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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책임, 문화예술가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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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가난해야 한다는 주장 만큼이나 가난한 예술가에게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예술가에게 공적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면 어떤 이유일 때 정당할 수 있을까? 문화예술의 특수성? 문화강국을 지향하는 사회로서 의무?

직업으로 예술을 택했으면 생계를 꾸려갈 책임은 선택자인 자신에게 있다. 그 일로 기본적인 생계를 꾸릴 수 없다면 전직을 하거나, 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구조를 바꾸기 위해 싸우거나 방법을 찾을 일이다. 빈곤이 개인의 무능이 아닌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원이 필요하다면 다른 직업군의 빈곤자들도 마찬가지 이유로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공동체 안에서 서로 맞물려있지 않은 노동은 없다.

같은 빈곤자인데 아시바를 설치하는 일용직 노동자는 받지 못하는 지원을, 그 무대에 서는 가난한 예술가는 받아야 한다면 어떤 이유에서인가. 예술 노동이 더 소중해서? 가치 있는 일이라서? 사회에 유익해서?

차라리 모두에게 기본소득 운동에 문화예술인들이 열심히 참여하는 게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사업과 정책으로 풀어야 할 일이지 예술가의 빈곤에 공적 자원을 투입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나도 문화예술인 선언에 가끔 참여하고 예술인유니온 대표 같은 것도 해봤지만, 예술가로서 나의 빈곤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일로 먹고살 수 없으면 다른 일 찾아야지.

누가 내게 이 사회를 위해 문화예술에 복무하라고 강제한 게 아닌데 내 생계를 위해 동료시민들의 세금을 써달라고 할 염치는 없다. 내 노동이 다른 노동보다 특별할 것도 없고, 고귀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돈을 많이 못 벌어도 하고 있는 것일 뿐.

나의 소득 일부를 할애해 사회구성원 중 누군가를 지원해야 한다면 그 이유가 보편적인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특별해서, 고귀해서, 더 중요해서... 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노동에 기대어 살고 그 노동은 다 의미 있고 소중하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