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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정 Headshot

It's a men's men'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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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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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여성차별적 태도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그런 처사의 대부분이 여자를 보호하기 위한 고려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그들이 살던 곳의 뜨거운 뙤약볕에서, 역사적 시대적 상황에서 다른 남자의 전리품이 되는 데서 기타 등등으로부터 여자를 '보호'하려는 거지 차별적 의도는 없었다고.

그리고 율법에 따른 옷차림은 여전히 여자를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복장은 여자의 신체를 가려주니까, 성폭행 당할 일이 없다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이건 성폭행 피해자가 뭘 입고 있었느냐를 따지는 시각의 확장일 뿐이지만 저 걸어다니는 보따리와도 같은 자태를 보고 있노라면(런던은 공공장소에서 히잡이나 니캅이나 부르카를 착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 않으므로 가끔 본다) 사실 뭔 성욕이 생기겠냐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이. 이슬람 국가의 거리에서 하라는 대로 꽁꽁 뒤집어 쓰고 다닌다고 하더라도 온갖 성희롱을 다 듣고 다녀야 한다는 거다. 여자 혼자 또는 여자끼리 다닐 땐. 옆에 할아버지든 갓 어른으로 진입한 청년이든 자기들, 남자들이 남자로 인정할 만한 남자가 옆에 있는 경우는 그런 일이 전혀 없고. 테헤란인가에 있는 백인 여성이 쓴 글이었는데 못 찾았다. 이 여성의 이야기를 들은 남자 동료가 꽁꽁 뒤집어 쓰고 여자인 척하고 나갔다가 인간 세상의 속스러움에 거의 충격받았다 뭐 그런 이야기.

그니까, 여자들 세상의 위험도는 얌전한 복장이고 뭐고 이딴 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그 사회 '남자' 구성원들의 교양/교육/인식/왓에버에 달려 있을 뿐이다.

물론 크고 작은 사회의 해당 기준에서 통상적이지 않은 복장을 하고 있으면 더 위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역시 성적으로 노출이 많으냐 뭐 그런 문제는 아니다. 무슬림 사회에서 서구식 복장을 하고 있다면 근본적으로는 자기들이 정한 규율을 지키지 않은 여자라는 이유로 더욱 공격을 당하는 것이지 몸매를 드러내서가 아닌 것이다. 다들 대강 캐쥬얼하게 입고 있는 (영화에서 볼 법한) 껄렁껄렁한 아저씨들로 가득찬 술집에 시커먼 정장을 차려 입은 여자가 혼자 들어간다고 치자고. 노출이 없으니 안전하겠나.

사실 후진 술집에서 정장, 이건 내가 해본 거다. 사무실에서 많이 멀지는 않지만 사무직들은 거의 안가는 펍에서. 어떤 녀석이 누군가의 환송회 장소로 거길 정하는 바람에. 조금 늦어져서 혼자 도착했더니 웬 술취한 녀석이 같이 사진 찍자고 매달리기 시작했고, 안에서 내 동료인 백인/젊은/남자가 담배를 피우러 나오다가 그 꼴을 보았고, 웃으며(!) She's... 하자마자 나를 놓고 뿅 사라졌다. 결국 남자가 옆에 있느냐 아니냐, 이거다. 젠장.

뭐 길게 썼는데, 한국은/한국도 뭐 그리 여자 혼자/여자들끼리 돌아다니기에 편안하거나 안전한 곳은 아니다. 물론 세상천지에 더 위험한 곳도 많고 많지만 적어도 한국 남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안전하고 평화롭고 평등한 곳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당신들이나 당신들 친지들이 원헌드레드 퍼센트 매너 좋고 여성을 평등하게 생각하다 못해 존경까지 한다 하더라도 뭐 썩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당신들 생각보다 많다. 특히 술에 취한 낯선 사람을 만날 일이 많은 여성에게 세상은 안전한 곳이 아니다. 술에 취할 일이 많거나. 무엇보다도 구조적으로 위험한 장소들이 있다. 특히 이 공용화장실. 그것도 매장 밖에 있는 공용화장실 말이다.

이거, 이런 공용화장실 갈 때마다 참 곤란한 것이, 볼 일 보는 아저씨들 마주치기도 하고. 남자들 입장에서도 곤란하다, 고 하겠지만 하나도 안 곤란해 하는 괴상한 아저씨들도 꽤나 많다. 그러나 곤란이야 더 고차원적 문제고...., 매장을 나가 건물 뒤로 돌아가야 하고 텅 빈 건물 층계참에 있고 뭐 이 지경이면 이건 뭐 무서워서 못 가고 버티는 지경.

세상의 사정이 이러할진대, '내가 사람을 죽인 저 범인도 아니오 '시선강간자'도 아니오 여혐도 아니오 그저 무고한 남자일 뿐인데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어쩌란 말이냐' 한다면 그러게 그 말도 맞다. 당신은 정말로 잘못한 것이 없으니. 근데 역시 잘못이라곤 여자로 태어난 것뿐인 여자 친구/동료들은 화장실 하나 마음 놓고 가지 못한다는 거다. 그게 시방의 세상이다. 그러니, 화장실 간다하면 선뜻 따라 나서라는 거다. 어이 설마 뭔 일 생기겠냐고? 생겼지 않나.

와와와 피차 귀찮고 구차하고 불편하고 어색하다. 근데 어쩌겠나. 일방에게 불평등한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선 결국 타방도 편치 않아진다. 잘 생각해보면 그렇다. 모든 문제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