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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모유 수유 발언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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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모유 수유 발언이 또다시 화제다.

그는 지난 5월 5일 인터넷판으로 발행된 시사인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또다시 이런 말을 꺼냈다.

"1980~90년대생들은 분유 세대다. 모유 수유율이 낮았다. 분유와 두유의 단맛에 길들여진 거다(설탕수저 세대). 이들부터 본격적으로 소아비만이니 당뇨병이니 하는 건강에 대한 염려를 많이 들었다."-시사인(5월 5일)

황교익의 모유 수유설 또는 설탕 수저설은 예전부터 그가 주장해오던 바다. 그러나 이 주장은 두 개의 갈래로 나눠서 생각해 봐야 한다.

첫째는, '한식에 분별 없이 단맛을 첨가하는 건 미개하다고 까지 할 수 있는 행위'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런 분별조차 없이 모든 음식을 달게 요리하여 먹겠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일이다.(미개라 쓰려다 많이 참았다.) -황교익 페이스북(4월 10일)

외식하면서 단맛이 무분별하게 들어간다고 느낀 사람은 여럿 있을 것이고 나도 그렇다. 단맛이 맛을 가린다는 주장에도 '주관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만드는 사람 뿐 아니라 설탕이 들어갔는지도 잘 모르고 먹은 사람까지 '미개하다'고 표현한 데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그가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비평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지 않은 이상은 그 미묘한 단맛을 잡아내기 힘들다. 그는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방송에서 음식점 음식을 맛보고 비평하자고 제안해 일산의 한 나물집에 갔다. 평소엔 대강 먹지만 비평하는 거라 맛에 집중했다. 시금치·고사리·취나물이 놓여 있는데 달더라. MSG 안 넣는 곳으로 알려졌는데 설탕을 쓴 거다.-시사인(5월 5일)

그냥 밥이 먹고 싶어서 식당에 갔을 뿐인데, 설탕이 들어갔는지 모르고 맛있다고 했을 뿐인데 미개하다고까지 말하면 무척 서운하다.

진짜 문제는 두 번째 논지다. 그는 여러 차례 '1980년대부터 모유 수유율이 낮아졌으며 당시 태어난 세대들은 분유와 두유의 단맛에 길들여졌다'고 썼다.

1980-90년대 한국의 모유수유율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급락의 수치를 보였고, 그때에 태어난 세대의 문제를 들여다볼 때에는 당연히 이 부분을 지적해야 한다. 이런 지적에 '반여성주의적 시각'이라며 공격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 인간은 포유동물이고, 그 처음의 강렬한 애착은 젖먹이를 통해 얻어진다. -황교익 페이스북(5월 1일)

그래서 그는 '7세 까지는 아기와 어미가 충분한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아비가 대리어미 노릇을 할 수는 있어도 '아비에게는 젖이 없다'는 생물적 조건으로 인한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덧붙이자면, 그래서, 나는 탁아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보육정책에 반대한다. 국가는 적어도 7세까지 아기와 어미가 충분한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황교익 페이스북(5월 1일)

아기와의 충분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어미가 7년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황당하니 차치하고, 일단 그 '애착'을 형성하는 게 어미의 몫인지만 두고 보자. 그는 자신의 '모유 수유 7년 설'이 존 볼비의 '애착 이론'에 바탕을 둔다고 설명한 바 있다.

네이버 캐스트에 따르면 존 볼비(John Bowlby, 1907~1990)는 초기의 애착형성이 인간 본성의 가장 중요한 기본이 되고, 애착형성이 잘 되지 않으면 아동기뿐 아니라 성인기의 여러 가지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심리학자다.

그러나 과연 애착이라는 것을 '젖'이라는 생물학적인 요소로만 획득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위스콘신 대학교 심리학 교수였던 해리 할로우는 붉은 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애착의 획득에 있어서 '수유'와 '접촉'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를 알아봤다.

그는 모성적 돌봄의 핵심인 수유(授乳)와 접촉의 중요성을 알아보았다. 그는 철사로 된 대리모에게 젖병을 달아주어 수유를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새끼 원숭이들은 젖을 먹기 위해 철사 대리모에게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재빨리 부드러운 천 대리모에게 돌아와 매달리고 접촉을 하는 행동을 하였다. 이 놀라운 결과는 모성적 돌봄이 단지 젖을 먹이는 수유 활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유 행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새끼와 어미와의 부드러운 접촉에서 얻는 접촉위안(接觸慰安, contact comfort)이 새끼 원숭이의 성격 형성과 친밀한 사회적 관계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심리학자 한성열/G라이프(2월 24일)

이 실험의 결과에 따르면 동성 가정 또는 모유 수유를 사정상 할 수 없는, 또는 하기 싫은 부모라도 '적정한 당도'의 분유 또는 두유와 충분한 접촉만 있다면 애착도 얻고 먼 미래의 당 중독에 대한 내성까지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황교익 씨의 근거가 되는 '설탕 수저설'이 통계적으로 확실한지도 의심이 간다. 그의 주장이 옳으려면 1980~90년대에 태어난 세대가 현재 다른 세대에 비해 당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식약처의 2012년 발표 내용을 보면, 당 섭취량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만 30세~49세(중․장년층, 66.7g)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만 12세~18세(중·고등학생, 66.2g) ▲만 19세~29세(대학생 및 청년, 65.7g)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