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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에 학생들이 대응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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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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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지각생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정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가혹하지 않아야 하고, 인권을 지켜야 하고, 적절히 벌이 되어서 지각생이 지각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이 들게 하는 규칙이면 좋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생각을 정리해왔다.

(1) 지각비를 걷자.
(2) 청소를 시키자.
(3) 깜지를 하게 하자.
(4) 학교 끝나고 남았다가 가자.
(5) 운동장을 걷거나 스쿼트를 하게 하자.

이렇게 다섯 가지가 나왔다. 담임교사인 나는 학생들 생각에 의견을 냈다.

먼저 지각비는 안 좋다고 했다. 어른들이 차를 몰다가 교통법규를 어기면 벌금을 낸다. 그때 그 어른이 내는 돈은 그 어른이 일을 해서 번 돈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자기가 번 돈을 내지 않는다. 어른들이 일해서 번 돈을 타서 쓰는데, 그 돈을 벌금으로 낸다면 그 학생에게는 벌이 아니다.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에는 돈으로 잘못을 처리하는 방식이 학생에게는 맞지 않는다. 돈이 넉넉한 학생과 돈이 쪼들리는 학생에게 같은 수준으로 부담이 다가오지 않는 면도 있다.

두 번째, 청소를 시키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나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사람이 살면 몸에서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청소는 모든 사람이 살면서 각자 자기 주변을 정리해야 하는 일이다. 잘못한 사람이 도맡아서 할 일이 아니다. 청소는 모든 사람이 배우고 익혀야 하는 일이다. 청소를 잘못한 사람에게 맡기면 청소를 수준 낮은 사람이 하는 일로 보게 된다. 이것은 철학적인 문제이다.

세 번째, 깜지 쓰기는 학생에게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깜지는 에이포 종이 한 장 정도데 빼곡히 글을 쓰게 하는 벌인데, 보통 그 일을 하는 학생은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쓴다. 점잖은 벌이긴 하지만, 벌 받는 학생에게 남는 게 없다. 벌이라 해도 기왕이면, 벌 받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고 남는 게 있는 방식이면 좋겠다. 명심보감과 같은 성현들의 말씀이 적힌 책을 베끼게 해도, 깜지 쓰기를 할 때 학생은 아무 생각이 없기에 남는 게 없다. 영어단어를 쓰게 해도 남는 게 없기는 마찬가지다.

네 번째, 학교 끝나고 남았다 가기는 좋다고 했다. 늦게 왔으니, 늦게 집에 간다는 규칙은 일리가 있다. 다른 친구들이 집에 가는데, 늦게 온 만큼 늦게 집에 가는 일은 벌이 될 만하다. 1분 늦으면 10분 남아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다가 가는 식으로 하면 괜찮다. 남아 있는 동안, 담임교사와 접촉면이 넓어져서 교사와 친해질 수도 있다. 함께 지내고 마주치는 시간이 늘면서 이야기가 몇 마디 더 오가게 되고 정이 들 수도 있다.

다섯 번째, 운동을 하는 벌은 가혹하지 않으면 괜찮다. 운동장 걷기 벌은 학생이 지각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해서 지각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는 효과가 있다. 운동장 뛰기는 괴롭히는 벌일 수 있지만, 운동장 걷기는 괴롭다기보다는 바람을 쐬고 길을 걸으며 사색하게 되기에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 아니다. 운동장을 몇 바퀴 걸을지 상한선을 정해둔다면, 좋다. 다섯 바퀴 정도를 상한선으로 정해두면 무난하다. 스쿼트를 학생들이 말하기에 물어봤다. 어떻게 스쿼트를 아느냐고. 그랬더니 여학생들이 다이어트 동영상에서 봤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결론은, 지각생은 학교 끝나고 남았다 가거나 운동을 하기로 했다. 내가 이야기했다. 지각생이 운동할 때 담임교사인 나도 똑같이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몸 쓰는 벌을 줄 때는 교사가 함께하면 학생들이 벌 받으며 분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교사가 함께하면 그 벌이 가혹해지는 것이 예방된다. 교사가 운동 벌을 하다가 힘들어서 더 못하면, 그 순간에 벌 받는 학생들도 모두 더 하지 않아도 된다. 지각생과 같이 운동하며 나도 건강해지고 좋지, 하는 마음이다. 교사가 운동 벌을 함께하면, 보통은 학생들이 그 교사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