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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의자 하나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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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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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약자석에서 큰 소리가 들려온다.

꾸벅꾸벅 졸면서 앉아있던 젊은 여성과 이를 꾸짖으며 깨우던 어르신의 대화는 육두문자가 난발하는 고성으로 번져가고 말았다.

"젊은 여자가 어디서..."로 시작되는 할아버지의 훈계와 "어른이면 어른답게..."으로 받아치는 두 사람의 전쟁은 평화로운 마무리를 위한 어떠한 접점도 찾기 힘들어 보였다.

그깟 자리 하나 때문에 핏대를 세우는 두 사람의 모습이 우리 세대갈등의 깊은 골을 보는 것 같아서 가슴 한 켠이 씁쓸했다.

매번 선거철만 되면 쏟아지는 여론조사들은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세대 간 정치성향을 대립적으로 비춘다.

마치 어릴 적 반공영화에서나 봤던 북한군과 국군의 영토표시를 보듯 선명한 원색의 그래프들은 우리편과 반대편이라도 된듯 경계를 선명하게 구별해 놓는다.

해묵은 동서 지역갈등만큼이나 커 보이는 세대 간 정치성향 대립은 원래부터 이렇게 분명해야만 하는 것일까?

아버지와 나는 혹은 동네 어르신들과 나는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었단 말인가?

국가의 복지정책이라고 하는 연금이나 건강보험을 두고도,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의 부담률과 지급률을 비교하며 갈등을 조장한다.

청년들의 취업난도 어른들의 조기퇴직도 서로를 원인으로 겨누도록 유도하는 것만 같다.

저출산 문제도 마치 국민들의 무지함이나 이기심 때문인 척 이야기하지만 모두 국가의 정책에서 기인했던 것 아닌가?

연금의 고갈이 왜 기금관리를 잘못한 사람이 아니라 착실하게 연금을 넣은 사람의 욕심으로 돌려지는가?

교과서에서도 예상될 만큼 당연한 미래인 노령화를 건강보험 관리자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말인가?

어른세대와 젊은 세대는 서로 적이 아니다.

노약자석 하나를 두고 무임승차와 국민세금과의 관계를 토론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한 세대가 다른 세대를 날카롭게 겨누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분들도 언젠가 젊었고 우리도 결국 어른 세대가 될 것이다.

서로의 역할을 맘대로 규정 짓거나 탓하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맘을 가졌으면 좋겠다.

동방예의지국까지는 몰라도 자리 하나 가지고 삿대질하는 팍팍함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