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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논란의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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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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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는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영웅이 있다. 일개 도시국가에 불과했던 그리스를 지금의 터키와 인도를 아우르는 제국의 지배자로 이끌었던 알렉산드로 대왕은 그 중의 한명이다. 정복 전쟁 중 그는 작은 왕국의 신전을 방문한다. 그곳에는 복잡한 매듭에 묶여 있는 이륜마차가 하나 있었고 누구라고 이 매듭을 '풀기만' 하면 세상을 지배한다는 예언이 있었다. 왕은 그 매듭을 한 칼에 잘랐고 결과적으로 정복자로 성공했다.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북 성주가 뜨겁다. 잘 아는 것처럼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문이다. 명품 참외만 있으면 먹고 살 걱정 없었던 성주 분들께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다. 문제도 정말 복잡해 보인다. 사드를 배치하면 왜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지? 정말 북한의 미사일을 막을 수나 있는지? 왜 하필 성주라는 후방에 들어서는지? 중국은 또 왜 그렇게 격렬하게 반대를 하는지? 중국의 반발에도 무릅쓰고 정말 사드를 배치할 만큼 중요한 문제가 있는지? 복잡하다는 점에서 알렉산더 대왕이 잘라버린 매듭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퀴 보노'(Cui bono)란 말이 있다. "누가 비용을 지불하고 누가 이익을 보는가"를 뜻한다. 사드 논란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일단 비용을 지불하는 쪽이 누구인가는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의 1년 예산은 약 400조다. 그 중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조에 조금 못 미친다.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최소한 그중의 일부는 교육이나 복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반발로 초토화되고 있는 한국의 관광산업도 손해가 막심하다. 전 재산을 투자해 어렵게 중국에 진출한 많은 사업가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의 손실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중국이 비슷한 문제를 처리해 왔던 방식을 보면 결코 쉽게 중단할 일이 아니다. 한국이 중국 땅에서 배척되는 동안 경쟁자인 일본이나 프랑스와 독일 등은 속으로 만세를 부를 것도 예상된다. 현재 군대에 가 있거나 조만간 입대를 앞둔 이 땅의 젊은이와 그 부모가 지불해야 할 염려도 상당한 심리적 비용이다. 군비경쟁으로 인해 경제 발전이나 미세먼지 제거에 사용되어야 할 돈이 군사비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포의 일상화로 인해 안전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도 얼마나 증가할지 모른다. 반면 이익을 보는 쪽도 분명 있다.

미국의 일반 국민이나 수출업체 등은 별로 얻을 게 없다. 군비경쟁이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무역은 제한되고 세금은 높아진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을 비롯한 미국의 군수업체는 대박이다. 기술적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함으로써 향후 50년간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 부동산 업자가 집을 한 채 판매한 수익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과 유사하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핵과 미사일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 또한 관련 업종에게는 로또다. 미국 의회의 압력을 받았던 주한미군의 고위 관료와 직업군인들도 당분간 실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과포화로 알려진 국내 장군들과 국방비 축소를 우려했던 많은 이해관계자들도 수혜자다. 북한이라는 적이 있어야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국가정보원과 공안검사 등도 이 상황을 싫어할 이유는 없다. 북한에 대한 적대감과 전쟁에 대한 공포심을 선거 때마다 우려먹었던 보수언론과 거대교회와 정치인도 만세를 부를 상황이다. 중국과 북한 쪽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쪽 동네에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몸값이 치솟는 사람과 업종이 있다.

생명체로서 인간은 운명 공동체다. 발가락에 가시가 박히면 통증 때문에 치료를 해야 한다. 눈과 귀, 심장과 혈관의 이해관계는 서로 다르지 않다. 국가 공동체는 이와 다르다. 자본가와 노동자, 군수업체와 제조업자, 수출업체와 수입업체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민주주의는 그래서 일종의 사회적 계약에 의해 지탱되는 것으로 합의를 통해 '이익'과 '손해'를 균등하게 나누려고 노력한다. 사드 논란은 진실과 거짓의 문제가 아니다. 손해를 보는 쪽과 이익을 보는 사람이 대승적 합의를 찾아야 할 문제다. 국가 간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다. 각자 무기를 내려놓고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자. 늦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말이 있다.

* 이 글은 경산신문에 실린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