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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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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Gorgio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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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당신들이 빽도 지원도 없이 홀로 독립한 사람들이라고 가정하고, 당장 다음 달까지 50만원을 장만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가정하고 알바몬에 들어가서 직접 일감을 찾아봐야 한다. 하루 종일 8시간 일하고 5만 6000원을 버는 단순 알바 일이든, 야간에 12시간 일하고 10만원 받는 택배 상하차 일이든, 카트 수거 정리하고 하루 6만 5000원을 받는 일이든, 좀 높은 시급에 대출금 상환을 독촉하는 콜센터 일이든, 잠 못 자고 불편한 공간에서 12시간을 대기하면서 8~10만원을 받는 방송 보조출연 알바 일이든, 당신들이 하루 에너지를 전부 쏟아붓고 5만원, 8만원 남짓한 돈을 손에 쥐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아야 한다. 술집에서 2~30만원씩 거뜬히 쓰는 당신들이 하루 5만 2000원짜리 인생이 되어 보았을 때 이것이 과연 말이 되는 것인가를 실감해보아야 한다.

당신들이 시급 6500원으로 매일 풀타임으로 일해서 한 달 살아보고, 월세 40만원과 7000원짜리 백반과 통신비 5만원과 교통비 7만원의 무게를 실감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책 디시전 메이커들과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한 달을 살아보고 결정해야 한다. 당신들이 카드 한도, 신용 한도도 없이 50만원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가정하고, 이 단돈 50만원을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직접 체험해봐야 한다.

알바의 세계는 스킬과도 관련이 없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를 할 줄 알아도 시급 7000원, 영상편집을 할 줄 알아도 시급 7000원, 영어를 할 줄 알아도 시급 8900원, 중국어를 할 줄 알아도 시급 8750원이다.

저런 알바는 젊을 때나 한때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만약 이것이 다른 일자리로 넘어가기 위한 말 그대로 발판이 되려면, 최저시급을 받고도 저축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최저시급을 받고도 자기 공부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최저시급으로도 학자금은 갚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지금의 최저시급이란, 눈 뜨고 자기 전에 오로지 그 일만 하는 데 삶을 온전히 갈아넣고도 저축 한 푼 할 수 없는,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스킬을 배우거나 교육 받을 '돈'도 '시간'도 결코 생길 수 없는, 딱 그만큼의 시급이다. 숨만 쉬고 살기만 하는데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완전히 제거된 시급이다. 나는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이게 말이 되는가?

그리고 정말 이게 한때의 발판이려면, 모든 사람이 월급 300만원짜리 정규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저축도 하고, 자기 삶을 위해 조금은 돈을 쓸 수 있다는 월 300만원 일자리. 2016년 기준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대략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월 300만원 이상의 정규직은 20.4% 에 해당한다. 이것은 행운이지 누구나 갈 수 있는 보편적인 가능성이라 할 수 없다. 덧붙이자면 근로자의 거의 절반이 월 200만원 이하를 받는다. 구조가 이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스킬을 업그레이드한다고, 교육을 더 받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어차피 월 300만원 일자리는 20% 아닌가.

사람들은 누구나 아무것도 없이 빚진 상태에 놓일 수 있으며, 삶의 벼랑에 몰릴 수 있다. 비정규직이거나, 근무한 지 6개월 미만이면 실업급여도 없이 해고당할 수 있다. 청소, 경비 일이라는 것도 교육 못 받은 사람들이나 하게 되는 그런 일이 아니다. 멀쩡히 직장 다니거나 사업했던 사람들이 치킨집, 빵집을 차렸다가 대기업에 밀려 가게를 접게 된 후 내몰린 선택일 뿐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최저시급이 6470원으로 결정되었을 때 대부분 시급 7000원을 채택했다. 오히려 시급 6500원을 칼같이 맞춘 곳은 웬만큼 알려진 큰 방송사, 언론사, 백화점, 대기업 리테일러들이었다.

최저 시급으로 자영업자가 힘들다면 자영업자들로부터 임대료 300만원씩 받는 사람들에게서 세금을 왕창 떼어 알바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이 있더라도 올려야 한다. 아, 최저임금이 자신이 없으면 기본 소득이라도 지급해야 한다. 기본소득이 자신이 없으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아니, 최저임금이 아니라 생활임금을 지정해야 한다.

노력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은 노동의 대가가 정당하게 지급되는 세상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지대추구자들만이 살 만한 세상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사람의 1시간 가격 6470원. 당신들이 하루 5만 2000원 받고 꼭 한 달을 살아 보길 바란다. 알바몬 며칠 뒤져 보면서 아무 선택지가 없는 당신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지 찾아보길 바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축하고 차 사고 월급 300만원 받고 산다는 착각에서 빨리 깨어나라. 아무 지원도 없이 홀로 독립한 사람들이 출발할 수 있기는 한 세상인지, 아니 살아갈 수 있기는 한 세상인지, 꼭 실감해 보길 바란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