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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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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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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흑인과 백인의 결혼이 금지됐던 시절이 있었다. 동양인도 백인과 결혼을 할 수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게 자연스러웠으며 신의 섭리라고 생각했다. 다인종간 결혼금지법은 1967년 위헌 판결을 받으며 사라졌다.

2015년 미국은 혼인에 대한 당연하며 전향적인 결정을 다시 한 번 내리게 된다. 미 연방대법원은 일부 주의 동성혼 금지방침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결혼은 한 국가의 사회적 질서의 이정표이며 동성 커플이건 이성 커플이건 이러한 원칙을 존중하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 그들은 법 앞에서의 평등한 존엄을 요구한 것이며 헌법은 그 권리를 그들에게 보장해야 한다."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한국의 유력 대선후보들이 '동성혼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7년, 대한민국에서는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한국의 유력 대선후보들이 '동성혼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문재인 측 :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낮은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동성애 동성혼을 사실상 허용하는 법률 조례 규칙이 제정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안철수 측 : 동성애·동성혼은 절대 반대한다.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제도는 오히려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역차별이다.

홍준표 측 : 동성애·동성결혼 문제에 적극 반대한다. 성적 지향 등 문제 되는 차별금지 사유가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도 반대한다.

유승민 측 :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동성애를 옹호 조장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 가치를 무너뜨리는 등 기독교가 걱정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교회가 주최한 행사에 참여한 후보들은 천만에 이르는 성도수와 교회의 강한 조직력이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서 저 후보들이 했던 발언이 용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 후보들은 앞장서서 우리 헌법의 가장 핵심인 기본권, 평등의 가치를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을 내뱉었다. 나는 그들이 대통령에 출마할 아주 기본적인 자질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정말 표가 걱정됐다면, 동성혼에 대한 제도적 보장을 현행 가족법이 아닌 별도의 법으로 규정할 수도 있었다.


선거는 표싸움이고, 어쨌든 승리해야 한다는 저질스러운 선거공학을 아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우회로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정말 표가 걱정됐다면, 동성혼에 대한 제도적 보장을 현행 가족법이 아닌 별도의 법으로 규정할 수도 있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의 진선미 의원이나 정의당의 대선후보 심상정도 이같은 방식을 언급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의원들이 이야기한 파트너등록법 같은 법은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PACS : Pacte civile de Solidarite)을 모델로 하는데,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은 동성의 커플을 포함한 결혼하지 않은 많은 커플들에게 혼인과 같은 법률적 보장을 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바꿔 말하면 동성커플을 포함한 많은 사실혼 커플에게 혼인이란 제도는 단순히 상징적 의미를 넘어서 '배우자'의 지위를 획득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배우자의 지위를 득하지 못한 동거인은 상대의 (의료법 등에서의) 보호자도 될 수 없고 재산계약을 공동으로 체결하는데도 제한이 있으며 하다못해 주택정책 등에 대한 수혜도 일절 받지 못한다. 납세 등 공동체에 대한 부담은 다른 사람과 똑같이 지고 있는데도 단지 성적 지향에 대한 '다름'으로 인해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성커플은 법적인 승인을 통해 혼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열려 있지만 동성커플에겐 그럴 기회조차 없다.

아무리 한국은 여전히 누군가의 성적지향을 반대해대는 사람이 국민의 절반을 넘는다고 해도, 보수 개신교인들이 예수의 이름을 내세우며 성소수자를 짓밟는데 혈안이 되어있다고 해도. 그래서 표 깎이는 게 두렵다고 해도, 적어도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면 진짜 국민 모두가 동등한 시민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절망적인 것은, 평소에는 그렇게 표를 걱정하며 잘도 '추후에 고려해보겠다', '아직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며 에둘러 표현해왔던 사람들이 이번 건에 대해서는 너무 단호했단 점이다.


문재인 후보 측은 '차별은 없도록 해야 하지만...'이라며 단서를 달았지만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낮은 여건 등을 고려해 동성혼을 허용하는 제도를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당신에게 차별 없는 세상은 대체 어떤 의미인가? 당신이 그런 단서를 단 것은 그저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았다고 정신승리 하기 위함 아닌가? 우리 헌법 어디에도 혼인제도가 '출산'을 위해 존재한다고 쓰여있지 않다. 극도로 낮은 출산율이 문제라고 느꼈다면, 수많은 이성애커플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현실적으로 겪는 문제에 대해 더 고민하는 게 맞지 않는가? 너무 이유가 빈곤하지 않냐는 이야기다.

안철수 후보는 더 가관이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차별금지법과 동성혼인을 반대한단다. 당신들이 말하는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종교의 자유를 위해 누군가에게 물리력을 행하고 폭력을 일삼아도 된다는 의미인가? 종교의 자유란 이름으로, 역차별이라는 이유로 차별할 권리는 주면서 그저 시민 두 사람이 결합하고 그에 대한 평등한 보장을 받겠다는 주장이나, 명백하고 직접적인 차별에서 구제해달라는 요청은 무시되어야 하는가?

절망적인 것은, 평소에는 그렇게 표를 걱정하며 잘도 '추후에 고려해보겠다', '아직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며 에둘러 표현해왔던 사람들이 이번 건에 대해서는 너무 단호했단 점이다. 이들 후보에게 이 땅을 살고 있는 수많은 동성커플과 성소수자들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며 가볍게 무시해도 되는 존재란 것을 너무 버젓이 드러냈다.


당신이 생각하는 인권은 성소수자에게는 해당이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자기의 성적정체성에 물음을 갖고 여자와도 자보고 남자와도 자본다고 해서, 길거리에서 게이 커플이 키스를 하고 레즈비언 커플이 포옹을 한다고 해서 민주주의는 일말의 위협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기본권이며 이 기본권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보장될 때야 비로소 민주주의는 완성에 가까워진다.

나는 물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홍준표 같은 비상식적인 사람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발언을 계기로 당신이 하고 싶은 게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며 당신이 생각하는 인권은 성소수자에게는 해당이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