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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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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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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뉴스를 보며, 지금 이곳은 내가 살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다. 그러나 떠날 수 없다면, 아니 떠나지 않겠다면 이번 기회에는 제대로 바꿔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집은 비가 새다가 지붕이 무너져 내려앉을 상황이다. 다행히 집의 주춧돌인 시민들은 건강하다. 집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고 모인 시민들이 100만명이 넘는다. 이 마음을 모은다면 무언들 바꿀 수 없을까? 희망을 갖고 자신감을 가져보자. 그리고 각자 '내가 살고 싶은 나라'를 꿈꿔보자.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사람 위에 사람 없는 나라이다. 차별 없고 평등한 나라이다. 재벌회장도 한 명의 시민에 불과한 나라이다. 정경유착, 재벌특혜 같은 단어는 설 자리가 없고, 일을 하는 노동자는 누구나 정당한 대우를 받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을 받는 나라이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삶은 보장하는 나라이다.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는 나라이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삶터에서 쫓겨나지 않고 밀려나지 않는' 나라이다. 누구나 밤이 되면 편히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주거공간이 있고,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없는 나라이다.

이런 희망이 꿈 같다고 말하자는 말자. 세상에 있는 여러 나라들 중에 이 정도는 이루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8천달러가 넘는다는 대한민국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살기가 팍팍한 것은 국민 탓이 아니라, 잘못된 사회구조 탓이다. 파이가 작은 것이 아니라, 파이의 분배가 불공정한 것이 문제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경찰이 '대통령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의 지팡이'인 나라이다. 시민을 공격하는 경찰, 청장이 국회에서 거짓말을 하는 경찰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청와대를 지키기 위해 동원된 경찰들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다. '내가 이러려고 경찰을 했나'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검찰은 어떻고 법원은 어떤가? 검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검찰총장은 쫓겨나고, 양심에 입각해 독립된 판단을 하는 법원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력의 시녀'가 아니라 권력 앞에 당당한 검찰,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서 자유로운 법원을 보고 싶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강요된 학습이 아니라, 자유로운 배움이 보장되는 나라이다. 누구나 돈에 관계없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고, 획일성보다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교육이 가능한 나라이다. 끊임없이 사람을 평가하고 줄세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사람을 존중하는 나라이다.

뿐만아니다. 미세먼지 걱정 없이 마음껏 숨 쉬고 뛰어놀 수 있는 나라, 원전에 대한 공포가 없는 나라, 자본의 이윤을 위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 이런 나라를 기대하는 것이 욕심일까?

모든 것은 헌법 제1조가 무너진 것에서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왕조국가였고, 비선공화국이었다. 자본공화국이었고, 관료공화국이었고, 기득권공화국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시스템은 전혀 헌법 제1조와 무관하게 설계되었고 운영되어 왔다.

지금의 여의도를 보라. 지역구에서 1등을 해야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는 거대정당이 지배하는 정치구조를 만들었다. 돈이나 인맥, 스펙이 좋지 않으면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을 수도 없다. 이런 식의 선거제도라면, 다양한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며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는 불가능하다.

지금의 국회에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이 있는가? 장애인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있는가? 20대 국회의원이 있는가? 농민을 대표할 수 있는 국회의원은 몇 명이나 되는가? 여성 국회의원은 얼마나 되는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덴마크, 복지국가로 유명한 스웨덴, 탈핵(탈원전)과 에너지전환을 이뤄내는 독일. 대한민국 사람들이 이민가고 싶어 하는 뉴질랜드같은 나라들을 보라.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다양한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고, 특정정당이 독주할 수 없는 선거제도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에 있다.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이 배분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핵심이다.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런 식의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기득권의 벽을 깨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고,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고, 지방의 자치를 확대하는 헌법개정이 필요하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박근혜', '최순실'로 대표되는 국정농단, 권력남용, 부패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나라이다. 이제 나도 '헬조선'이 아니라 '행복한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싶다. 그래서 사람의 교체로는 부족하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모든 것은 주권자인 시민들에게 달려있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바꿔보자.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변호사)

* 이 글은 11월 19일 광화문 광장에서 배포된 <광장신문>에 기고한 글에 조금 더 살을 붙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