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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영 Headshot

너무 많은 걸 바라게 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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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걸 바라게 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 티비에서는, 페이스북에서는, 인스타에서는, '완벽함'이 판을 친다. 돈이 많은데 시간도 많다. 수익률은 높은데 리스크는 낮다. 연봉도 쎄고 복지도 쩌는데 업무강도는 약하다. 날씬하다 못해 말랐는데 가슴은 크다. 누가 봐도 매력적인데 정작 본인은 다른 사람들한텐 전혀 관심이 없고 딱 한 사람에게만 매력을 느낀다. 자유로운데 책임은 없고, 성취는 대단한데 노력은 적다.

미디어들도 열심히 '완벽함'을 예찬한다. 그들이 말하는 구글이랑 페이스북은 좋은 회사다 못해 거의 천국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쉰 살이 돼서도 즐겁게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즐비하다. 스타트업에선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분위기 아래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돈도 언젠간 많이 벌게 된다.

그런데 정작 주변에는 이런 케이스가 없다. '그 형이 그렇대' '내 친구가 다니는 회사는 이렇대'는 좀 있지만, 두 눈으로 직접 이런 '완벽함'을 본 적은 없다.

주변에 돈 잘 버는 사람도 많고 일 잘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들 모두는 문자 그대로 '살인적인' 업무강도를 병행하고 있다. 투자 수익률이 높은 지인들을 보면 다들 엄청나게 공부하고, 나름의 리스크를 감수한다. 크게 터뜨리지만, 종종 그만큼 크게 잃기도 한다. 내가 매력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선택지가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아무 조건 없이 나만 바라볼 리가 없다. 그런 이기적인 사랑은 부모님이랑 드라마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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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구글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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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랜드 구글 캠퍼스 구내식당의 아침식사 바

기사에서 묘사하는 구글은 천국이지만, 실제로 구글 본사에서 일한 친구는 구글의 복지가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일만 하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중요 업무를 맡을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예고 없는 대량해고는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마흔밖에 안 됐는데 이직을 하기 위해 젊게 보이려고 성형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한다. 즐겁게 놀듯 일한 많은 스타트업들의 통장 잔고는 서서히 말라가고 있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도 벌기 위한 기회를 갈망하는, 그러나 결국 한 차례의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지원자들이 나온다.

기대는 갈수록 완벽해지는데, 현실은 여전히 현실이다. 이 간극은 점점 커져가는 듯하다. 벌어지는 간극은 불만이 되기도 하고, 짜증이 되기도 하고, 미움이 되기도, 억울함이 되기도 한다. 분노가 되기도 하고, 질투가 되기도 한다.

현실이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현실도 지금의 기대에는 부합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살을 빼도 설리는 인스타그램에 날씬해진 나보다 훨씬 예쁜 사진을 올릴 거다. 기를 쓰고 일을 해서 십억을 모아도 누군가는 복권 한 방에 백억을 벌 거다. 우리는 불가능을, 혹은 기적을 기대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개선되어야 할 건 현실이 아니라 기대 수준일지도 모른다.

멋진 일은 어렵고, 좋은 건 비싸다. 거저 얻어지는 건 없다. 무언갈 얻으려면, 그만큼의 값을 치러야 한다. 이것만 인정하면, 그리고 잊지 않으면, 참 감사하고 은근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 게 우리네 인생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 인생은 그렇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