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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시대 '사다리 걷어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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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ROSOFT
Dado Ruvic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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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시대에 '사다리 걷어차기'를 다시 떠올리며 - '마이크로소프트의 링크드인 인수'와 '페이스북의 블리자드 협업' 뉴스 단상


1.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링크드인(LinkedIN)을 인수하였다는 오늘자 기사를 오전에 보자 여러 생각이 든다. 이를 두고 당사자들은 클라우드('World Leading Professional Cloud')와 인적 네트워크('World Leading Professional Network')의 결합이라 자칭, 자평하는 듯 싶다. 민주나 공화 양당 미 대선후보가 정해진 마당에, 큰 영향력을 가진 소셜미디어의 몸값이 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니, 링크드인 입장에서야 타이밍은 나쁘지 않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 색깔로 링크드인이 변해버린다면 유저들도 딴 생각을 할 수 있으니 대표 유임시키며 연착륙을 할 것이다. 워낙 많은 산업영역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인지라 인수 사건과 관련하여 각 영역별로 미칠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많은 기사들이 앞으로 쏟아져 나오리라 본다.

지난 주에는 페이스북(Facebook)이 블리자드(Blizzard)와 협업을 하였다는 기사도 있었다. 페이스북 계정으로 블리자드의 게임에 로그인(log in with Facebook)하는 것이나 페이스북의 방송 기능인 '페이스북 라이브(Facebook Live)'의 API를 제공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는데, 그리 관심을 끌면서 많이 읽힌 기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새로운 게임 오버워치(Overwatch)의 정식 론칭이나 영화 '워크래프트(Warcraft) : 전쟁의 서막' 개봉 등의 일로 바빴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3년쯤 전 블리자드가 아마존과 협업을 하는 것을 기대하며 글을 게재했던 적이 있는데, 일단 이번엔 페이스북과 손을 잡았다.


2.

위 두 개의 뉴스는 얼핏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나, '인공지능'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묶어서 고민해볼 많은 의미와 시사점을 담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의 연료(fuel)를 획득하다'라는 한 문장으로 두 기사의 공통분모를 정리 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의 접근 방식은 무척이나 다르다. 한쪽은 31조원을 들여 사 버리고, 한쪽은 일단 같이 협업하면서 파악할 시간을 가진다. 전세계 국방비 지출 10위권인 우리나라 올해 국방에산이 38조 8000억 정도이고 내년이면 40조원을 돌파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엄청난 인수가격이다.

링크드인이 만들어 낸/낼 데이터들을 토대로, MS의 인공지능 비서 코타나(Cortana)의 성능은 더 개선될 것이고, 아마존(Amazon)의 AWS에 밀렸던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는 좀 더 직접적으로 주 사용층에게 다가가게 될 것이다. 다만 염려할 점도 있다. 이른바 역세권(驛勢圈)의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느라 들락날락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으니 그 지역의 점포에 들러 상품이나 용역을 구할 개연성은 커진다. 지금처럼 우버(uber)가 장소이동의 각 개별욕구를 한계에 이르는 (marginal) 단계까지 충족시켜서 대중교통수단을 재정의하는 역할을 한다면, 아니면 아예 드론(Drone)이 대중교통 수단 자체를 운행(運行)에서 비행(飛行)으로 바꿔버린다면, 역세권 부동산의 가치 산정 기준은 지금의 기준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3.

그래서, 오피스(Office) 등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주 사용층들의 소셜네트워크를 인수하는 일이 과연 핑크빛 전망만 있는 것인지 차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진기를 만드는 회사가 인스타그램(Instagram)을 인수한다면, 과연 어떤 시너지가 있을까.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더 나은 사진기를 만든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글쎄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품은 것은 그 반증(反證)이다. 기계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지를 염려하는 마당에, 직업인들이 주사용자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인수하는 일은 양날의 검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서 기술이 지금보다 발전해 있을 미래에는, 더 많이 몰리거나, 아니면 몰려와서 우글우글 있어봐야 별 뾰족한 수가 없기에 결국 안 몰리거나. 역세권 부동산의 미래 꼴이 되지 않을 무언가에 대하여 해당 기업은 치열히 궁리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페이스북의 블리자드와의 협업도 생각할 부분이 있다. 사람들이 블리자드의 게임장면을 '페이스북 라이브'를 좀 더 널리 알리게 되면서, 좀 더 페이스북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그리고, 아마존(Amazon)이 인수한 게임방송 플랫폼이랄 트위치(Twich)를 경쟁상대로 하여 일전을 펼칠 수도 있다. 진지한 뉴스부터 가벼운 읽을거리까지, 음악부터 게임까지, 콘텐츠 유통의 거대한 플랫폼으로서 페이스북은 훨씬 더 공고해졌다. 온라인에서의 게임이 현실사회를 시뮬레이션 하기에 적합하다는 점은 이미 '오염된 피' 사건에서 잘 알려진 바 있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페이스북의 '트렌딩 토픽' 실험은 좀더 가상의 게임공간을 토대로 세련되게 '덜 공개적으로' 시뮬레이션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분야의 여러 방식을 토대로 이루어질 것이며, 이제 바야흐로 게임을 통해 구체화되고 최적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는 50억 남짓으로 고정된 숫자이지만, 게임 속에서 플레이하는 캐릭터에 담긴 각 에고(ego)는 50억, 100억을 훨씬 상회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행하는 사회학적 연구 실험은 'N=∞(무한대)'가 될지도 모른다.


4.

블리자드의 입장에서도 홍보 수단을 얻는 점 이외에도 추가 이득이 있다. 구글의 나이앤틱(niantic)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던 잉그리스(Ingress)라는 게임을 떠올려 보면 된다. 온라인의 게임 속 가상의 공간을 지배하던 블리자드가 오프라인의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시발점이 된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되게 된다. 블리자드의 다음 게임은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일 수도 있게 되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위치정보를 포함하여, 이 게임의 유저가 어떤 사람인지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말하자면 오프라인으로 강제로 커밍아웃되게 된다는 점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아직 '익명성'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산소같은 유용성이 있기에, 배틀넷에서의 페이스북 로그인이 어떤 장점을 가지게 될지, 그로 인해 블리자드가 잃는 점은 없을지 두고 지켜볼 일이다.

제목에서 적었듯, 인공지능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뉴스들에서 등장하는 인수와 협업으로 인하여,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은 전문직들(Professional)의 동적 데이터를 얻었고, 게이머들(Gamer)의 동적 데이터를 각 얻었다. 국경을 넘어서 문화와 인종을 넘어서, 정보는 신속히 대량으로 취합되는데 비해, 정보를 모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업들은 점점 더 특정 국가의 소수 기업으로 변하게 된다. '정보쇄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프레임은 조금은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문을 걸어잠글 수는 없다. 정보 산업에서의 '사다리 차기'에 대한 대비책은 국가 차원에서, 사회 차원에서, 두 번 세 번 고민해야 할 화두이다. 우리의 어느 기업이 어느 정보를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와 함께 더 구체적이고 엄밀히 활용이나 개방에 대하여 고민되어야 한다. 앞으로 이루어질 시너지가 기대되는 인수와 협업 뉴스다.


# 눈보라가 열대우림을 만났을 때 (김상순, 전자신문, 2013. 8. 25.)
# 사다리 걷어차기 (김상순, 전자신문, 2012. 4. 3.)
# '오염된 피' 사건 - 위키백과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