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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게이 동료가 있으면 좋은 점 8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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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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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대학은 좀 다르겠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명의 게이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주변 친구들도 비슷했다. 다들 '게이 새끼'라는 걸 농담이랍시고 내뱉곤 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고 사회적 분위기도 그랬다. 홍석천 씨가 커밍아웃하자마자 KBS와 MBC에서 출연 정지를 당하고 녹화분도 내보내지 않은 게 2000년도, 지금이랑 같은 세기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무실에 있는 사람의 90%가 남성인 보통의 남초 기업에 들어갔었는데, 거기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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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냥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다행히 호모포비아는 아니었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볼 때마다 개리스와 매튜(둘 다 남성)의 아름다운 사랑에 무척 감동했고, 이안 감독의 본격 게이 영화 '결혼 피로연'은 고등학교 시절 가장 사랑하던 영화 중 하나였다. 그래도 여전히 게이는 서양에나 있는 거였다.

그런데 커리어를 바꾸고 나자 주변에 게이들이 많았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게이가 있었구나! 게다가 내가 미디어에서 보고 듣고 이해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건 개인적인 경험으로 쓰는 글인 만큼 어쩌면 코끼리의 다리를 만져본 장님 정도의 수준일지 모른다. 그러나 만져본 장님이 안 만져본 장님보다는 조금이라도 낫지 않겠나 하는 심정에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게이들과 일하며 좋았던 점을 모았다.

물론 이건 한 사람의 특성도 아니고, 모든 게이의 특성도 아니다. 여기 있는 장점을 다 갖춘 스트레이트 남자도 있고 여기 있는 좋은 점을 하나도 못 갖춘 게이 남자도 있을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코끼리를 만져 본 한 사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1. 술 마시자는 얘기를 안 한다

술 마시자는 얘기를 잘 안 하는 건 물론이고, '오늘 저녁에 한잔?'같이 약속도 잡지 않고 갑자기 물어보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친구가 팀장이 게이인 대행사에 있었는데, 회식이 거의 없었다.

2. 내 문제를 나보다 빨리 이해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찾았던 한 선배는 말을 다 마치기 전에 이미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하고 엄청 빨리 해결 방법을 제시하곤 했다.

"외고를 맡긴 필자가 잠수를 탔는데요"까지만 얘기해도, 다른 필자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여기 전화해서 급하니까 빨리 써줄 수 있냐고 물어 봐"라고 답하는 식이다.

3. 재미없는 농담을 안 한다

특별히 더 재밌는 경우도 있지만, 다 그런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약자를 깔보거나 남을 무시하는 농담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특히 일명 '부장님 농담'(하나마나한 창의적이지 못한 농담)을 하는 건 한 번도 못 봤다.

4. 조용한 경우가 많다

모든 게이가 쾌활하기만 한 건 아니다. 내가 무척 좋아했던 선배는 정말 내성적이어서 하루에 두세 마디 밖에 하지 않았다.

5. 말로 싸우면 대부분 이긴다

그런 선배조차도 유관 업체와의 불화 문제로 싸울 때면 든든한 지원군이다. 조용한 사람은 조용한 대로 목소리가 드센 사람은 드센 대로 어떻게든 요목조목 따져서 말 싸움으로 다 이긴다.

6. 자기 일을 떠넘기지 않는다

선후배 사이라도 엄연히 자기 이름을 박아놓고 하는 일이면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 하는 법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후배를 인턴 또는 어시스턴트 처럼 부리는 선배들 여럿 봤다. 그러나 게이 선배 중에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다. 간혹 같이 일하는 경우에도 꼭 크레딧에 후배 이름을 넣어 주곤 했다.

7. 결혼하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일반 기업에 다닐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건 회식 때마다 '왜 결혼 안 하느냐'고 묻는 선배들이었다. 게이 선배들은 결혼하라는 얘기를 절대 안 한다. 이게 동성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한국에서는 슬픈 얘길 수도 있지만, 동성 결혼이 제도화되어도 게이들의 오지랖이 넓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만큼 다른 사람의 사정은 다른 사람의 사정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8. 작은 변화를 칭찬한다

정말 작은 변화(앞머리 자른 것 등)도 귀신처럼 알아채고는 칭찬해줘서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