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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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누구에게나 그런 날' 의 저자

손수현 블로그 목록

택시기사님이 보낸 문자

(0) 댓글 | 게시됨 2018년 01월 16일 | 0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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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유가 조금도 없던 날이었다.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닌 걸 알면서도 마음에 꽂힌 말들이 빠지기는커녕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왜 하필 이런 날 일까지 몰려서. 재밌게 했을 일도 모두 짐으로 여겨질 뿐, 예정보다 2시간가량 당겨진 녹음도 그날은 달갑지 않았다. 곧바로 보이던 빈 택시조차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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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0) 댓글 | 게시됨 2018년 01월 09일 | 0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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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에 한 번이라고 했다. 

지금까지의 만남을 가만히 떠올려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았다. 학창 시절 친구들이나 대학 동기, 함께 인턴을 했던 몇몇을 제외하곤 두 달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 결혼식 같은 큰 행사가 아니면 다 같이 모이는 일도 드물었다. 매일 붙어 다니던 누군가는 아예 연락조차 닿지 않았고, 각자의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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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데리고 비행기 탄 날에 생긴 일

(0) 댓글 | 게시됨 2018년 01월 03일 | 0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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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힘을 주고 있던 탓인지 한쪽 어깨가 욱신거렸다. 승객들은 잠을 청하기 위해 편안한 자세로 고쳐 앉았고, 승무원들은 이륙 준비를 하기 위해 선반 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일찌감치 좌석에 앉았음에도 나는 허리를 빳빳이 세운 채 긴장을 풀지 못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시선은 발 밑에 둔 케이지를 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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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다림

(0) 댓글 | 게시됨 2017년 12월 27일 | 0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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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나 마트에 갈 때면 이거 사달라, 저거 사달라 떼쓰는 아이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아직 먼 미래의 일인데도 매번 그 상황을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내가 마주쳤던 부모들은 대개 냉소적인 표정으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거나 어르고 달래 얼른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했다. 나라면 혼내기도 달래기도 어려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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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이 가기 전에

(0) 댓글 | 게시됨 2017년 12월 20일 | 0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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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딸랑. 딸랑.

문에 달린 자그마한 종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고픈 배를 달래려는 직장인들이 우르르 밀려들어왔다. 나는 면발이 보이지 않을 만큼 진한 라멘 국물을 앞에 두고, 감겨오는 눈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가게는 찬 공기를 잊을 만큼 아늑했다. 두 볼에 닿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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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나는

(0) 댓글 | 게시됨 2017년 12월 13일 | 0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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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 자리가 있었다. 처음 보는 분이 나를 글로 먼저 만났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 조금 당황했다. 회사 밖에서 내 이름을 밝히고 글을 쓰는 일은 거의 없는 데다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글을 읽었다니 행동 하나 말 하나까지도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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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아닌 친구

(0) 댓글 | 게시됨 2017년 12월 05일 | 0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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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좀 해봤다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 정도 나이에, 이 정도 연차되면 친구보다 지인이 더 많아진다고. 그 말을 할 때면 하나같이 쓸쓸한 표정을 숨기질 못했는데, 요즘의 내가 꼭 그렇다. 아직 한참 남은 줄 알았던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친구라고 소개하기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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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동의하지 않아요

(0) 댓글 | 게시됨 2017년 11월 28일 | 0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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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자몽에이드가 맛있어요."

유난히 날씨가 좋았던 평일 오후. 처음 인사를 나눈 분들과 식사를 하고, 근처에 있는 카페에 도착했다. 그때 한 직원이 평소에 자주 오는 곳이라며 선뜻 메뉴를 추천해주었다. 메뉴판을 골똘히 보고 있던 모두는 일제히 같은 대답을 했다.

"그럼 전 자몽에이드." "저도!" "저도요."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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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의 전부

(0) 댓글 | 게시됨 2017년 11월 21일 | 07시 50분

매 순간 이토록 사랑받는 시기가 또 있을까.

나는 허리춤에도 닿지 않는 자그마한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차 안에 있던 모두는 잘 알아듣기 어려운 어눌한 말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잘하네, 잘하네, 연신 머리를 쓰다듬었다. 세상의 빛을 본지 이제 갓 600일이 지난 남편의 조카는 사람들의 반응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할머니의 말을 두어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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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게여야 하는 이유

(0) 댓글 | 게시됨 2017년 11월 14일 | 0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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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guksu

일주일 넘게 시름시름 앓았다. 이번 환절기는 무사히 넘기는가 했는데 기온이 뚝 떨어졌던 어느 날, 아주 지독한 녀석에게 걸리고 말았다. 끼니보다 더 부지런히 챙겨 먹어야 하는 약 때문인지, 입맛도 싹 사라졌다. 배가 고픈 것도 잘 느끼지 못했고, 아픈 동안 2kg이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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