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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회의 10문10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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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 법관대표회의.


1. 법원 내부 게시판에서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있었나요.

대법원장 사퇴에 관련하여, 정확히 얘기하면, 익명게시요청을 한 9~10개의 글들이 행정처에 의하여 게시된 것은 맞습니다. 다만 제가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 국면에서는 현 대법원장이든, 다음 대법원장이든, 누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의결한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한 추가조사,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그리고 실제로 관여한 사람들에 대한 인적 책임규명, 일시적인 사법행정 관여 배제, 이것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한 판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저는 논의의 초점이 대법원장 사퇴여부보다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 내용과 대법원장에 의한 수용여부에 집중되기를 바랍니다.


2. 전국법관대표회의, 법원 내부의 민주적 정당성은 충분한가요.

민주적 정당성을 얘기하는 분들께 거꾸로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번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사법파동의 역사에서 열렸던 어떤 전국법관대표회의보다 민주적 정당성이 높습니다. 거의 전부에 가까운 판사들이 판사회의와 그리고 그에 준하는 선출절차를 통하여 각 법원에서 선출이 되었습니다.

2003년, 2009년에 일선법관들의 요구에 의하여 행정처가 진행했던 전국법관워크숍, 전국법관회의에서는 일부 법원에서나 판사회의를 열어 대표를 정했지, 이런 식으로 거의 모든 법원에서 판사회의나 이에 준하는 절차를 통해서 대표를 뽑은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1~2명, 2~3명 일부, 뭐 서울고등법원 이런 데에서 문제가 된 사안을 배제하면 거의 95% 이상이 다 뽑혀서 간 것입니다. 사법부 역사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고, 이걸 가지고 민주적 정당성을 공격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3. 충분한 찬반 토론이 없었다는 지적이 맞나요.

6월 19일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하여 추가조사,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하여 추가조사를 할지 말지, 그 재발방지를 위해서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지라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열린 것입니다. 당연히 그 안에서 구체적 결론을 내기 위해서 판사를 뽑아 보낸 것입니다. 개최가 공지된 이후에 구체적인 의안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고, 5명의 대표의 동의만 있으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의안을 발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발의한 관련의안에 대해서 안건당, 4대 안건에 대해서, 안건당 2~3시간씩 토론을 해서, 충분히 토론을 결정했구요. 첫번째 추가조사 안건만 하더라도 결의된 것이 오후 3~4시경이었습니다.

다만 회의 내용을 일선법관, 언론,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늦어져 오해를 부른 측면은 있는데 이는 조만간에 회의내용을 정리한 기록이 공개된다고 하니 그걸로 오해는 충분히 해소될 것입니다.


4. 특정연구회 출신이 주도한 집단분위기에 반대의견을 못내는 분위기였나요.

특정연구회 출신이 주도했기 때문에 정당성이 없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일단 모든 대표들이 선출되어 온 것입니다. 특정연구회 출신이 싫다면 뽑히지 않았을 것이고요. 그리고 특정연구회 출신 비율이 100명 중 30~40명이라는 보도가 있는데, 그 특정연구회 절반 이상이 전체이메일링으로 공지된 게시 사항도 읽지 않을 정도로 이름만 걸어두고 있는 분입니다. 그 중에서 실제 오프라인 활동이 참여하는 분들은 훨씬 적구요. 따라서 30~40명이 그 특정연구회를 대변하는 분들이라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더구나 그걸 빼고도 60~70명 정도의 이와 무관한 판사님들이 존재합니다. 그 중에는 20~30년을 근무하신 고등법원 부장판사님들도 계시고, 15~20년 이상씩 근무하신 지방법원 부장판사님들도 상당수 계십니다. 그리고 판사회의에서 기존에 거수로 많이 결의를 해왔습니다. 그걸 두고 판사가 집단분위기에 휩쓸려서 자기 의사와 다르게 투표했다고 문제제기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5. 법관노조를 만드는 건 아닌가요.

법관회의 상설화가 법관노조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한 것도 봤습니다. 노조가 싫다는 일부 정서에 기댄 비판방식 자체가 온당한지 의문이지만, 일단 판사는 현행법상 노조를 만들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판사들이 법을 어기면서 어떤 것을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모델로 하는 것은 미국연방법원의 연방법관대표회의입니다. 법원 행정처도 미국 연방법관대표회의와 그 하부의 삼임위원회를 모델로 해서 사법행정위원회라는 것을 1~2년 전에 만들었습니다. 법원 행정처가 미국 연방법관대표회의를 참조할 당시 이걸 두고 법관노조가 될 조직이라고 비판하는 견해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미국에 가셔서 한번 미국 학자나 법률가들, 판사들에게 연방법관대표회의는 법관노조가 아니냐 뭐 그렇게 질문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6. 판사들의 집안싸움이 아닌가요.

일부 언론에서 이것을 법원의 집안싸움이라고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맞습니다. 법원 내부의 판사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추가 필요성 여부에 관한 결의도 80대 10~20 정도로 의견이 갈렸습니다. 의견이 갈리는 것은 당연하고, 그런 갈린 의견이 왜 나왔고 논거가 무엇인지를 짚어서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이후 며칠 만에 달린 140~150개의 글들 중 행정처가 만들어 제공한 익명게시 요청기능을 이용한 글 일부가 과한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습니다만, 이후 다수 법관들의 비판으로 수그러들었고 생산적인 글들이 훨씬 더 많이 게시되었습니다.

익명글 게시를 처음 경험한 판사들이 시행착오를 초기에 겪은 것을 너그럽게 봐주시고 추가조사와 제도개선의 내용적 쟁점에 집중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7. 조사권을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위임하는 건 법원조직법 위반 아닌가요.

전국법관대표에게 대법원장이 조사권을 위임하는 것이 법원조직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제가 그냥 묻겠습니다. 이인복 전 대법관을 중심으로 꾸린 진상조사위원회에게 대법원장이 조사권을 위임한 것이 위법한 것이었습니까. 그거는 말 그대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표현이 딱 적절합니다. 더 이상 논의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8.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결의는 과한 것 아닌가요.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결의가 이뤄졌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지나치다, 과하다 이런 의견도 들었습니다. 그런 의견도 충분히 존재하고, 실제로 그런 반대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두고 찬반 토론이 되었습니다. 다만 제가 메모한 바에 의하면, 나중에 공개되겠지만, 찬성이 85, 반대가 3 정도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상설화되어야 된다는 부분에 대한 공감대는 아주 컸습니다.

행정처가 사법행정위원회 형태로 도입한 것의 모델이 바로 미국연방법관대표회의와 그 하부 상임위원회들이구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모델로 한 것도 미국연방법관대표회의입니다.

이미 해방이후 미군정기 법원조직법 제정 논의 당시 전국법관회의에 사법행정권을 주는 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1993년경 사법파동 당시 이미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도입이 요구되었고, 입법화되지는 않았지만 행정처에 의하여도 상당 수준 검토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지금, 이제 다른 미국이나 독일 선진국처럼, 판사들의 회의체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도입할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무르익었다고 판단이 됩니다.


9. 왜 대법원장 입장표명을 요구했나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되었는데

언론에서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결의가 있습니다. 대법원장에게 진상조사보고서에서 확인된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인정여부, 구체적인 인적 책임 소재 규명, 그에 따른 문책계획 등을 포함한 공식입장을 밝히도록 요구한 결의입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는데, 이러한 결의가 나온 것은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논란 당시 열린 전국법관워크숍에서는 대법원 공윤위에 사건이 회부되어 있다는 이유로 책임추궁에 대한 구체적 결의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공윤위가 신영철 전 대법관의 명확한 징계책임에 대해서, 언급을 회피하면서, 구두경고로 그치도록 하는 의견을 냈고, 그에 따라 구두경고에 그치도 제대로 된 책임규명이 되지 않은 전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공윤위는 비록 이번 심의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나 부위원장이 행정처 차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사가 행정처 윤리감사제1심의관으로 되어 있어서, 행정처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대법원장이 위원들을 모두 위촉, 임명하고, 위원들 명단도 위원장 외에는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 박명진 위원장은, 문체부 블랙리스트 핵심 연루자로 지목되어, 이 사건 회부 직후 사퇴하기까지 한 사실이 있습니다. 위원장은 전효숙 재판관으로 교체되었지만, 공개되지 않은 다른 위원들의 독립성에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신영철 전 대법관 사태와 유사하게, 결재라인에 있던 고위법관들의 책임규명, 징계를 회피하고나 최소화할 수단으로, 공윤리가 활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행정처와 대법원장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힘든 구조인 대법원 공윤위보다는 독립성과 민주적 정당성이 훨씬 큰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의를 더 비중있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10. 발의만 되고 2회 회의에서 다루기로 한 제도개선 안건은 무엇인가요

결의되지 않은 4번째 안건도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안건에 대해서 발의 자체는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에 대한 소개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안건인데요. 크게 2가지로 나눠서 발의가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재발방지를 위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할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자는 안건입니다.

두 번째는 그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논의할 주제로, 법관의 영장, 뇌물 사건 등을 포함한 사무분담 방법의 개선(법원장 독점이 아닌 선거로 뽑은 판사회의 운영위원회 관여 등), 잦은 지방으로의 전보인사제도의 개선, 법원장 선출방법의 개선(대법원장 임명이 아닌 선거제, 순번제 등의 검토), 지방법원/고등법원 이원화 즉 고등부장 승진제도를 폐지하자는 논의, 이런 부분들에 대하여 논의를 해 보자는 안건이었습니다.

시간부족으로 발의만 되고 결의에까지 이르지 못했고, 7월 24일에 속행되기로 한 2회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입니다.

국민과 언론에서도 어떤 제도가 설계되어야, 사법행정권이 남용되지 않고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면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재판제도 개선, 사법행정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