장래희망 조사 자료를 얻을 수 있다면 비슷한 자료일 겁니다.) 그러나 2편 부록에서 보았듯 한국 역시 여성의 전문직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전문직 자격증이 커리어를 "보증"해주기 때문에 이런 선택이 나타날 공산이 큽니다. 일-가정 양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처럼 극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여성의 커리어 기대가 10년 새 갑자기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요? 차차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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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연재의 다른 글은 필자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블로그 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