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박세회 Headshot

미쉐린 가이드에 국가 예산으로 광고를 실은 게 문제인 진짜 이유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미쉐린 서울판에 실린 '한식재단'과 '관광공사'의 광고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에는 파트너 업체(네이버, 현대차 등)를 제외하고 광고로 참여한 업체는 '한국관광공사'와 '한식재단' 두 업체 뿐이다.

huffkr

미쉐린 가이드에 실린 관광공사의 광고.

이와 관련해 허핑턴포스트에서 문의한 결과 문체부는 "광고를 싣는 형식으로 예산이 들어가긴 했지만, 미쉐린과 광고 금액에 대해서는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밝힐 수가 없다. (최근에 상해편 등이 발간되었는데) 한국만의 특수한 경우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국관광공사는 문체부 산하 기관이다.

이에 대해 황교익 평론가는 신동호의 시선 집중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원이 아니라 광고비로 집행한 것이다 라고 이야기를 한다고 해요. 한국관광공사와 한식재단이 미쉐린 지면에 광고를 실었다는 것인데 그 광고비가 얼마인지를 밝히지 않는 미쉐린과 비밀유지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좀 이상해요. 정부예산, 그러니까 국민세금이죠. 국민세금이 지급되는 광고비인데 국정원의 사업비도 아니고 그걸 왜 비밀로 해야 되는 것인지, 미쉐린이 그렇게 요구를 한다 그러더라도 그러면 못하겠다고 해야 되는 게 정상이지 얼마가 들어갔는지 저도 굉장히 궁금해요." -신동호의 시선집중(11월 9일)

국가의 예산이 미쉐린 가이드에 투입되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일까? 미쉐린 가이드 측에 문의한 결과 '그것까지 파악하고 있지는 않지만, 싱가포르의 경우 관광청과 공개적으로 후원계약을 맺는 형태로 출간되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문체부 측도 최근에 출간된 상하이 편 등을 생각하면 그리 특수한 경우는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싱가포르와 상하이 판은 각각 2016년 7월과 9월에 발표됐다. 최근 미쉐린 가이드가 아시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이유가 미쉐린 도입으로 특수를 누리려는 각국 관광청의 공적 기금을 후원받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도 이 기류에 편승했다고 해석하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미쉐린 가이드 측이 "세계 음식에 대한 관심과 존중으로 한식의 발달을 지켜봐 왔으며, 최근 한류의 확산과 한식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 발간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밝혔던 것과 조금 다른 속셈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미쉐린 가이드에 게재된 농식품부 산하 기관인 한식재단의 광고다.

당연하게도 미슐랭 가이드에는 한식만 등재되는 게 아니다. 한국에 있는 프렌치(피에르 가니에르, 다이닝 인 스페이스, 라미띠에, 보트르 메종), 이탈리안(리스토란테 에오), 일식(코지마), 중식(진진) 등의 다양한 혈통의 식당들이 등재되어있다.

공적 기금이 투입된 한식재단의 이름으로 이 리스트의 중간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넣는 모양새는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한식을 아름다운 음식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정성과 배려의 마음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그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huffkr2014

이 리스트에 등재된 모든 식당은 나름의 훌륭함을 지녔고, 그 훌륭함의 바탕에 정성과 배려의 마음을 담고 있다. 프렌치 셰프도, 이탈리안 셰프도, 중식 셰프도 모두 정성을 다해 고객을 배려한다.

'한식 세계화'라는 획일적인 기조 아래 문체부와 농식품부가 열심히 움직인 지는 꽤 되었지만, 이 정부 아래서는 유독 소위 말하는 '국뽕'이 심해졌다. 극장에 가면 '보고 있나 할리우드'라고 말하는 광고가 나오고, 문체부에 전화를 걸면 '아리랑'이 전화 연결음으로 나온다. 정부 산하 모든 부처의 상징은 태극문양으로 통일됐다.

hani

미쉐린 가이드의 빕구르망 리스트 36곳 중에서는 4곳을 제외한 모든 식당이 '한식'이다. 미쉐린 별을 따져보면, 3 스타 2개는 모두 한식, 2 스타 3개 중 2개가 한식, 1스타는 19개 중 적어도 9개가 한식이다.

그러니 말 그대로 미쉐린 가이드 책을 펼치면 나오는 식당 대부분이 '한식'이다.

해당 리스트 자체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미쉐린은 사업체고 사업체에 공정성을 요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건 그리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국가 기관이 나서서 페이지 사이사이에 '한식이 아름다운 요리'라고 광고했어야 할까? 그것도 한글판에? 이건 생각을 좀 해볼 만하다.

허핑턴포스트는 어제(8일)부터 한식 재단 측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