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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원외정당인 '녹색당' 활동을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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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이라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부터 참여해서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사무처장, 공동운영위원장이라는 당직을 맡아 왔다. 포털에서 이름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프로필의 직업 란이 어느 순간부터 '정당인'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원외 소수정당은 참으로 피곤하다. 국고보조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선거관리위원회는 온갖 일로 귀찮게 한다. 전형적인 관료주의 행태를 보이면서, 이것저것 제출하라고 한다.

정작 1년에 수백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거대정당들의 돈 씀씀이는 제대로 관리도 못하면서, 원외 소수정당들에게 쓸데없는 간섭만 하는 곳이 선거관리위원회이다.

그 근거가 되는 법률이 정당법이다. 대한민국의 정당법은 쓸데없이 조항도 많은데다 시시콜콜한 규제를 하고 있다. 회계의 투명성이야 당연히 담보되어야 하지만, 그것과 무관한 규제들도 많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치결사이다. 그래서 아예 정당법이라는 법률이 없는 나라도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 정당을 통제하기 위해 정당법에 온갖 독소조항을 만들어 놓았다.

민주화 이후에도 이런 조항들은 유지되어 왔다. 5개 시ㆍ도에서 각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이 있어야 정당을 만들 수 있다는 정당의 창당요건은 정치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조항이다. 만 19세 미만의 정당가입을 못하게 막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10대 때부터 정당에 가입해서 자연스럽게 정치에 참여하는 유럽의 나라들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대목이다. 교사, 공무원의 정당가입도 금지되어 있다.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유권자들을 만나려면 지구당이 필요하지만, 지구당 설치도 금지되어 있다. 지구당 설치금지는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지역에서 유권자들을 접촉하는 공간을 만들지 못하게 한 것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정작 현역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사무소를 모두 내고 있지 않은가? 한마디로 새로운 정당, 원외 소수정당들에게 족쇄를 채우고, 국민들을 최대한 정치로부터 멀게 만들려는 의도의 조항들로 볼 수밖에 없다.

공직선거법은 더욱 엉망이다. 외국에서는 당연히 허용되는 선거운동이 금지되어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미국에서 팔리는 선거운동 매뉴얼을 보면, '호별방문(Door to Door)'이 가장 돈이 안 들어가는 선거운동방법으로 소개되어 있다.

'호별방문'은 후보자가 집집마다 방문해서 정책을 설명하고 지지를 부탁하는 '돈이 안 들어가는' 선거운동방법이다. 이런 선거운동방식이 금지된 나라는 대한민국과 일본뿐이다. 두 나라 모두 물질수준에 비해 정치가 매우 후진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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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자가 호별방문을 하며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뿐만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선거를 치를 때 보면, 후보자가 명함만 돌리고 있다. 그것도 선거법상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정책을 알리는 유인물 한 장 나눠주면서 정책을 설명하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싶어도, 선거운동기간에는 유인물 배포가 금지되어 있다. 오직 명함만을 배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명함에 지연, 학연, 경력 같은 것만을 적어놓고 그것으로만 유권자들을 만나는 후보자들이 많다. 정책을 적어도 슬로건이나 제목 정도만 적어놓을 뿐이다. 자세한 내용을 설명할 수도 없다.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시할 수도 없다. 선거운동기간에도 오로지 말로만 지지의사를 표시할 수 있을 뿐이고, 자기 집에 지지스티커 한 장 붙이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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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집앞에 지지정당.후보를 표시한 표지판을 설치한 모습.

반면 대한민국 선거법은 돈을 많이 쓰는 선거를 조장한다. 거대정당의 후보공천을 받으면 대체로 15% 이상은 지역구에서 득표하기 마련이다. 15%를 넘으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선거운동 방식에 대해 선거비용을 거의 전액 보전해준다. 유세차량 대여비, 유급 선거운동원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화려한 공보물과 포스터 비용 등을 전부 보전해준다.

그러니 거대 정당의 후보자들이 이런 선거운동방법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선거운동은 천편일률적이고 시끄럽기만 하다. 정책은 토론될 수가 없다. 그저 기호와 이름 알리는데 급급한 선거운동이 벌어질 뿐이다.

후보등록에 필요한 기탁금도 너무 비싸다. 국회의원의 경우 1인당 1,500만 원을 내야만 후보등록을 할 수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2,487시간을 일해야만 벌 수 있는 돈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기탁금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100만 원 미만이다.

이런 속에서 국회의원이 없는 원외 소수정당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선거 때에 국고보조금을 받는 것이 없기 때문에, 전액 당원들이 내는 당비로만 선거를 치러야 한다. 돈이 안 들어가는 선거운동은 못하게 막아 놓았기 때문에 정당과 후보자를 알리기가 너무 힘들다. 원외 소수정당은 선거운동 보전에 필요한 득표율 15%(절반을 보전받으려고 해도 10%) 이상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돈이 들어가는 선거운동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이번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더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했다. 대한민국은 1인 2표제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나라이다. 1표는 지역구 후보에게, 1표는 정당에게 투표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253석에 달하는 지역구 의석은 1등을 한 지역구 후보자가 차지하고, 각 정당에게 투표한 정당투표를 집계하여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각 정당별로 배분한다. 그런데 유권자들 중 거의 절반이 1인 2표제라는 선거방식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지난 19대 총선 이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더라도, 1인2표제를 모르고 있었다고 응답한 유권자 비율이 47.2%에 달했다.

1인2표제에서 정당투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나마 정당의 정책을 보고 투표할 수 있는 투표가 정당투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제도 자체를 모르는 유권자가 절반에 달한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더더욱 문제는 정당에서 낸 비례대표 후보자는 독자적으로 유세도 못하도록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정당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는 활동 자체를 못하도록 막아놓은 것이다.

사실 새로운 가치와 대안을 내세우는 정당은 원외정당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외국의 녹색당들도 그랬다. 원외정당이었던 정당이 정책을 인정받아 원내정당이 될 수 있어야 그 나라의 정치가 썩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은 그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온갖 장벽을 쌓아 놓았다. 선관위는 1인2표제에 대한 홍보조차도 방기하고 있다.

다행히 7월 14일 헌법재판소가 공개변론을 열어 일부 선거법 조항의 위헌성 여부를 심사했다. 앞서 언급한 과도한 국회의원 기탁금, 호별방문 금지, 비례대표 후보 유세금지, 문서배포금지 등의 조항의 위헌성이 본격적으로 다퉈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문제해결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선거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만 해결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선거법의 문제점들 외에도, 한국의 선거제도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시민들의 민의(民意)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역구 소선거구제 중심의 선거제도는 수많은 사표(死票)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 그리고 뉴질랜드같은 나라가 택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국회 총의석수를 배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이다. 물론 거대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이런 선거제도 개혁을 스스로 할 리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입이 필요하고, 유권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에 '문제는 정치야'라는 말이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결국 환경문제도, 교육문제도, 노동문제도 정치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정치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원외소수정당, 녹색당 활동을 한다. 뚜렷한 가치를 갖고 있는 원외 소수정당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져야만 정치에 희망이 있고,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글은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뉴스레터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