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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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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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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 의심의 근거는 이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했다, 안 했다도 아니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대상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날도 아니고 4월 16일이었기 때문에."

- 당일 행적에 '침묵'만...그날의 7시간 '합리적 의문들' (JTBC 11월21일)

나는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한다. 그 전해의 4월 16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2014년 4월 16일에 나는 그 다음날 휴가를 떠날 생각이었기 때문에 집 식탁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업무를 대강 마무리하려 하고 있던 참에 열어 놓은 페이스북에서 유람선 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을 읽었다. 별일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다치는 사람이야 좀 있겠지만. 한두명 재수 없이 죽거나 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뭔가 흥미로운 구조담 같은 것이 곧 뉴스에 등장하겠구나 생각했던 기억도 난다. 왜 그런 거 있잖나, 이런 위기에서 누가 나를 이렇게 구해 주었어요, 이런 훈훈한 미담. 많은 사람이 죽을 거라고는 절대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어디 저기 아프리카쯤의 최빈국도 아니고 대한민국인데. 신속히 구조해 낼 거라는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마음을 턱 놓은 채 친구와 댓글을 달며 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어 잠깐만, 이럴 분위기가 아닌 거 같다고 했다. 그리고는 악몽 같은 현실이 쭈욱 펼쳐졌고 정신이 없어졌던 기억이 난다. 언제쯤부터인가는 한국방송으로 정보를 얻는 걸 포기하고 BBC live를 열어 놓았다. 바닷물 속에 비스듬히 잠겨 있는 배가 너무나 생생했다. 그 속에 사람이 잔뜩 타고 있다고. 게다가 대부분이 애들이라고. 제발 어떻게 기적이라도 좀 생기기를 계속 바랐다. 꽤 오랫동안.

그 다음날도 기억난다. 여행은 떠났으되 하필 섬이었고, 나는 바다를 보면 그 바다가 세월호가 비스듬히 잠겨 있는 그 바다랑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배 속에서 살아 있을지도 모를 아이들 때문에 그 아이들이 참으로 무서울 거라는 생각 때문에 엄마를 찾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바다를 보면 미칠 것 같았다. 내 아이가 저 배에 타고 있지 않은 게 너무나 다행이다 싶어서 일없이 아이를 꼭 붙잡아 끌어 안으면서도 내 그런 안도가 또 매우 미안해져서 마음이 괴로웠다.

그 다음 해 4월 16일,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채 잊지도 못했던 기억이 다시 몽땅 떠올라 슬퍼했던 건 기억이 난다. 그 다음 4월 16일도 그렇다. 앞으로 4월 16일이면 늘 그럴 것이라는 걸 안다. 2014년의 4월 16일을 다시 떠올릴 것이다. 막막한 바다 한가운데 비스듬히 가라앉아 있던 배를, 그 턱없는 희망과 무력한 절망을, 죽지 않아도 되었을 죽지 말았어야 했을 사람들을, 아이들을, 배 안에 가즈런히 앉아 장난치고 낄낄 웃으며 신뢰에 가득 차 기다리던 아이들을, 그 이후에 살아남은 이들이 겪은 고통을 다 다시 기억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 진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의사는 그날 대통령을 진료했는지 여부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떻게 다른 날도 아니고 2014년 4월 16일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을 진료했는지 아닌지가 "기억 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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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을 재현한 '416 기억교실' 2학년3반에 당시 사용하던 달력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