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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박근혜가 왜 비겁한 대통령인지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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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GEUN HYE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주한미군 배치 결정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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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 계획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다음날인 1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은 회의에서 사드 성주 배치의 당위성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런데 그 발언 내용을 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그려진다.

(개념도를 가리키면서) 그러나 이 방어 개념도에서 보듯이 현재는 패트리어트 전력만으로 주요 공항, 항만과 같은 핵심시설 위주로 방어하고 있어서 남한 지역 및 국민의 안전 확보가 안 되는 지역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드가 성주 기지에 배치가 되면 이 아래 방어 개념도에서 보듯이 중부 이남 대부분의 지역을 방어할 수 있는 큰 원이 생깁니다. (관련기사: 박근혜 대통령은 NSC 회의에서 "성주는 우려할 것이 없는 안전 지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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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넬까지 가져다 놓고 친절하게 '강좌'까지 하셨다

충분히 합리적인 설명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대체 이게 무슨 회의이길래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이런 설명을 하고 있는 걸까? 청와대에서 '(대통령 직강)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 개론'이라도 열린 걸까?

놀랍게도 이날 열린 회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였다. NSC란 대한민국 헌법 91조에 의해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군사정책과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국무회의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여기에 배석하는 인사로는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국가정보원장, 국가안보실장, 외교안보수석 등이 있다. 지금 이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강좌를 들어야 하는 사람들일까? 이들은 사실 박 대통령이 설명하고 있는 바로 그 내용을 수립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람들이다.

부장이 사업 진행 방향 수립의 근거에 대해서 보고하라 해서 밤새 작업하여 갖다드렸더니 이튿날 회의에서 우리를 모아놓고 바로 그 내용을 갖고 강좌를 한다. 모르긴 몰라도 14일 NSC 배석자들의 기분이 그와 비슷했으리라.

park nsc
뭐... 일단 다들 열심히 듣고 있는 것 같긴 하다

물론 청와대가 정말로 의도한 '강좌'의 '대상'은 NSC 배석자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인 NSC를, 그것도 박 대통령의 '안보교육' 내용만 언론에 공개한 것만 봐도 이것이 '대국민 메시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그러고 보면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국가 현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견해를 청와대에서 열리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듣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게 됐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원한다면 그 창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기자회견을 열 수도 있고 대국민 담화를 할 수도 있다. 하다못해 허프포스트에 블로그도 만들 수 있다 (대환영!).

대한민국 대통령이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수석비서관회의는 물론이고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NSC 회의의 귀중한 시간까지 할애해야 했을까?

청와대 관계자에게 내부 사정을 듣지 못한 나로서는 그 이유를 헤아리다 억측을 내놓는 것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할 수 있다.

국민과의 '대화'는 상대편(국민)의 응답 또는 반문이 뒤따르지만, NSC 회의에서의 '강좌'에 대해서는 배석자 누구도 반문하지 않으리라는 것. 그래서 총리는 성주로 보내놓고 자신은 몽골에 간 박근혜 대통령은 더욱 비겁하다는 것.

[관련기사] 모처럼 환하게 웃은 박 대통령은 몽골에서 잘 지내고 있다(화보)
park mong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