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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필요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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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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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10주 정도의 짧은 특강 형식이긴 하지만 내겐 첨단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교수님은 유비쿼터스를 예전 것이라고 이야기하시기도 하고 스마트 기술들 앞에 단순한이라는 형용사를 자연스레 붙이실 정도로 새로운 기술들을 소개해 주신다.

매주 강의가 끝나면 그날 배운 기술을 활용한 실생활 적용 아이디어를 과제로 제출해야 하는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시간이 된다.

과제 속에서 나는 간단한 근거리 무선통신기술만으로도 도시 구석구석을 지팡이 없이도 편하게 찾아다닐 수 있다.

은행이나 관공서의 복잡한 서류작성도 스마트폰과 생체인식 기술 몇가지만 있으면 보안 염려 없이 해결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거나 내게 필요한 정보는 굳이 검색사이트를 활용하지 않아도 나의 기분 상태나 현재의 상황에 맞게 수신된다.

오늘의 메뉴추천은 물론이고 나와 어울리는 이성과의 만남도 특별한 노력없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과제 속 세상에서 장애라는 단어는 이미 현실감 떨어지는 고어가 되어버린다.

과제 속 설계들은 가끔씩 교수님의 칭찬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몇몇 과제들은 당장 실현가능하기도 하다고 특허제안을 하시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마치 당장 세상을 바꿀 수 있을것 같다는 기분좋은 떨림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느끼는 한 편의 진한 아쉬움은 기술의 발전속도와는 명백히 대비되는 수요자와의 연결이다.

나같은 풋내기도 떠올릴 수 있는 간단한 현실 적용을 왜 기술을 가진 그들은 생각하지 못할까 하는 원망과 왜 불편하게 사는 우리들은 현재 사용 가능한 기술마저도 알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들이 교차하면서 큰 한숨을 만들어내곤 한다.

아직 나의 지식은 나의 상상을 따라가기에 너무도 큰 부족함을 알기에 설레는 상상들은 매시간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덮이고는 한다.

난 좋은 기술의 척도란 엄청한 복잠함이나 최첨단의 화려함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필요에 따라 적용되느냐가 훨씬 더 가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진보나 혁신만큼이나 적절한 활용으로 이어지는 연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며칠 전 한 고등학생이 3D프린터를 이용한 입체 그래프 프린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나를 찾아왔다.

고등학생이 고안했다고 보기엔 놀라울 정도로 시각장애 아이들에게 당장 교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기술적인 면보다 내가 더욱 감탄한 것은 단순한 학교의 과제를 실제 또래 친구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한 실천으로 까지 이어왔다는 학생의 생각이었다.

꼭 대단한 능력이나 특별난 재주가 아니어도 우리 학교에는 작은 달란트를 나누려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온다.

워드봉사나 낭독봉사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 자기가 가진 재주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기도 한다.

나도 강연이나 공연을 다닐 때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을 말하라고 하면 주저 없이 나를 간절히 원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라고 말하곤 한다.

세상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그러나 우리에겐 너무나 필요한 기술들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발전하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그들은 크고 작은 재능들을 키워나가고 있기도 하다.

수많은 기술들 그리고 셀 수 없는 재능들이 부디 적절한 연결고리를 만나서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에게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당신에겐 익숙하게 느껴지는 작은 재능들이 어떤 이들에겐 큰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