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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타면 큰일 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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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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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의 롤러코스터 탑승제한은 정당한가?'에 대한 공익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현장검증까지 진행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도가 되기도 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놀이기구 하나를 굳이 소송까지 불사하면서 타고 싶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작은 것 하나도 소송까지 진행해야 탈까 말까한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을 생각할 때 본인 스스로 갑자기 눈을 가렸을 때 상황으로 이해를 시도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에버랜드가 이야기하는 갑작스런 돌발상황이 엄청나게 끔찍한 상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그는 이미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집에서부터 그곳까지 오는 수많은 과정을 거친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는 생각보다 길을 잘 찾아다니고 다양한 위험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이야기이다.

교통사고 발생률보다 놀이기구 사고율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KTX나 비행기의 돌발상황보다 롤러커스터의 그것이 더 끔찍할 수 있다고 예상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은 사람에게 놀이동산 내에서만은 특별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걱정이자 친절 아닌가?

에버랜드는 예측 못할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안전을 탑승제한의 이유로 들기도 했다.

그런데 같은 레일을 반복해서 도는 그 녀석이 어떤 돌발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쉽게 상상이 되지는 않는다.

절반 이상이 눈을 감고 타는 그것이 정말 관계자조차 예측할 수 없는 동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런 무서운 기구는 당장이라도 운행을 멈추게 하는 것이 더 적절한 조치가 아닐까?

만약 예측 못할 상황이 갑자기 멈추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열차 특성상 그것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에버랜드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또한 탑승제한보다는 운행중단의 사유가 아닐까?

사실 그마저도 이번 현장검증을 통해 시각장애인도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시간에 탈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긴 했지만 말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에버랜드는 시각장애와 신체의 건강상태 혹은 시각장애와 가치판단의 능력 사이에 깊은 관련성이 있을 거라는 심각한 착각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씁쓸하긴 하지만 장애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삐뚤어진 고정관념들이 만연한 사회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오해이고 헤프닝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많은 것이 증명된 지금 이제는 그 거북스런 친절을 거둬줬으면 좋겠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기업의 자존심이나 고집 때문에 소송의 승리만을 목적으로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10년의 교사생활 동안 별것 아닌 놀이기구에서조차 차별 받은 아이들의 서러운 눈물을 참으로 여러 번 보았다.

제멋대로의 친절과 근거 없는 고집이 누군가에겐 심각한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줬으면 좋겠다.

시각장애인들을 떼 쓰는 어린애 취급하며 에버랜드의 논리만 반복해서 떠드는 사람들에게도 한 마디 해 주고 싶다.

정말 그렇게 위험하다면 그건 당신들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진정 그렇다면 우린 힘을 합쳐 당장 열차의 운행을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