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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영업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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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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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본격적인 서핑 시즌이다. 한국에서 서핑 하기 좋은 장소로 손꼽히는 두 곳이 있다. 서핑을 좋아하는 친구들로부터 그곳 바다가 점점 사유화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바닷가를 선점한, 그러니까 바다 앞에 강습소나 숙소를 차린 사람들이 바다에 대한 소유권을 암묵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곳 소비자나 친지들만이 제대로 이용할 수 있고, 그냥 초보 한 명이 혈혈단신 바다에 가면 견제당해 제대로 서핑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들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얘기였다. 지금은 바다의 일정 구획이 어떤 개인의 소유라는 것이 낯설지만 몇 십 년 후에는 개인의 바다 소유와 이용의 권리도 법으로 보장되고 거래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토지를 '소유한다'는 관념의 기원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그래, 선점한 자들의 카르텔, 행정기관의 묵인, 입법 · 사법기관의 협력으로 '공간을 활용할 권리'를 획득할 수 있다는 건 알겠다. 그런데 그렇게 토지에 대한 '소유권'마저 획득하여 대대손손 이전시켜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낀다. 조상 덕에 어마어마한 자본소득을 거두며 일하지 않아도 부가 절로 확대되는 이들과,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이래저래 사라져버리는 이들의 격차가 심화되는 현대사회는 이런 체계에 더욱 의문을 가지게 한다. 게다가 인간은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아주 잠깐 머물렀다 가는 벼룩만도 못할 존재일 텐데 어디 인간 따위가 지구느님의 일부를 소유하겠다고 깝치는지...

나는 한국사회에 '대자영업시대(feat.대항해시대)'가 도래했다고 본다. 기존에는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한 나이 있는 사람들이 진입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기업에서 채용을 하도 안 하니까, 어쩌다 기업에 취업해도 저임금 · 고강도 노동과 못난 상사 때문에 빡치니까, 차라리 '셀프착취'가 낫겠다며 자영업의 세계에 뛰어드는 청년이 많아진 것을 체감한다. 그리고 자영업자들은 넘나 열심히 일한다.... 우리 동네 편의점 사장은 낮에 가도 있고, 새벽에 가도 있다. "헐, 잠은 주무세요?" "거의 편의점에서 쪽잠 자죠" 그렇게 일해도 한 달에 100만원 가져가기 어렵다고 한다. 임대료 탓이 크다.

홍대 인근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이 임대료 상승으로 쫓겨나 둥지 틀은 연남동에서도 재차 쫓겨나고 있다. 현재 망원동이 그런 이들을 흡수하는 공간이 되는 것 같다. 망원동에서 2년째 한 뼘 주점을 운영하는 친구는 아직은 장사할 만하다고 말하는데, 몇 년 지나 망원동이 연남동 꼴 나면 떠나야 할 것이다. 열심히 일해 공간 가치를 높여놓으면 "장사 잘 되네? 월세 올려도 살만하겠네~ㅎ"라는 상가주인의 역습... 그리고 더불어 신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과 인테리어 시공업자, 간판집 사장님의 대잔치.... 회사 다니는 사람들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어차피 우리의 미래는 모두 자영업자 아닐까...? 또한 상가주인이 임대료 왕창 올려 물가가 오르고 대형 프랜차이즈 가게가 들어와 동네만의 특색이 사라지는 것은 동네 주민에게도, 가끔 놀러 가는 소비자에게도 애석한 일이다.

공간을 '소유했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다른 이들의 삶을 짓밟아도 되는 걸까? 그냥 다 같이 적당히 벌고 그럭저럭 살면 안 되나? 탐욕 쩌는 상가주인이 야속하고 얄밉지만, 사람 마음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겠지. 그러니까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영세 자영업자가 열심히 일한 만큼 제 몫을 챙길 수 있게, 장사하고 싶은 만큼 한 곳에서 오래오래 장사할 수 있게 임대료 상승폭을 제한하고 더 긴 임대 기간을 보장해주는 법이 꼭 통과되면 좋겠다.

주택 문제도 심각하다. 기본소득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 같은데, 내친김에 '기본 공간' 운동도 함께 벌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한국의 1인 가구의 경우 법이 정한 최저 주거 기준은 14㎡(약 4.24평)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저 주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에 사는 청년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헌법 제34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로, 동법 제35조 3항은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기됐다. 최소 4.24평에 대한 국토 이용권은 모든 국민이 기본적으로 가질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해 본다. 적어도 1인당 4.24평에 해당하는 공간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고(물론 그 이상이면 더 좋음... 6~7평만 돼도 좋겠당...) 그 이상 평형이 커질 때에는 추가 공간만큼만 국민이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 말이다. 아마 안되겠지만... 꿈은 꿔볼 수 있는 거잖아여?

가지고 있는 돈뭉치로 가능한 공간 중 그나마 만족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찾아 겨우 머물기 시작한다. 1~2년 뒤 떠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안다. 보증금이나 월세 상승폭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애정과 열정을 쏟지 않으려고 의식하지만, 살다 보면 정이 든다. 그렇게 단골(집)이 생기고 이웃과 교류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할 즈음이 되면 부동산 소유자와 그를 정당화 해주는 제도에 의해 귀찮은 짐짝 취급 받으며 거칠게 쓸려나간다.

몇 년 주기로 돌아오는 서글픈 반복을 그만 경험·목격하고 싶다. 그러니 다시, 원론적인 의문이 드는 것이다. 토지 소유에 대한 권리가 그곳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의 권리를 압도하는 일이 정말 당연한 건가? 한국사회가 토지 및 건물 소유권을 지나치게 떠받드는 것은 아닐까?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사회 구성원이 다수라면 새로운 체계와 제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