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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김이수"가 여론조작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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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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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지지자들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실검(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실검 시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념하여 '고마워요 문재인'을 실검 1위로 올려놓더니 이번엔 '힘내세요 김이수'를 실검 1위로 올려놓았다. 이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보수 야권은 일제히 여론조작이라고 성토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엔 더불어민주당의 당직자가 실검 시위를 독려하는 트위터 메시지를 발송하면서 야권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과거 정권의 '국정원 댓글'을 비판하는 민주당은 자신들이 지금 인터넷 여론을 어떻게 장악하고 있는지 자화상부터 봐야 한다"는 논평문을 내기도 했다. 조선일보도 실검 시위를 비판하는 기사로 거들었는데 이번 실검 시위를 '12시간 작전'이라 부르며 "특정 정치세력이 단시간내 '여론 장악' 가능한 나라"라고 꼬집었다.

야권이나 조선일보가 '힘내세요 김이수'에 대한 실검 시위를 여론장악 혹은 여론조작이라 주장하는 핵심 근거는 그것이 친문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문재인 지지자들에 의해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거기다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당직자까지 그런 조직적 실검 시위에 가담했다고 그들은 강조한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실검 시위를 권유하는 글을 올리고 그에 동조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실검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과연 "조직적"이라 말할 수 있는지 분명치 않다. 백번 양보해서 야권이나 조선일보 말대로 그게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이번 실검 시위가 여론조작이라는 그들의 주장에 대한 합당한 근거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 실검 시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조작이라 말한다면 신문사라는 "거대조직"을 이용하여 매일 특정 여론의 사설이나 기사를 생산∙배포하는 조선일보가 여론조작의 원조라 말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야권이나 조선일보의 논리대로라면 신문사 조직을 이용하여 "조직적으로" 여론 형성을 시도하는 조선일보 자신도 여론조작에 가담하고 있다는 자가당착적 결론에 빠진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여론조작이 존재한다. 국정원 및 국방부 사이버 사령부의 댓글 공작,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평 조작, 영화평 및 평점 조작, 온라인 음원 순위 조작, 베스트셀러 조작, 어버이연합회의 알바 집회 등. 이들은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갖는데 그건 그들이 모두 여론 공중에 대한 기만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댓글 공작의 사례를 보자. 알바비와 함께 이명박·박근혜를 옹호하라는 지령을 받은 알바들의 게시글은 자신들의 소신이나 신념을 표현하는 글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치 자신들의 자발적인 소신이나 신념을 표현하는 것인 양 위장하며 댓글을 작성했다. 댓글 알바들이 국정원의 지령에 따라 아무런 생각 없이 좀비처럼 게시글을 작성하면서도 마치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나 신념을 표현하는 것처럼 인터넷 토론 공동체를 집단적으로 기만했다는 말이다. 이런 인터넷 토론 공동체에 대한 집단적 기만, 이것이 댓글 공작의 핵심이고 댓글 공작이 부도덕한 여론조작인 이유이다.

지난 이명박근혜 정부의 여론조작이 온라인에선 댓글 공작을 통해 이루어졌다면 오프라인에선 어버이연합회와 같은 유령단체의 알바 집회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오프라인에서의 알바 집회 역시 온라인에서의 댓글 공작과 동일한 구조를 지닌다. 국정원으로부터 이명박·박근혜를 옹호하라는 지침과 함께 알바비를 받은 어버이연합회 회원들은 사실 국정원의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들은 집회를 개최하며 자신들이 그런 꼭두각시라는 사실을 숨기고 마치 자신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소신과 신념을 표현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여기서도 여론 공중에 대한 기만이 나타나고, 이런 기만이 알바 집회가 부도덕한 여론조작이라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베스트셀러 목록 조작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어떤 책을 구매할 때 그 책이 양질의 책이라는 판단 하에서 그것을 읽기 위해 구매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런 생각 때문에 책을 구매하면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참고한다. 이런 이유로 베스트셀러 목록을 조작하기 위해 책을 대량으로 사재기하는 출판업자는 잠재적 도서구매자들을 집단적으로 기만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것은 부도덕한 여론조작이다.

이처럼 최근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여론조작은 하나같이 여론 공중에 대한 기만을 포함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힘내세요 김이수'에 대한 실검 시위가 여론조작이 아니라는 사실은 자명해진다. 그 시위는 어떠한 기만도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시위의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소신과 신념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이라는 것을 의심한 어떤 이유도 없다. 그것이 여론조작이라는 야당과 조선일보의 주장이 궤변으로 밝혀지는 순간이다.

야당과 조선일보는 실검 시위가 문재인 지지자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건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실검 시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로부터 그것이 여론조작이라는 결론이 따라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신문사 조직을 이용하여 "조직적으로" 여론 형성에 나섰다는 근거에서 조선일보를 여론조작기관으로 매도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 조선일보가 여론 공중을 집단적으로 기만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민주당 관계자가 실검 시위를 독려하는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대목에서 "노무현 정부 하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온라인 댓글을 작성하라는 지침이 있었고 그런 이유로 노무현 정부가 댓글 공작의 원조"라는 자유한국당 정진식 의원의 주장을 살펴보기로 하자. 정 의원의 말이 궤변인 것이 노무현 정부 당시 정부 관련자의 댓글은 정부 부처의 이름, 담당자, 댓글의 본 취지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공개했고, 그런 점에서 여론 공중에 대한 어떠한 기만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만약 그런 정보를 혹시라도 공개하지 않았다면 그 역시 여론조작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여론 형성 과정에서 민주당 관계자가 참여했건 정부 관계자가 참여했건 여론 공중을 속이지만 않는다면 여론 조작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분명 실검 시위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매우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의사표현 방식이다. 그리고 차후에 그것이 이익단체 등에 의해서 남용될 여지를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권 중 많은 것들이(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등) 그런 남용의 여지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오늘도 대한민국의 어느 곳에선 이익집단들이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위하여 집회〮시위의 자유를 남용하고 있을지 모른다.

실검 시위를 여론장악이니 여론조작이라고 비난하는 보수 야당이나 조선일보와 달리 나는 그것이 오프라인 집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들(폭력, 고성, 쓰레기, 교통체증, 경찰력 낭비 등)을 극복하는 한층 평화적이고 품위 있는 정치적 의사표현 방법이라고 본다.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실검 시위를 여론조작이라고 억지스럽게 매도하는 보수 야당이나 조선일보가 시대의 흐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뿐이 아닐 듯하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