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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 이성윤 Headshot

아프니까 청춘이다? 우리 진짜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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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대학가 등 청년들이 많은 곳의 점심시간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친구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며 식사하는 모습? 동기들끼리 자장면 내기 한 판? 이런 모습들도 분명 있다.

그러나 최근엔 점심시간이면 편의점을 가득 매운 청년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대학생,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취준생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언뜻 봤을 땐 "뭐가 문제지?"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너무 익숙한 모습인 나머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인스턴트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청년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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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3천 원인 분식점 라면 한 그릇에 비하면 편의점 컵라면은 1/3인 천 원대 가격이면 먹을 수 있다 보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 취준생 입장에선 더 경제적일 수밖에 없다. 5~6,000원인 밥 한 끼도 편의점에선 3천 원이면 나름 괜찮은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인스턴트가 몸에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살기 위해 우리는 건강을 잃는 선택을 한다. 굶는 것보단 건강을 해치는 게 그나마 낫다는 것이다.

어쩌다 우리는 살기 위해 건강을 해치는 선택을 하게 됐을까?

시작은 돈이다. 돈이 없으니 취직을 준비한다. 그러나 취직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보통 취직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일 년. 그 일 년 동안 먹고는 살아야 하니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늘 딜레마다. 취직을 하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 하는데 아르바이트는 하면 할수록 공부시간은 줄고 이는 또다시 취업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으로 주 40시간 일해서 버는 돈은 고작 135만 원이다. 이런 푼돈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많지 않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줄일 수 있는 비용이라곤 그나마 식비 정도다. 이는 '돈 없음 -> 식비 줄이기 -> 인스턴트 -> 건강악화' 또 다른 악순환의 시작이다. 우린 참 이상한 사회에 살고 있다. 취직한 사람은 과로해서 건강을 잃고, 취준생은 취준생대로 건강을 잃는. 둘 다 참 안쓰러운 이 시대의 청춘이지만 그나마 직장인이 나은 점을 굳이 뽑으라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거나, 휴학한 혹은 아직 취직을 못한 취준생들은 내 몸이 건강한지, 망가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건강검진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학교나 직장을 다니면 교내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이나 건강보험에 가입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청년들은 딱히 방법이 없다. 그저 제 값을 다 지불하는 방법 외엔 건강을 체크할 아무런 방법이 없다. 휴학하고, 딱히 소득도 없는 나로서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는 게 부담스럽다. 최근에 귀가 아파 병원에 간 적이 있었는데 난청기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내가 어떤 병을 앓고 있다는 것보다 사실 3만 원 가까이 나온 진료비가 더 부담스러웠다. 특별한 소득 없이 부모님에게 의존하는 이 구간의 청년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지 않는 걸로 부담감을 덜어낼 뿐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청년문제를 접근할 때 일자리 문제만 해결해주면 되는 대상으로 봤다. "등록금도 취직하면 갚을 수 있겠지", "건강보험도 회사 다니면 가입하겠지", "주거 문제도 직장 구하면 사겠지". 모든 청년문제의 결론은 '취직만 시켜주면 해결된다.'였는데 지금은 '취직이 안 되는 사회'가 됐다. 이럴 때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청년실업률을 해소하거나, 아니면 이제는 청년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거나. 개인적으로는 후자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청년실업률은 가까운 미래에 해결될만한 쉬운 과제가 아니다. 설령 해결된다 하더라도 청년을 일자리 문제만 해결해주면 되는 존재로 봐서는 안 된다. 청년이기 전에 시민으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다각도의 시선에서 청년문제를 봐야 한다. 청년들이 아프다. 인스턴트 위주의 빠른 식사가 청년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의 간 기능 악화, 비만율 증가, 콜레스테롤 수치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 기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캐치 프레이즈가 한 때 유행어처럼 퍼진 적이 있었다.

이젠 그게 현실이 됐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청춘들이 아프다.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