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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간의 '신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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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zer66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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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과 함께 여름 수련회를 다녀왔다.

낯선 환경에서의 낯선 이동들과 혹시 모를 상황들에 대비하여 우리들의 이동엔 항상 1:1 수준의 봉사인력이 함께 한다.

올해도 이런저런 통로로 갓 스무살 새내기부터 머리 희끗하신 퇴직선생님까지 다양한 모습의 동반인들이 2박3일 동안의 눈이 되어 주기를 자청했다.

새로운 만남은 그 대상과 장소가 어디이든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 같다.

우리들의 처음도 그러해서 짝을 정하고 이름을 묻고 서로 소개를 나누는 과정은 어느 소개팅 장면과 다를 것 없이 떨림과 호기심이 진하게 느껴진다.

예쁜 누나들과 멋진 오빠들의 등장은 아이들에겐 익숙한 선생님 따위는 잊어버릴 만큼 그 자체로서 가슴 떨리는 여행의 출발로 다가오는 듯하다.

각 연애를 시작한 자식을 보는 부모의 느낌이 그러할까?

교사들은 한 발작 떨어져서 아이들을 노심초사 살핀다.

3일간의 짝꿍을 자처한 동반인들은 매순간 팔을 내주어 한 발자국 앞을 설명해 주고 배식을 돕고 방의 구조를 알려주는 자연스런 봉사에서부터 생선살을 발라주고 이부자리를 깔아주는 특별한 서비스까지 앞다투어 제공한다.

신혼부부가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무언가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생각하고 연구하고 배려하고 행동한다.

프로그램 안에서 이루어지는 아이들의 성취들에는 숨 넘어갈 듯한 환호를 보내고 장기자랑 시간의 특기발표가 이어지면 그 공간은 어느 아이돌의 콘서트장과도 비길 수 없을 만큼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워진다.

서로 감사하고 감동하는 아이들과 짝꿍의 모습은 잘은 몰라도 신혼부부들의 감정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깨소금이라도 쏟아낼 것 같은 모습들과는 많이 다른 장면도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데 학교 내에서 근무하는 인력들과 짝꿍이 된 커플들의 모습이 그렇다.

사회복무요원이나 보조선생님들과 같이 아이들에게 익숙한 짝꿍들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도움 이외에는 제공하지 않는다.

별것 아닌 성취에 환호를 보내지도 않고 화려한 피아노 연주나 가수 뺨치는 가창력을 발표할 때도 과장된 박수를 표현하지 않는다.

조금 오래된 부부의 모습이 그러할지는 모르겠지만 짝꿍은 학생들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할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언제나 한 발 앞서서 편안한 도움을 선사하지만 감동을 유발하기 위한 그 이상의 것들을 특별히 고민하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교사들은 한 발 더 나아가서 필요 이상의 도움을 요구하는 아이들을 꾸짖거나 혼을 내기도 한다.

불편한 눈으로 혼자 하기 힘들어 보이는 과제를 시키기도 하고 안타까운 실수들에도 위로보다 충고를 건네기도 한다.

처음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봉사학생들은 당황하기도 하도 하지만 난 오랜 친구의 모습이 그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짝꿍들의 모습은 조금씩 변해간다.

직접 스스로를 설명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들과 익숙해지는 관계 속에서 과장된 도움들은 편안한 배려들로 조금씩 바뀌어 간다.

설렘과 떨림 속에 가려놓았던 부담과 두려움들의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내려놓는다.

봉사활동이라는 굳건한 책임감으로 무장했던 처음의 마음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진짜 인간관계로 변화되어 가기도 한다.

사람들은 눈이 안 보이는 이들의 생활과 삶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봉사를 자처한 착한 이들에게조차도 학생들은 도움의 대상 혹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 특별한 감동을 주는 이들로 살짝 왜곡되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나쁘거나 틀린 것이라기보다는 자주 접하지 못한 상대에 대한 당연한 모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짝꿍들은 2박3일 혹은 두세 번의 수련회를 거치면서 신혼부부에서 오래된 부부로 또 오랜 친구와 같은 모습으로 아이들과의 관계를 바꾸어 나간다.

그런 모습은 꼭 우리의 수련회에서뿐만 아니라 처음 만난 친구 연인 그리고 직장 안에서도 누군가와의 관계를 이뤄가는 인간들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런저런 모양의 소수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많은 경우는 잘 알지 못하면서 나름의 생각들로 그들을 평가하거나 확신하기까지한다.

2박3일의 짧은 수련회가 그러했듯 의지를 가진 작은 만남들은 우리에게 서로를 제대로 알게 해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거 없는 왜곡들과 다툼들! 그것들 대부분은 짧은 만남으로 아무렇지 않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많은 관계들이 신혼에서 오랜 친구로 변화하길 조심스레 소망해 본다.

마지막으로 올해도 한빛의 수련회를 찾아준 수십명의 짝꿍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