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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타'는 월세 때문에 망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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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10월 4일 홍대 앞의 '클럽 타'가 문을 닫았다. 2006년 6월에 문을 열었으니 10년이다. 그동안 이 클럽에 킹스턴 루디스카, 장기하와 얼굴들, 십센치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거쳐 갔다.

단 하나의 기사가 나왔다.

민중의 소리에 서정민갑 씨가 '10년을 넘긴 라이브 클럽 하나 갖기 어려운 나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클럽 타의 고별을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파악했다.

이 망할 놈의 나라에서는 무엇 하나 오래 가는 것이 없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고, 소비자는 대체로 무력하다. 자본만이 펄펄 살아 욕망을 부추기다가 급기야는 제 살을 파 먹을 때가 되어서야 도와달라며 뻔뻔하게 손을 내민다. 홍대 앞에 라이브 클럽들이 들어와서 홍대만의 경관과 분위기를 만들어 놓으니 반한 사람들이 몰렸는데 사람이 몰리니 임대료가 오르고 라이브 클럽들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중략)... 문을 닫을 무렵 클럽 타의 임대료는 월 7,000,000원이었다고 한다. 타에서 가장 높은 토요일 대관료가 100만원이었으니 토요일 대관이 매달 가득 차고, 금요일과 일요일 대관 역시 한 두 번 빼고는 비는 날이 없어야 겨우 낼 수 있는 금액이다.-서정민갑/민중의소리(10월 5일)

그러나 클럽타의 입장은 이 기사와는 조금 달랐다. 클럽타를 이끌어 온 와이낫의 보컬 전상규는 '700만원의 월세 때문에 우리가 쫓겨났다는 건 지나치게 단선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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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클럽 타와 작별을 고한 가장 큰 이유가 '신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신인급 연주자들을 직접 보고 재능을 발굴하고 그 재능을 펼칠 무대를 마련해 주는 게 우리의 재미였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신인급을 발굴하는 게 신나지가 않았습니다. 그 친구들 입장에서도 TV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방에 뜨는 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겠어요?"

전상규는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많은 뮤지션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찾아 클럽 타에 왔다고 한다. 전상규가 처음으로 기획했던 '실내 버스킹'만 해도 그렇다. 클럽 타는 2010년경부터 약 2년 정도 화·수·목요일에 '실내 버스킹'을 진행했다.

"버스킹을 하는 친구들이 날씨가 추워지면 설 무대가 없어지잖아요? 그때 우리가 처음으로 만든 게 '실내 버스킹'입니다. 우리 클럽을 개방해 무대에 서고 싶은 친구들을 세워주고, 관객은 버스킹 처럼 무료로 입장하고 자유롭게 돈을 내고 유료로 퇴장하는 시스템이었죠. 관객들이 낸 돈은 전부 밴드의 몫이었습니다. 클럽은 음료를 파는 게 거의 전부였죠. 그 무대에 섰던 게 '십센치', '장재인' 등입니다."

일주일의 거의 절반의 시간을 클럽 입장에서는 밴드들을 위해 제공한 격이다. 전상규는 애초에 돈을 벌 목적이 아니었던 만큼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프레임에 이 문제를 짜 맞춰서는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도 운영비가 모자라면 제가 개인적으로 번 수입으로 메꿔 왔습니다. 라이브 클럽은 음악 신에서 허파 같은 곳입니다. 멋진 신인들이 무대에 서고 싶어 하고 저희도 신이 났다면 계속했겠죠. 물론 내부에서 운영진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이유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걸 '월세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라고 말하는 건 오히려 작은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홍대에서 공연하는 뮤지션이라고 해서 돈을 못 벌고 불쌍한 건 아니거든요. 마치 라면만 먹으면서 공연을 할 것 같은 이미지로 몰고 가는 건 건강하지 않은 시선입니다."

전상규와 함께 클럽을 운영해 온 와이낫의 기타리스트 김대우도 비슷한 취지의 얘기를 했다.

"킹스턴 루디스카, 장기하와 얼굴들, 로다운 30 등의 팀이 무대에 섰고 함께 술을 마시고 뒤풀이도 하며 홍대 앞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10년이나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우리가 즐거웠기 때문이에요. '인디 음악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한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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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월세가 350만 원이었다면 더 오래 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700만 원이더라도 신나기만 했다면 계속했을 겁니다."

김대우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