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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근 감독님께 | 한상균 위원장이 감옥에서 보낸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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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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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그림자들의 섬> 김정근 감독이 수감 중인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 대한, 한 위원장의 답장입니다. 김 감독과 한 위원장의 뜻에 따라 편지 내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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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근 감독님께.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8월 25일 개봉하신다구요. 고맙고 축하 드립니다.
마음은 달려가고 싶은데 어쩔 수 없으니 천상 출소 후에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쌍차' 다큐도 출소해서 보았었지요.
장작연대 때 들르셨던 쌍차지부 사무실에서 소주 한 병 마시면서
2번씩 보다 보니 새벽이 되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요즘 조선뿐만 아니라 맘 편히 일하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노동자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대통령만 자긍심을 가져라,
전쟁의 폐허에서 번영을 일궈낸 대한민국을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다는
낯 부끄러운 자랑질을 보니라고 울화통이 납니다.
흙수저를 물려줘야 하는 부모들은 부끄러워하고,
노동으로 희망을 만들어 갈 수조차 없다는 걸 '헬조선'이라 말하는
청년들은 절망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덥기는 하지만 벌써 8개월이 지나갔습니다.
제대로 싸워서 승리했다면 박근혜 정권이 물러 갔을 텐데
민주노총답게, 노동자계급 대표답게 싸우지 못했기에 분노 대신 무엇을 할 것인가,
없는 지혜들을 짜내고 있습니다.

그림자 종류도 많지 않나요.
제 친구들은 하필이면 하얀 그림자(백영회)일까요.
계급만 있고 혁명만 생각하고 민족만 그리고 있으면
그 현장에 따뜻한 그림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힘든 시간, 외로운 시간, 두려운 시간을 견딜 힘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막아준 따뜻한 그림자가 많았습니다.
신부님, 수녀님, 목사님, 스님 등 성직자님들이 투사가 되어 주셨고,
한진으로 달려간 희망버스가 평택으로, 대한문으로 찾아와 주셨지요.
[의자놀이]란 책 1권은 국회 청문회를 이끌어 내는 결정적 역할을 했었습니다.
송전탑에서 긴긴 겨울 밤을 보낼 때 시인들이 낭송해주신 시 한 편 한 편은
차디찬 바닥에 온돌이 되어 주기도 했었습니다.

이처럼 '문화 연대'는 강력한 투쟁 전술 중 하나입니다.
이곳에서는 들을 수 없지만 "앞발들어"라는 랩은 청년들한테 인기라고 합니다.
늙은 노동자들도 좋아하면 좋겠지요.
젊은 김정근 감독님처럼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는 동지들이 좀 더 많았으면 합니다.

재벌과 정권은 공중파, 보수언론을 총동원해 노동끼리 싸우게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한 편이 되어 노동해방세상을 만들려 하는데
적들은 이이제이로 우리끼리 싸우라 합니다.
법과 질서를 말하면서 노조파괴는 사업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기억하지 않고 되돌아보지 않는 역사는 그 순간 굴종을 상식으로 만들고 말 것입니다.
곽재규, 김주익 열사도 민주노조를 다시 세우길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겁니다.

다시 또 민주노조 깃발을 들어야 할 때
<그림자들의 섬>은 지치고 힘든 모든 노동자들의 심장을 뛰게 할 거라 믿습니다.

모든 그림자들에게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축하 드리며
감독님께도 다시 한 번 축하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투쟁!

2016. 08. 16.
서울구치소에서 한 상 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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