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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도시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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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가 만드는 공유도시③]

에어비앤비가 만드는 도시: 밀레니얼이 도시를 바꾼다

요즘 도시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생)다. 이들은 '핫 플레이스'를 발굴하고 퍼뜨리며, 외국인들과 교류하기 쉬운 공유사무실을 이용한다. 또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 모든 트렌드의 중심에 서있다는 점은 놀라울 정도다.

우선 밀레니얼은 이전까지는 주목받지 않았던 골목길을 조명하며 '핫 플레이스'를 만들고 있다. 이들이 핫플레이스를 만들었다는 증거는 서울시가 카드 매출 데이터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가 담긴 책 '도시의 재구성'(이데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을 보면, 서울 마포구 상수 지역에서 매장들의 매출 중 20대가 구입한 금액의 비중은 2013년 41.5%, 2014년 46.8%, 2015년 51.7% 등으로 크게 늘었다. 2014년과 2015년은 서울 상수동 상권이 크게 주목을 받으며 '핫 플레이스'로 발돋움하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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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서울 연남동의 밤 풍경.

20대 밀레니얼을 끌어 들이는 동네는 주거지가 상업지로 바뀌는 등의 커다란 변화가 나타난다.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낸 상당수의 밀레니얼들은 1980~1990년대에 지어진 주거용 건물이 상업용으로 바뀌면서 생기는 독특함에 마음을 뺏겼고, 건축업자들은 이들을 겨냥해 재생건축에 적극 나섰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한옥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전까지는 낡은 것 정도로 치부되던 것들이 '현재'의 표준 바깥으로 벗어나면서 독특한 자산으로 여겨질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밀레니얼들에게는 1970~80년대 건축이 신기하고 놀라운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또 문화적인 혜택을 많이 받은 만큼 미적 감각 및 감수성 또한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시간이 채색한 낡은 것의 가치, 다양성의 가치를 발견해낼 수 있는 세대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에는 젊은이와 같은 곳에서 함께 놀아보고 싶은 '아저씨'들도 따라 들어오며 상업지로서의 기능이 더욱 활발해진다. 이렇게 생긴 핫 플레이스가 바로 상수동, 연남동, 경리단길, 해방촌 등이다. 밀레니얼의 트렌드는 도시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 밀레니얼이 모여 만들어진 핫 플레이스의 용도가 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밀레니얼은 자동차와 도로에도 영향을 준다. 밀레니얼은 자동차를 소유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30대가 구매한 승용차는 14만4,360대로 지난해 상반기 16만2,422대보다 11.1% 감소했다. 이 기간 30대의 신차 구매 비중은 18.2%로 20% 이상을 기록하던 때와 비교해 비중이 줄어들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로, 일본자동차공업협회 조사 결과, 30세 미만 젊은이들의 자동차 면허는 증가했지만 소유 비율은 2001년은 14%였던 데 반해 2015년 6%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밀레니얼들은 자동차 소유에 집착하지는 않지만, 자동차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다 보니 차량 공유 시장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카셰어링 공유경제 관심 속 시장규모 지속적 증가' 보고서를 보면, 차량 공유의 세계시장 규모는 2015년 11억 달러에서 2024년에는 65억 달러로, 국내 시장 규모는 2016년 1,000억원에서 2020년 5,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 소유가 줄어들고 공유가 늘어나면 도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포럼이 낸 '공유경제의 이해 (Understanding the Sharing Economy)' 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는 뉴욕의 택시 데이터를 활용한 MIT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택시 운행 가운데 80% 정도는 두 명 이상의 승객들의 공유하는 형태로 운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운행량이 40%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다.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의 전신이었던 택시 예약앱 디디다처는 하루 평균 114만3,000건의 승객이 차량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만큼 도로 위의 자동차가 줄어들고, 차량을 위주로 한 도시계획이 변화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공유오피스와 공유주택 등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역시 밀레니얼 때문이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공유 공간을 밀레니얼은 아주 좋아한다. 이들은, 다른 이들과 교류하고 싶어하고 그 교류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얻고 싶어 한다. 디자인과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하다보니 잘 꾸며진 공간을 선호한다. 세계적인 공유오피스 위워크는 이곳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에게 제공하는 사무실의 크기는 작고 단순하기 그지 없지만, 공유공간은 널찍하고 여유있게, 그리고 디자인에 세심하게 신경써 꾸며놨다. 공유공간을 카페처럼 화려하면서도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해 전용 오피스 공간의 협소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공유주택들 역시 전용 방은 좁을지 몰라도 공유공간은 최대한 넓고 화려하게 만들어 심리적 만족감을 유도하고 있다.

스몰비즈니스랩에 따르면 공유오피스는 2007년 전세계에 14개 정도에 불과하던 것이 2016년에는 1만1100개로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2만6078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국에는 위워크 외에도 패스트파이브, 블랙스튜디오 등이 있는데, 특히 외국계 공유오피스를 사용할 경우 외국인 스타트업 운영자들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최근 '외사친(외국인 사람 친구)'이란 단어가 뜨는 것처럼, 밀레니얼은 손쉽게 외국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공유오피스 플랫폼을 선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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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 중국의 밀레니얼들을 대상으로 여행, 집 구입, 자동차 구입, 대출 상환을 예로 들며 정기적으로 돈을 적립하고 있는지 물었을 때 나온 답변(중복 답변 가능)의 비율.

숙박 분야에서도 밀레니얼의 영향은 크다.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낸 보고서 '에어비앤비와 밀레니얼 여행의 부상 (Airbnb and the rise of Millennial Travel)'을 보면, 밀레니얼들은 빚을 내어 집을 사는 것보다 여행을 더 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80% 이상의 밀레니얼들이 여행할 때 더욱 모험적이고 지역적 특색을 가지고 있거나 개인적인 독특한 경험을 원한다고 설문에서 밝혔다. 에어비앤비 게스트의 약 60%는 밀레니얼이다. 밀레니얼들은 설문에서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지역적 특색이 있는 '로컬' 동네를 더 좋아하고(미국 55%, 영국 53%, 중국 56%), 숨겨져 있는 로컬 장소를 찾아내는 것을 좋아하며(미국 53%, 영국 57%), 특히 로컬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미국 75%, 영국 71%, 중국 65%)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이르면 연남동과 상수동, 경리단길 등 핫 플레이스를 찾는 이들과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로컬을 경험해 보려는 이들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한국에서 나타나는 도시적 경험이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여행 트렌드와 동조 현상이 나타나는 데에는 밀레니얼이라는 키워드가 숨어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