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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 과학자의 호기심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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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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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남의 과학책 산책]

사소한 것들의 과학 | 마크 미오도닉 지음, 윤신영 옮김/MID(2016)

내가 일상에서 재료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은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할 때뿐이다. 유리병, 신문지, 스티로폼은 쉽다. 그러나 조금만 더 복잡해져도 난감하다. 코팅된 종이는 종이 칸에 넣으면 안 되겠지. 그럼 비닐 칸에 넣나? 알루미늄 박지는 금속인데 그럼 캔 칸에 넣나, 비닐 칸에 넣나? 우리가 흔히 비닐봉지라고 부르는 것을 영어로는 '플라스틱 백'이라고 부른다는 것까지 떠올리면 정말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내리는 결정의 절반 이상은 재료에 관한 결정이다. 거실 탁자는 나무가 좋을까, 철재가 좋을까, 요즘 유행하는 대리석이 좋을까? 나무는 따뜻하지만 흠이 나고, 철재는 세련되었지만 차갑고, 대리석은 아름답지만 무겁다. 디자인도 중요하겠으나, 그 디자인이란 것도 대체로 재료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탁자뿐 아니라 모든 물건을 제대로 고르고 쓰려면 재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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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재료는 중요하다'라는 이 책의 원제가 번역본에서 '사소한 것들의 과학'이라고 바뀐 데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픈 마음도 든다. "재료는 전혀 사소하지 않다고요!"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재료 이야기는 곧 일상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사소하게 여겨지는 모든 물건의 이야기라는 것 아닌가. 더구나 저자가 재료공학자인데도 교과서가 아니라 자전 에세이처럼 책을 썼기 때문에,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이라는 부제도 이해할 수 있다.

잠깐, 그런데 재료공학을 주제로 자전 에세이를 쓸 수가 있나? 놀랍게도 가능하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 알게 된다. 어릴 적 강도의 면도날에 찔린 순간 강철이라는 재료에 매료되어 끝내 제트엔진 합금 연구자가 된 저자는 눈 돌리는 모든 곳에서 재료를 읽어낸다. 강철, 콘크리트, 플라스틱, 유리, 흑연 등 열 가지 재료를 소개한 이 책의 이야기는 늘 저자의 일상에서 시작되어 우리의 일상에서 끝난다.

가령 이런 식이다. 저자는 교통사고를 당해서 몸이 차 밖으로 튕겨났던 일화를 회상하며, 그런데도 산산조각 나지 않았던 앞유리창에 감탄한다. 그런데 손만 대도 깨지는 와인잔에 비해 강화유리는 왜 그렇게 튼튼할까. 답은 유리 중간에 래미네이트라는 플라스틱 층이 끼어서 파편들을 풀처럼 묶어주기 때문이다. 방탄유리에는 그 플라스틱 층이 여러 겹 있다. 저자는 뉴스로 도심 시위 장면을 보면서 '요즘은 강화유리를 쇼윈도에도 많이 쓰니까 시위대가 벽돌을 던져도 유리가 멀쩡하구나' 하고 감탄하는 사람이다.

또 부모님이 결혼할 때 장만했던 귀한 본차이나 찻잔을 보면서는 세라믹의 역사를 읊으면서 도기, 도자기, 자기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자기 몸도 재료를 이야기하기에 좋은 대상이다. 이의 충전재로 쓰이는 아말감과 복합수지는 뭐가 다른지, 무릎에서 대체 인대를 고정해주는 나사는 왜 하필 티타늄인지.

이런 서술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대목은 종이를 다룬 장이다. 저자는 영수증, 인화지, 포장지, 책, 화장지, 지폐 등등 종이로 된 여러 물건들 중 자기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했던 것들을 꺼내어 종이의 다양한 능력과 매력을 설명한다. 종이접기는 왜 종이로만 할 수 있는지, 잡지는 왜 광택지를 쓰는지, 그리고 연애편지는 왜 종이에 써야 제격인지. 과학 용어로 쓴 이 아름다운 종이 찬가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