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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에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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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RICE COFFRINI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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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선근(민생거북선위원회 위원장)

시진핑 주석, 부디 분노에서 벗어나 멀리 내다보기를 바랍니다.

요즘 당신은 정말 분노에 차 있는 듯합니다. 미국의 대중국포위망에 한국이 포함되자 중국이 곧 위기에 빠질 듯이 놀라고 있는 모습이 선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중소상인이 대상이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인원이 많아 효과가 클 것이라고 판단하여, 그 분노의 방향을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돌려 보복의 대상으로 삼았겠죠.

한국의 중소상인들은 재벌대기업들에게 상권을 침탈당하느라 정말 힘들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중국이라는 큰 거래상대가 생겨 명동과 동대문 등은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영업성과 올리기와 한국의 국정농단세력의 탐욕이 만나 사드라는 대중국포위망을 설치하려 하면서 중국의 경제보복을 받게 되었습니다.

롯데 같은 대기업과 달리 명동과 동대문의 중소상인들은 자본여력이 없는 정말 작은 상인들입니다. 그래서 손님이 어느 정도 이상 줄면 바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며칠 전 아침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이 분들과 함께 항의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명동에서 화장품가게를 하는 분도 참석하였습니다. 그 상인은 전 재산에다 빚을 보태 가게를 내었는데 3년 만에 겨우 수익이 나는가 했더니 사드사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차츰 유커가 줄어들다 최근에는 아예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임대료를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눈물을 흘립니다. 어디나 임대료를 못 내면 쫓겨나는 게 임차인의 처지라서 이제나 저제나 건물주의 계약해지통보가 올까 마음을 졸이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분이 명동과 동대문에는 수만 명이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을 압박해 한국정부의 정책을 바꿀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면 그 건 오산입니다. 지금 한국은 동란상태입니다. 대통령을 잘못 뽑아 온 나라가 촛불로 타올랐고, 그로인해 일찍 치러지게 된 대선에 몰두해있어, 이들의 불행쯤을 돌아볼 정치세력은 한국에 없습니다.

물론 나라의 안보에 큰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속수무책으로 앉아있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 분들을 대상으로 삼진 마십시오.

그리고 한한령으로 대응하진 마십시오.

왜냐구요?

지금 중국인이 한국의 대중문화에서 즐거움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중국이 미래에 만들어야 할 문화를 미리 즐기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한때 일본문화를 즐겼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급속히 발전하며 곧 일본문화를 따라잡고 미국문화를 향유하였습니다. 즉 한 나라의 문화는 아주 앞선 문화를 그대로 흡수할 순 없습니다.

아주 격차가 큰 문화는 마이크로네시아의 원주민들의 경우처럼 박래품신앙만 남기지 그 자체로 현대적인 문화를 만들지 못합니다. 문화 속엔 그 사회가 달성한 모든 요소가 다 들어있기 때문에 수입한다고 바로 자신의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 요소들이 다 읽혀서 이해되지 않으면 결코 소화되지 않는 것이 문화입니다.

그래서 바로 앞 단계에 있는 문화를 큰 격차 없이 만나는 것은 그 나라의 행운입니다. 유럽은 그렇게 격차가 크지 않아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하나의 유럽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북아시아는 자본주의문화의 중심인 미국 유럽과 상당히 큰 격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바로 앞 단계에 있는 한국문화는 중심문화를 대부분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고 있습니다. 중국이 한 단계만 극복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저는 얼마 전 중드(중국 드라마) '랑야방-권력의 기록'을 정말 흥미 있게 보았습니다. 한국은 드라마의 짜임새를 만드는데 거의 50년이 걸렸습니다. 즉 문화의 얼개를 선진문화에서 배우는데 50년이 걸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랑야방은 거의 한국 드라마의 짜임새를 따라왔습니다. 조금만 더 한국과 교류를 다양하게 한다면 거의 대등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여 중국인의 저력에 깜짝 놀랐던 것입니다.

시진핑총리!

지금 이 기회를 경제보복으로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중국속담처럼 기회는 앞에서 잡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놓치기 쉬우니 만났을 때 확실히 잡으세요. 안보에 대한 지레걱정으로 심기망상적 대응을 하기 보다는 더 값진 문화강국의 길을 택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