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장수연 Headshot

남편들에게

게시됨: 업데이트됨:
1
Gettyimage/이매진스
인쇄

얼마 전, 남편에게 크게 감동한 일이 있었다. 남편이 세탁기를 돌렸는데, 내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브래지어를 세탁망에 넣어 세탁한 것이다! 이런 지적인 남자! 결혼한 지 5년 만에 나는 내 남편을 '세탁망을 사용할 줄 아는 인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호모 세탁망쿠스'라고 종족 이름이라도 지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친구들과 만나 이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날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세탁망이라니, 세탁망이라니!

SNS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남편이 빨래를 개면서 아내에게 그러더란다. "나 좀 봐. 진짜 가정적이지 않냐?" 아내가 대꾸했다. "빨래 개는 것 가지고 가정적이라고 하면... 나는 집안일에 미친 여자겠네..?" 많은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느끼는 답답함이 그 부분인 것 같다. 집안일을 하면서 '으쓱으쓱, 나는 참 가정적이야'라고 생각하는 것. 손 하나 까딱 안 하던 우리의 아버지들에 비하면 물론 고무적이지만, 사실 집안일은 한 집에 같이 사는 파트너로서 분담해야 할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그리하여 나는 '세탁망 사용 기술'을 습득한 남편보다, 지난 5년 간 그를 가르쳐 온 나의 끈기와 집념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고생 많았다, 나여. 눈물이 나는구나. 내친김에 남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1. 집안일은 공동의 일이다. 당신이 남자 룸메이트와 같이 산다고 생각하면 '절반 분담'을 당연시하지 않겠는가. 하물며 나는 당신보다 물리적으로 힘이 약하다. 당신이 더 많이 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은가. (외벌이/전업주부라고? 그렇다면 전업주부에게도 직장 다니는 남편처럼 출퇴근과 휴일과 휴가의 개념을 적용해야 하지 않나. 그걸 요구하지 않는 아내라면, 고마워해야지.)

2. 나도 당신과 결혼하기 전까지 엄마 밥 먹으며, 엄마가 빨아서 개어 준 속옷 입고 살았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집안일에 '특별한 기술'이 있지 않다는 말이다. 나도 잘 못 한다. 많이 해서 익숙해졌을 뿐이다.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집안일에 서툴다면, 아내에게 미안해 해야 한다.

3. 아내가 남편을 칭찬할 때, 대개는 '잘 꼬셔서 이거라도 하게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이 악물고 웃는 경우가 많다.

4. 당신이 아무리 집안일을 많이 한다고 생각해도, 아내가 그보다 많이 하고 있다. 억울해 할 것 없다.

5. 시댁 갔을 때, 조카들이랑 놀아준다고 방에 들어가 있지 마라. 당신이 블럭 맞추는 데 열중하는 동안 거실과 주방에선 많은 일이 일어난다.

6. 애기 옷 사고 장난감, 유모차 사는 게 내 쇼핑이냐? 도끼눈 좀 뜨지 마라. 정작 내 옷은 사지도 못했다. 뭘 사야 하는 지 찾아보는 것도 육아에 속한다. 얼마나 시간과 품이 드는지, 당신도 한번 해보고 얘기하자.


저와 제 지인들의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습니다.
의견 주시면 추가해서 업데이트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편들의 이야기도 혹시 듣게 된다면 '아내들에게'도 써볼까요?
그렇게 되면... 전쟁인가요? ^^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