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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한국의 출발점은 개성공단의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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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개성공단 근로자들.

남북한 간의 교착상태가 오래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북한에 우호의 손길을 내밀어 교착상태가 풀리는가 싶었지만 북한은 박 대통령의 제의에 모욕적인 언사로 응답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수사(Rhetoric)의 세계가 현실 세계 그 자체는 아니라는 점이다. 10년 넘게 남북한은 하나의 협력 프로젝트로 남북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비무장지대(DMZ) 너머 북한 땅에 있지만 자동차로 단숨에 갈 수 있는 개성공업지구(KIR)가 숱한 풍파를 견뎌낸 것이다.

천안함 침몰 후 한국 정부는 2010년 5월에 대북 무역과 투자를 금지했지만, 개성공단만은 예외로 하는 슬기를 발휘했다. 지난해 북한측이 5만5000명의 근로자를 공단에서 철수했을 때에도 박 대통령은 인내하면서 협상을 벌여 새로운 남북 공동 경영 구조 아래 개성공단 운영이 재개됐다.

한국 통일부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2005년 이래 한국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근로규율과 근면성을 탄탄하게 결합한 개성공단은 23억 달러에 달하는 제품을 생산했다. 무역 규모는 94억5000만 달러나 되었다. 개성공단에는 그것보다 훨씬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원래의 계획대로 개성공단은 2007년까지 250개(2014년 현재의 두 배)의 한국 기업을 유치했다. 또 추가된 확장 계획에 따라 2012년까지 무려 70만 명의 북한 근로자를 고용할 예정이었다.

남북한 모두 야심적인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북한에 어떠한 변화의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 가지 잊은 게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영웅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을 무릅쓰고 적진과 가까운 최전선 지역의 일부를 남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단부지로 제공했다. 그는 군부의 반대를 누르고 그런 결단을 내렸다. 대규모 투자를 기대한 김 위원장은,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기업들에게 개성공단 투자를 요청했다가 그 자신이 통솔하는 관료집단에 의해 계획을 저지당했다.

현실 정치(Realpolitik)보다는 '신뢰의 정치(Trustpolitik)'가 박 대통령의 좌우명이다. 신뢰야말로 남북한에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가치다. 그러나 신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 과거의 관행을 반드시 재고해야 하며 관계 진전의 계기를 마련할 토대를 상대편에 제시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보면, 개성은 한반도의 얽히고설킨 많은 문제들로부터 격리된 성역이었다. 지난해 북한이 노동자들을 성급히 철수시킬 때까지는 그랬다. 개성공단의 그런 특별한 지위가 복원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은 정치와 무관하게 비즈니스는 그저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다시는 사보타주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북측의 확고한 보장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그런 보장을 바탕으로 한국은 합작 사업의 재개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남동쪽 해안에 있는 금강산국제관광특별구는 2000년 초부터 2008년까지 190만명의 한국 관광객들을 유치했다. 2008년 7월 길을 잃은 관광객이 피격돼 사망한 사건으로 한국은 금강상 관광을 중단했다. 비극적인 사건이었지만 그로 인한 8년간의 교착상태는 남북한 양쪽에 손해만 끼쳤다. 개성과 마찬가지로 금강산도 큰 그림으로 보면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윈윈(win-win) 프로젝트다. 그 프로젝트를 다시 살릴 때가 됐다.

일단 한국 정부의 진의가 명백해진 다음에는 북한 정부가 화답해야 한다. 김정은은 최근 13개 경제특구를 새로 설치했다. 하지만 북한의 낮은 평판을 감안하면, 선뜻 경제특구에 투자할 기업은 극소수일 것이다. 김정은이 북한의 중국 종속을 더 심화시키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에게 유일한 현실적인 대안은 한국이다.

한국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제공하는 이점은 분명하다. 같은 말을 쓰고, 노동력과 물류의 입지 같은 조건들이 모두 유리하다. 교육 수준이 높지만 실업 상태인 북한의 노동력, 광활하지만 활용도가 낮은 토지, 피폐한 인프라와 공장 시설은 모두 한국 기업에게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 가까이에 좋은 선례가 있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는 남북관계만큼 불안했다. 하지만 25년 동안 중국과 대만은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한 결과 경제적 접근이 긴장을 완화시켰다. 남북한은 중국-대만관계의 실용적·장기적·전략적 접근법으로부터 배울 게 많을 것이다.

삼성 등 한국의 대기업들은 특히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전역에서 대규모 기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작 문밖의 북한에서만 활동이 전혀 없다. 얄궂고도 비극적인 일이다. 이런 상황은 바뀔 수 있고 또 바뀌어야 한다. 남북한 사람들 모두를 위해서다.

그렇게 하는 것은 북한 정부의 잘못된 행태에 보상을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건 핵심을 잘못 짚은 비판이다.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는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개성사업 확대와 금강산 관광의 재개로 북한이 얻을 이득은 미미하다. 많지 않은 달러를 조금 더 벌게 된다고 해서 김정은이 새 핵폭탄이나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미사일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남북 경협 확대는 시도할 가치가 있다.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 더 있다. 우선 기존의 대북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했다. 핵 문제도 그렇고 인권 문제도 그렇다. 보다 장기적이고 창의적인 정책 방향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에게만 맡겨진 책임과 의무가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북한도 '우리나라'에 포함된다. 물론 북한을 파트너로 다룰 때 신중해야 하고, 우리가 북한을 존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남쪽에 있는 국가를 존중하라고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우리끼리는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은 남북한 공통의 목표다. 통일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반드시 공유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명백한 길은 효과가 입증된 것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효과가 입증됐다. 개성공단 사업을 확장하고 새로운 공단들을 건설함으로써 우리는 두 가지를 북한에 보여줄 수 있다. 첫째는 우리의 진정성이다. 둘째는 윈윈(win-win)이 대결보다 좋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가 없다'고 그가 다스리는 북한 주민에게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려면 한국의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다.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상대를 힘들게 할 것이며, 어떤 때는 짜증나게 하는 파트너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소한 문제로 인한 짜증이 장기적인 목표에 타격을 주지 못하게 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은 북한과 거리를 둠으로써 중국에게 북한 경제 지배를 허용했다. 러시아, 그리고 심지어는 일본이 북한과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한국 정부는 느림보 행보를 유지할 여유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면한 도전은 북한을 둘러싼 북방외교 게임에 한국이 참여할 뿐 아니라 그 게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또 그 역할을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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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경.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US에 함께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