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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자를 믿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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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chools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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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요즘 내게 가장 어려운 일은 시차적응다.

잠자는 것 좋아하는 나의 생활리듬은 방학이 끝나갈 쯤이 되면 비행기 한 번 타지 않고도 그리니치의 기준시쯤으로 맞춰져 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기도 하는 내 모습은 언젠가의 학생 때 방학이나 교사인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보통의 사람들이 지켜본다면 의외로 엄청 게으르다고 큰 실망과 지적들을 쏟아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게 아무런 기준과 리듬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침 일찍 약속이 있는 게 아니라면 잠은 피곤이 풀릴 정도로 푹 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가장 맑은 정신으로 최대한 집중하여 수행한다.

밤이 되었더라도 특별히 잠이 오지 않는다면 억지로 잠을 청하지 않는다.

방학이라는 상황에만 가능한 시간의 배치이겠지만 이렇게 생활할 때 나의 효율은 극대화 된다.

늦은 밤의 적막은 아름다운 가사로 쓰여지기도 하고 남들보다 조금 늦은 아침의 개운함은 일처리의 속도를 높여주는 상쾌한 두뇌를 준비해 놓는다.

물론 그것은 나만의 리듬이고 내게 적합한 생활패턴이다.

몇 년 전 아침형 인간에 대한 경험담과 이론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스스로도 조금은 잠이 많다고 생각했던 나도 꽤 오랜 시간 아침형 인간을 갈망하며 새벽공기와 친해지려 부단히도 노력했던 것 같다.

운동을 하기도 하고 반신욕을 하기도 하고 외국어 강의를 들어보기도 했다.

상쾌한 공기도 좋았고 하루가 늘어나는 느낌도 뭔가 뿌듯하게 느껴지는 것은 같았는데 뭔가 다른 나른함과 피곤함이 하루 온종일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적응의 느낌이라 생각하고 하루 또 하루를 지내고 겨우 조금은 편안한 느낌이 들던 아침들을 지내던 어느날 긴장 풀린 늦잠은 내게 맞는 옷은 바로 이것이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인문학의 결여라는 그럴듯한 스토리 텔링으로 요즘은 강연도 많고 유명한 강사는 더더욱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들의 스토리와 노력과 성취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즐겨 듣는 사람 중 하나이긴 하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맘에 들지 않는 지점도 있는데 바로 그들의 단언하는 태도이다.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고 저렇게 하면 저렇게 되고 나만 잘 따라하고 내 이야기대로만 하면 나처럼 될 수 있다는 자신에 찬 목소리는 언젠가 야시장에서 보았던 약장수 아저씨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우리가 1만 시간 스케이트를 타도 김연아처럼 될 수 있는 사람은 세계에서 몇 안되고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을 한다 해도 세계적인 모델의 수는 여전히 아주 적은 숫자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서야 엄청난 경지에 이를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수만 시간 수많은 것을 희생해 가며 꿈꿔왔던 최고의 경지는 그냥 좀 많이 잘하는 정도는 아니지 않았겠는가?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내게 맞는 것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불편하게 사는 삶 안에서 본능적으로 잘하게 된 일 중 하나는 나만의 방식을 빠르게 찾아가는 일이다.

많은 강연을 들어도 여럿의 조언을 들어도 난 그대로 따라할 수 없는 것들이 꽤나 많다.

그렇기에 난 언제나 나만의 방식으로 변형해서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모양으로 바꿔가는 일이 익숙하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많이 다르기에 더 쉽게 인정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데 크게 다르지 않아서 똑같다고 착각하고 사는 것 같다.

유명한 강연자처럼 멋진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그렇게 살면 모두 똑같이 될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그대로 따라하는 것도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나도 작은 성취들을 강연하는 연사이지만 나조차도 시간을 되돌렸을 때 똑같은 성취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운 좋은 선택들 그리고 우연적 사건들까지도 함께 했기에 노력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아침형 인간이 될 수는 없다.

우리 모두가 극한의 고통을 꼭 겪어야 할 필요도 없고 우리 모두 수만권의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예쁜 옷들 중에서 내게 맞는 옷을 고르듯 많은 이론과 강연들 속에서 내게 맞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

의상실의 점원들이 자기 가게의 옷이 당신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강연자들도 그들의 이야기를 최고라고 집요하게 설득하는 것뿐이다.

나는 오늘도 조금 많은 시간 잘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나의 속도대로 맡은 일을 수행해 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고 나의 이야기이고 내 나름이지만 성공스토리가 되어 갈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