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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는 '치명적인 안보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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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결정 이전에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중대제안과 결정이 북한과 미국에 의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었다. 북한은 7월 6일 김정은시대 들어와 처음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선대의 유훈이라며 그를 위한 5대 조건을 제시하였다. 그중 마지막 '주한미군 철수' 주장만 제외한다면 나머지 4개의 조건은 미국이 이미 수행했거나 한때 동의를 표한 적이 있는 사안들이었고, 따라서 미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는 북핵 문제를 급속히 협상국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미국시간) 미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을 인권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리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것은 인권침해만을 이유로 제3국 지도자를 직접 제재한 사상 초유의 결정으로써, 미국 오바마정부가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경우에 따라 이 결정은 국제법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김정은 참수작전'에 인권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의미를 갖기도 하는 것이어서,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는 심각한 정치군사적 긴장이 불가피해지게 되었다.

사실상의 '대화 제안'과 '대화 차단'의 완벽한 엇박자가 사드 배치 결정의 일종의 전조(前兆)였다. 그리고 사드 배치로 한반도는 본격적인 군사위기와 군비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되었다.

사드 배치는 대북정책 실패의 상징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논리는 단순하다. "(북한)핵은 핵으로서 억제하고 대비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우리가 비핵화를 천명하고 있는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드로 다층방어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사드 말고 다른 대안은 없다"는 것이 국방부장관과 대통령의 사드 관련 발언들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발언들은 사실 중대한 논리적 모순을 지니고 있다. 우선 하나는 이 단순논리가 결국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서 인정한다는 것은 '전략적 인내' 혹은 '대화와 도발의 악순환'을 명분으로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방치해온 그간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즉 그간의 북핵정책이 실패했고 그래서 정책실패에 대한 뒷감당을 위해 국민의 혈세와 자산을 동원해서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뜻인 것이다.

그런데 사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이 무한 군비경쟁의 '시작'일 뿐이고 심각한 군사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마치 이번 성주 사드 배치로 대단한 방공망을 구축하게 된 것처럼 말하지만, 한반도에서의 군사위기와 군비경쟁은 오히려 격화되고 있다.

"《싸드》가 공공연히 우리 공화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만큼 우리 군대의 시야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라는 7월 16일자 조선중앙통신의 언명처럼 지난 19일 북한은 성주와 포항, 울산, 부산 등을 조준 타격하는 미사일 실험을 보란 듯이 강행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성주의 사드를 겨냥한 군사력 재배치를 공언하고 있다. 또 "《싸드》는 우리의 자위적 권리행사를 더욱 정당화"할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대로, 빠르면 8월에 있을 한미합동군사훈련(UFG) 기간 북한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포함한 저강도 혹은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의 군사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드 배치가 강행되는 이상 북한은 단시 시간문제일 뿐 거침없이 핵능력 강화에 매진할 것이다.

한반도 군비경쟁의 심각한 위험성

문제는 한반도에서의 군비경쟁은 그 위험도가 국제무대에서의 강대국 간 군비경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군비경쟁이 치열해지고 핵대결의 논리가 작용하게 되면 사소한 재래식 분쟁은 있을 수 있으나 오히려 전쟁의 위험성이 줄어든다는 것이 국제정치의 상식이다. 그러나 현재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의 군사위기는 그런 국제정치의 상식과 달리 군비경쟁과 전쟁위기가 상호 비례적으로 상승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인다. 한국전쟁의 미종식과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이 그 요인이 됨은 물론이다. 서해와 한강 하구, DMZ를 비롯한 도처에서 다발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성공단 폐쇄 이후 남북 사이에는 모든 통신수단이 차단되어 있으며, 남북관계의 버퍼 역할을 할 수 있는 민간교류 등은 전면 중단된 지 오래이다.

정부 여당 일각에서는 사드가 초래할 전쟁위기에 대해 공공연하게 '일전 불사' '우리가 먼저 전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호전적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한미 합동참모본부는 현재 안보상황의 위중함을 강조하면서 "적 도발시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적의 뿌리까지 제거"하라는 섬멸전의 지침을 하달하고 있다. 거기에 미국과 일본 정부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어쩌면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드 대신 평화행동으로

사소한 분쟁이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모든 곳에서 열려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한미와 북한이 공공연하게 상대에 대한 핵 선제타격을 공언하고 있는 조건을 감안하면, 사드 배치는 국지적 분쟁을 핵 전면전으로 발전시키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사드 배치는 북한 핵에 대응하는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 한반도의 군사위기를 증폭시키는 가장 '치명적인 안보위협'이다. 어제(7.26) 북한의 이용호 외상이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의 연설에서 "만일 오는 8월 조선반도 정세가 통제 밖으로 벗어나게 된다면 그 책임은 미국이 전적으로 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과, 사드 배치로 인해 "남한은 치명적인 안보 위협을 배치한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한 보고서에 언급된 경고(Comparative connections Vol.18 no.1, Pacific Forum CSIS, 2016.5)는 그래서 섬뜩하다.

사드 배치 결정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기존 북핵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대북접근에 나서야 한다. 당국 간 대화 모색과 민간의 교류를 확대하여 남북관계의 국면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만약 이 정부를 통해서 그런 기대가 난망하다면, 무엇보다 전쟁에 대한 시민들의 위기의식과 대응은 더욱 예민해지고 또 전면화될 수밖에 없다. 위기에 대한 정치권의 무감각을 지적하고, 정치권을 비롯한 범시민적 평화행동을 호소하고 준비해야 한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