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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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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손잡고'가 26일 오후 서울 시민청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한겨레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어떤 주제의 글로 첫인사를 드리는 것이 좋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며칠을 이은 고민 끝에 제 삶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정치인이 되기 이전에 25년 청춘을 줄곧 노동운동에 몸담아 왔습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파업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10여 년 동안 지명수배 되었고, 만삭의 몸으로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은 얼마나 강한 이념의 소유자였으면 그 고된 삶을 다 감당했느냐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노동운동을 시작한 것은 이념 때문도, 제 개인의 명예나 영달을 위해서도 아니었습니다. '노동'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순간 불온한 사상범으로 낙인찍히고, 산업역군이라는 미명아래, 노동자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부조리한 현실이 저를 노동운동으로 이끌었습니다.

모든 인간은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누구든 노동을 통해서 자아를 실현하고, 자신이 흘린 땀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을 때 행복할 수 있습니다. 저의 노동운동 25년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소박한 바람과 행복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치인으로서 1,700만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대표하는 일에 소명의식과 강한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노동권은 헌법상 기본권이며, 이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임무가 되어야 합니다. 노동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길이자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제가 몸담고 있는 정치권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합니다. 우리의 정치는 '노동'을 말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것을 우리 정치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말합니다.

발전한 산업국가일수록 노동의 중요성은 큽니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수준의 산업국가인 대한민국의 주요 정치지도자들은 노동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신의 통치비전을 약 800여개의 깨알 같은 주제어로 말하면서, 노동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나라 정치지도자들은 어떨까요? 주요 국가의 정상들이 사회, 경제, 민주주의에 대해 말할 때, 노동이라는 단어는 빠뜨리지 않는 중요한 정치 언어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총리도 다 같은 인민"이며 "나는 여러분이 고용한 노동자"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강한 노동조합 없이는 강한 중산층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경제위기 과정에서 희생을 감내한 노동자들이 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변변하게 내다팔 부존자원도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세계 최고수준의 산업국가가 된 데에는 노동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노동과 노동문제에 대해 말하는 데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노동이 이념의 언어라는 편견이야 말로 편견입니다. 노동은 만국공용어이자 세계시민의 언어입니다. 세계와 함께 발걸음을 맞추는 첫 번째 실천은 바로 5월 1일에 제 이름을 되찾아주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는 온 세계가 노동절로 부르고 있는 5월 1일을 아직 '근로자의 날'로 고집하고 있습니다. 저는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는 법안을 19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이제는 노동자들에게 자기 이름을 돌려드려야 합니다.

아울러 노동에 대한 바른 인식은 민주시민 양성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시민의 행복추구를 위해서 노동의 가치를 배워야 합니다. 이미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노동을 정규교육의 일환으로 가르쳐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노동윤리, 노동법, 노사관계, 노동인권 등 민주주의와 경제의 기초를 이루는 노동이 이제는 정규교육으로 다뤄져야 합니다.

강고한 벽을 깨는 균열을 통해 작은 희망을 봅니다.

최근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던, 참으로 반가운 법원의 판결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지난 2월 7일 쌍용차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려 생사를 넘나든 지 1,341일 만의 일이었습니다. 24명의 해고자와 그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모진 세월 후의 일이기는 하지만, 이 판결은 참으로 값진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또 다른 희망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 가해진 47억 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노란봉투' 프로젝트에 가수 이효리 씨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함께해주셨지요? 덕분에 1차 모금이 예상보다 빨리 완료되어 며칠 전 2차 모금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수요일에는 반복되고 있는 기업의 반인권적인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계․종교계․문화예술계․시민사회․정치권 등의 뜻 있는 인사들이 함께 손을 맞잡은 '손잡고'가 출범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정치권의 변화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동참해주십시오.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를 향한 꿈에 모두가 함께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