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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의 아나, [서든어택2]의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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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게임관련 이슈가 이렇게나 주목 받았던 적이 있었을까? 블리자드의 신작 FPS 게임 <오버워치>가 출시와 동시에 압도적인 인기를 끌더니, 같은 장르의 게임 < 서든어택2 >는 여성캐릭터의 과도한 성적노출로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 구글의 자회사인 나이언틱 랩스가 만든 <포켓몬 고>는 속초에 포켓몬이 출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이 버스표를 예매해 속초로 이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질 정도로 흥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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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영화화되는 사례는 이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2차 예고편의 한 장면

게임이 중요한 문화콘텐츠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이제 게임 산업은 과거 '갤러그'나 '슈퍼마리오'를 설명할 때처럼 단순히 '재미있다'는 표현으론 설명할 수 없는 규모가 됐다. 게임에 지금과 같은 사회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걸 두고 신기한 일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게임 안에 방대한 서사가 담기고 그것이 책이나 영화 같은 콘텐츠로 활용(Multi-Use)되는 현상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포착되었다. 가장 최신의 기술이 게임으로 구현되고 사람들이 게임과 동시에 그 기술을 즐기는 현상도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게임을 복잡한 문화콘텐츠로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서든어택2 >와 <오버워치>, 서로 다른 전략의 결과

넥슨이 300억원의 금액을 투입해 개발한 < 서든어택2 >는, 출시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버워치> 때문에 출시 전부터 흥행에 대한 부담을 잔뜩 떠안아야 했다. 그런데 <오버워치>와 비교 대상이 되기도 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출시 직전 공개한 시네마틱 트레일러에 '신체만 부각된 여성캐릭터'를 정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비단 '페미니즘' 시각에서만의 비난은 아니었다. 젠더 이슈에 민감하지 않은 남성 플레이어들도 선정성만 부각된 트레일러에 대해 '불필요하다', '지나치다'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더했다.

< 서든어택2 > 공식 시네마틱 트레일러. '끔찍하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게임이 출시되자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전장의 군인'으로 묘사되는 대신, 여느 남성의 머릿속 섹스판타지를 구현한 것처럼 헐벗은 채 전장을 누볐다. 게임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오버워치>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준이 못 됐다. 한번 구입한 이후엔 추가 지출이 필요 없는 패키지게임인 오버워치와 다르게 <서든어택2>는 무료인 대신 유료 아이템을 구입해야 게임에서 더 수월하게 승리할 수 있는 구조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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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든어택2 > 캐릭터 미야(위)와 김지윤(아래). '전장의 군인'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다.

게임개발자 방 모 씨는 "<서든어택2>는 개발 당시부터 전작에서 그래픽과 기술만 업그레이드하고 게임성은 유지시킨다는 컨셉으로 개발에 착수한 걸로 알고 있다. 기존 <서든어택> 유저층을 그대로 신작으로 유입하고 신작효과로 새로운 유저층까지 포섭하려는 전략이었다. <서든어택>이 넥슨GT에서 사실상 캐시카우(돈벌이가 확실히 되는 상품)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전략은 안정적인 것으로 보였다. 유료 아이템 판매도 새로울 건 아니다. Pay-to-win(돈을 많이 쓸수록 게임에서 유리해지는 방식)이 불공정하단 점은 차치하고 이미 전작에서부터 이어진 내용들이다. 다만 최근 많은 것이 변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부상하면서 구시대적인 섹스어필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오버워치는 블리자드 골수팬들의 예상보다도 더 흥행했다."며 < 서든어택2 >의 실패원인을 분석했다.

블리자드는 어떻게 <오버워치>와 같은 대작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버워치>는 '실패에 관대한 블리자드의 문화' 덕에 나올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성공 이후 <스타크래프트:고스트>를 야심차게 준비했으나 실패했고, 그 이후에 기획했던 <타이탄>도 결국 내놓지 못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오버워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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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고스트>의 메인 화면

네오플의 황재호 개발팀장은 ize와의 인터뷰에서 <오버워치>를 언급하며 "접근법 자체가 다른 것 같다"고 설명한다. 황 팀장은 <오버워치>의 칭찬 시스템에 주목한다. <오버워치>는 게임이 종료하면 각 플레이어들이 어떤 부분에서 게임에 기여했는지 알려준다. '얼마나 많은 적을 처치했는지'만 평가하지 않고, 얼마나 많은 동료들을 치유했는지, 얼마나 훌륭하게 수비벽을 쌓았는지 등 각종의 요소로 평가한다. 실제로 <오버워치>를 플레이하는 많은 유저들은 이 게임에 대해 '킬만 많이 올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협업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블리자드는 출시 막바지까지 <오버워치>의 수익화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결국 유료 아이템을 구입해 게임 내 유리함을 확보하는 <서든어택>과도, 추가 영웅을 구입해 플레이하는 <리그오브레전드>와도 다른, 패키지방식의 판매를 택했다. <오버워치>의 총괄 디자이너인 스캇 머서는 그 이유에 대해 "사용자들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모두 사용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스캇 머서는 유료 콘텐츠에 대한 질문에도 "회사의 이익이 아닌 게이머를 위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보성 멘트로만 치부하기에는, <오버워치> 속 여러 요소에 그런 철학들이 녹아 있다. <오버워치>는 400여억원의 개발금액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투자자의 입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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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는 게임이 끝난 뒤 팀 승리에 기여한 유저에게 칭찬 포인트를 줄 수 있다.

< 서든어택2 >의 흥행 참패는 한마디로 과거 성공에 기대 안착하려 한 구시대적 전략의 총체적 실패로 요약할 수 있다. 전작의 성공 요소를 분석해 그걸 극대화하려고 했던 <서든어택2>는, 유저들이 몸매 좋은 여성캐릭터에 반응을 보이자 그걸 전면에 내세웠고, Pay to win이 성과를 거두자 더 노골적으로 캐시템 소비를 유도했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요소' 분석 과정에서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고민은 깊어 보이지 않는다. 300억원이라는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 수많은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던 < 서든어택2 >는 게임에 대한 철학을 담는 대신 '수익극대화'의 목표만 좇는 방향을 택했고, 이 노골적인 목표는 쉽게 간파되었다. 그리고 < 서든어택2 >와는 정반대의 전략을 취한 <오버워치>는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나와 김지윤, 두 캐릭터의 차이가 과연 사소할까?

< 서든어택2 >가 여성캐릭터를 벗기고 가슴크기를 한껏 키운 것으로 조롱을 받는 사이, <오버워치>는 새로운 영웅인 '아나'를 발표했다. 아나는 기존 영웅이었던 '파라'의 어머니이자 한쪽 눈을 쓸 수 없는 이집트 출신의 저격수다. 게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노인이자 여성, 그리고 장애를 가진 비백인 캐릭터가 등장했다. 아나가 등장하기 전, <오버워치>는 일각에서 '여성 캐릭터는 모두 젊고 예쁜 반면 남성 캐릭터는 나이와 외모, 몸매 등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비판에 따른 결과물로 아나가 등장한 것은 아니다. 아나는 게임 캐릭터로 등장하기 전부터 <오버워치> 세계관에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아나가 이미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아나의 등장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오버워치>와 < 서든어택2 >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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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 신규 캐릭터 '아나'.
오른쪽 눈이 멀어 왼쪽 눈으로 사격하는 영웅이다.
실제 오른쪽 눈을 쓸 수 없게 된 사격수들이 취하는 자세를 캐릭터에 완벽히 구현해 냈다.

얼마 전 미국 소셜 뉴스 사이트인 '레딧'에는 뇌성마비 장애인 유저의 저격수 플레이 후기가 올라왔다. ZAK이라는 이름의 이 유저는 '장애를 가진 사람도 플레이하기 쉽게, 폭넓은 조작옵션을 제공한 블리자드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여성이자 노인이자 장애인이자 비백인 캐릭터인 아나를 멋있는 영웅으로 그려냈다는 사실. 장애인도 게임에 접근하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 조작법을 고민했다는 사실. 그리고 앞서 인터뷰에서 언급된 것처럼 '게임을 조금 못해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칭찬시스템이 추가되었다는 사실. 이 각기 다른 사실들을 꿰뚫는 하나의 분명한 철학이 있다. 그것은 어떠한 유저도 배제하지 않고 모두가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블리자드는 수많은 실패를 거친 뒤 <오버워치>를 내놓았다. <오버워치>에 담긴 문화적 다양성이 하루이틀 고민한 정도로 나온 결과는 분명 아닐 것이다. 그리고 <오버워치> 출시 한 달 만에 넥슨은 '이성애자 남성'만을 타겟으로 삼은 < 서든어택2 >를 내놓았다. 그 결과 < 서든어택2 >에는 '한국사회의 주류문화가 소비하는 여성'의 표상과도 같은 김지윤이 등장했고, <오버워치>에는 아나가 등장했다.

물론 <오버워치>가 여성혐오적 문제나 다른 비판들에서 전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블리자드는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해 온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도 직면하는 문제에 대해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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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는 <오버워치> 캐릭터 중 하나인 '트레이서'의 승리 포즈가 캐릭터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게 선정적이라는 논란이 일자 즉각 수정한 바 있다. 수정 전(위)과 수정 후(아래).

국내 게임개발사는 '아나'를 상상할 수 있을까?

< 서든어택2 >와 <오버워치>는 각기 다른 현실적 요구의 결과물로 보인다. 한 쪽은 노골적인 여성소비를 통해 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며, 상대를 경쟁에서 누르고 승리하는 쾌감을 타겟으로 하고 있고, 한 쪽은 다양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캐릭터의 서사, 그리고 승리를 목표로 하는 협동플레이를 중요시하고 있다. 물론 전자의 게임이 '지양'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길티플레져(사회적으로 죄책감을 느낄 만한 행위를 즐기는 것)를 충족시키기로 유명한 GTA시리즈도 나름 한 장르의 축을 담당한다.

안타까운 점은 < 서든어택2 >의 패착이 타겟 공략의 실패라기보다는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혔던 것 때문으로 보인단 점이다. < 서든어택2 >가 갖는 한계는 우리 사회가 갖는 문화적 한계와 맞닿아있다. 경쟁이 미덕인 사회. 이성애자 남성이 주류로 표상되어 그 이외의 존재가 지워지는 사회. 다양성이 다분히 일탈로 간주되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좀 더 많은 돈을 투입한다고 <오버워치>의 아나 같은 캐릭터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 서든어택2 >가 비판받는 요소는 '선택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내는 콘텐츠의 '한계지점'으로 보인다. 다만, < 서든어택2 >는 좀 더 노골적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 서든어택2 >를 개발한 제작진이 게임업계 전반에 비판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상황이 조금은 씁쓸하다. 게임 개발자 방 씨는 인터뷰 말미에 "모쪼록 이런 결정을 내린 결정권자들 외, 관련 개발 종사자 또는 한국 게임 업계 전체가 폄하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