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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등록을 해야 하는데 선거구가 없어졌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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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속살②> 후보등록을 해야 하는데 선거구가 없어졌다니

저는 올해 4월 13일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녹색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예비후보등록을 해야 하는데, 제가 등록할 선거구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작년 연말까지 국회에서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국회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했습니다. 그러나 국회가 선거구 획정을 빨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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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은 선거구 획정을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은 지금 의정활동보고서라는 것을 돌리고 있고, 의정보고대회라는 명목으로 행사도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더불어 민주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한 사람으로부터 문자를 받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전화번호 목록에 등록되어 있었던 것같습니다. 문자내용을 보면, '본인이 00지역을 위해 일해온 것을 보고하는 자리를 가지니 꼭 참석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선거법상 이런 식의 활동은 의정보고라는 명목으로 허용이 됩니다. 그러니 현역 국회의원들은 급할 것이 없습니다.

이러다보니 사상 초유의 '입법 공백'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선거법상 작년 12월 15일부터는 언제든지 예비후보로 등록해서 선거운동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미처 등록을 못한 사람들은 선거운동을 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헌법재판소에 '선거구 미획정 상태는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헌법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구는 국회에서 법률로 정하라'고 위임해놨는데, 국회에서 손놓고 있는 것은 '입법부작위'에 해당하므로 위헌이라는게 저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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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만든 1차적인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있습니다. 이들은 '선(先) 민생 후(後) 선거구획정'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말도 안 되는 논리이고, 그 자체로 위헌적인 논리입니다.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피할 수 없는 절차입니다. 그리고 선거의 핵심원칙은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새로운 정당, 새로운 후보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구 획정을 다른 사안과 결부시켜 뒤로 미룬다는 것은 공정한 선거를 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름없습니다. 한참 선거운동이 진행되어야 하는 시점에, 예비후보 등록 자체를 못하게 만들어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집권여당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노동법을 개정하는 것과 선거구 획정은 아무런 논리적 연관이 없습니다. 연관이 없는 문제를 연관시키는 것은 지금의 위헌적 상황을 지속시키고, 그것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얻겠다는 '얕은 계산'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편으로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한편,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까지도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위헌적인 입법공백상태'에 대해 불복종 선언을 하고, 선거운동에 들어갈 것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저의 예비후보 등록을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저는 신청서를 제출하고 선거운동을 공공연하게 할 것입니다.

헌법이 보장한 저의 정치적 권리가 국회가 만든 입법공백으로 인해 침해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정당은 후보자를 당연히 낼 수 있고, 후보자는 당연히 선거운동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회의 임무해태 때문에,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억지 논리 때문에 저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헌법이 보장한 선거운동의 자유를 과감하게 행사할 것입니다. 그 이후의 얘기도 계속 이 블로그를 통해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 <선거의 속살>은 필자(하승수)가 서울의 종로구에 녹색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를 결심한 이후에 경험하는 대한민국 선거의 현실에 대해 시민들과 공유하려는 기획입니다.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선거법, 돈많이 쓰고 개발공약을 내세우는 선거문화가 대한민국 정치를 좀먹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공론화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