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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에서 최경환 의원께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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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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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뭔데"라고 하실 것 같아 먼저 한 말씀 드립니다. 당신은 제가 근무하는 대학이 있는 경산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입니다. 지난 19대 총선까지 같은 지역구였던 청도가 제 고향이니까 줄곧 당신은 저를 대표한 셈입니다. 당신은 또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분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저는 당신이 한 결정에 고스란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계부채는 늘어나고 청년 실업이 늘어나는 것 역시 저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날마다 강의실에서 마주하는 제자들을 보면서 참 마음이 무겁습니다. 말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을 대표자로 뽑은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명문대를 나오셨고 졸업하기도 전에 행정고시에 합격했죠. 엘리트만 모이는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하셨고 남들은 쉬다 오는 연수를 활용해 경제학박사가 되셨죠. 정부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논설위원으로 근무하신 경력도 있죠.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식경제부 장관을 그리고 현 정부에서는 부총리 겸 국무총리 대행도 하셨고요. 대한민국에 이 정도의 '금수저' 경력을 가진 분이 얼마나 될까요? 남들은 평생 한번 하기도 어렵다는 국회의원을 4번이나 하셨고 지난 대선에서는 다른 국회의원 공천에도 개입할 정도로 막강했죠. 당신의 능력과 선의를 믿고 자랑스러워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뒤통수를 맞아도 세게 맞았다"는 말이 꼭 맞는 것 같습니다. 경제수장으로서 당신은 낙제점이라고 들었습니다. 대학교수인 제가 힘들다면 다른 분들은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간 가계부채는 1100조원에 달했고 국가채무는 40%까지 치솟았다고 하더군요. 당신이 관련되어 있다고 하는 의혹도 끝이 없습니다. 부당한 인사 청탁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법원에서 위증하도록 했다는 얘기, 삼성을 위해 국민혈세 1,200억 원을 날린 것, 동료 의원을 협박해서 공천에 개입한 일 등 형형색색입니다. 롯데그룹에서 50억을 받았다는 건 또 뭔지요? 투표를 왜 했나하는 '자괴감'이 가득합니다.

고시패스하고 공무원이 된 것은 당신이 노력한 덕분이지만 미국 연수는 국민이 보내줬습니다. 장관을 두 번이나 하고 대통령 최측근이 된 것도 결국은 듬직한 지역구 덕분이지요. 그런데 당신의 모습을 한번 보세요. 생떼 같은 애들이 생매장되는 동안 출근도 안하고, 대기업을 상대로 삥을 뜯고, 국가기밀을 유출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요구가 부당한가요?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면 모두 빨갱이입니까? 창피하고 억울하고 그래서 죄를 묻겠다는데 굳이 반대자 명단 맨 앞줄에 서고 싶은지요? 인간은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당신은 염치가 있는지요? 반대를 하는 이유가 혹시 공범이기 때문인가요?

임숭재, 유자광, 이이첨, 임사홍, 남곤, 김안로. 조선 최대의 간신배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살아서 권세를 누렸을지 모르지만 후손은 별로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나무도 욕을 먹으면 제대로 못 자라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역사는 반드시 기억을 합니다. 대한민국에 진 빚, 역사에 진 빚 또 시대에 진 빚을 너무 늦지 않게 청산하시기를 감히 부탁드립니다. 왕의 목을 한번 잘라본 경험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 이 칼럼은 대구대학교 '대학신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