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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0일에 생각하는 지도자를 뽑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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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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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일. 부끄러움과 슬픔의 숫자다. 헤아림의 끝도 당장 보이질 않고, 할 일은 많다. 세월호의 총체적 "인양"은 결국 새로운 정부의 몫이 되었다.

나는 경제와 노동문제를 따지기 좋아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 지도자를 뽑는 기준은 간단해졌다. 물론 나의 개인적 기준을 말한다.

첫째는,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고가 생기더라고 아이들을 구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인간에 대한 공감과 조직을 움직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둘째는, 먹고 살려고 일하는 사람이 일터에서 죽는 일이 없도록 진력하는 사람이다. 역시 공감과 조직능력의 문제다. 이 둘을 관통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치열하고도 ("공감") 치밀한 ("조직능력") 존중이다.

나의 한 표는 그런 사람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 몇 푼 모아서 후원도 할 작정이다. 앞으로도 경제와 일자리에는 부침이 있겠지만,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은 절대로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세월호는 나라가 시민의 생명을 버린 사건이다.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내가 먼저 나라를 버리고 주저 없이 '국적 없는 떠돌이'를 택하겠다.

이런 간단한 기준 때문에 나는 반기문을 반대한다. 그가 대통령을 꿈꾸고 출마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자유다. 유엔결의안이 그의 출마를 막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단지 한 명의 유권자로서 그가 "세월호의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인물이라 믿지 않는다. 나는 아직 그의 공감능력을 본 적도 없다. 그리고 자신이 공감하거나 일에 반대나 저항을 무릅쓰고도 온몸을 던지는 경우를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몇 개월 후에 팔레스타인에 있는 유엔 학교가 폭격당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은거하고 있다는 이유로 폭격했다. 그 학교는 엄연히 유엔 건물이었고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피난처로 삼고 있었다. 유엔사무총장이 마땅히 누구보다도 앞서 비분강개했어야 했으나, 그는 여전히 성명서를 무미건조하게 읽었다. "outrageous"라는 단어를 읽는 순간에도 그의 목소리는 단정하기만 했다. 물론 이 성명서마저도 미국 국무성 성명서가 나오고 나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늘 그랬듯이, 국무성이 먼저 입장을 정하고 움직이면 유엔이 따랐다. 그의 표면적 "급진성"은 몇몇 국제문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단호함"을 반영한 것이었다. 눈치와 계산, 그리고 이른바 "외교적 대응"만을 내세우면 승승장구한 사람이다. 그는 남을 위해 뜨겁게 울어 본 적이 없는 사내라고 의심한다. 물론 유권자로서의 개인적 소견이자 "편견"이다.

그가 귀국하자마자 팽목항에 간다고 한다. 이 또한 그의 자유이고, 막을 방법은 없다. 그저 그날에는 큰 바람 불고 큰 파도 일며 궂은 진눈깨비가 쏟아져 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바라건대, 그가 팽목항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 최소한의 양심은 보였으면 한다.

벌써 1000일이고, 걸음은 더디고, 갈 길은 멀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