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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과 싸운다고 선무당이 되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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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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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야 할 상대가 무당과 그 패거리라고 해서 우리가 무당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싸우다 보면 상대를 닮아가는 게 세상 일의 아이러니다. 조심할 수밖에 없다.

최순실 관련해서 "카더라"가 넘친다. 이판사판이라 특종을 노리는 언론의 기회주의도 있고, 그간 앞서서 열심히 파헤쳐왔던 "인기 언론인"도 "충격 특종"에 매달린다. 믿거나 말거나인데, 그러다 보면 졸지에 우리도 "선무당"이 된다. 진실 규명이라는 대의에 찬성한다면, 치밀하고 '실증적'으로 따지고 밝혀야 한다. 몇 가지 사실을 얽어서 "그런 거 아냐?"를 반복하면 카타르시스는 될지언정, 진실을 밝히는 데 발목만 잡는다. 또 그러다 보면, 그간 반민주적 언행을 저질렀던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이게 되고, 그들의 얘기를 듣게 된다. 속 시원한 얘기 듣자고, "어두운 우주의 기운"을 다시 불러들이는 꼴이다. 최순실의 인터뷰 사진에 나온 전기콘센트를 보고, 그녀의 행방을 찾아내는, 선이 분명하면서도 탐구적인 '증거우선주의"가 우리의 최선이고 희망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파국론이 무성할까 걱정이었는데, 어제 모 박사께서 실은 글이 그랬다. 정치적 위기가 지속되어 경제에 영향이 없을 수 없으니 잘 살펴야 한다고 하면 될 것을 "국내외 경제기구의 예상과 1980년의 경험을 종합해보면, 2017년 위기 즉 '17년 공황'이 도래할 가능성은 아마도 90% 이상일 것이다. 그래도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냐, 아니면 0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냐, 이것만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본다."라고 단언했다. 별다른 경제적 분석 없이 1980년의 상황을 비유하며 서둘러 결론을 냈다. 플러스 성장도 '공황'으로 본다면 과연 공황의 정의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이렇게 따지자면 이번 사태가 생기기 전에도 내년 2%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으니, 내년은 무조건 공황이다. 게다가 90% 이상이라고 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경제학자가 100%라고 하는 법은 없으니, 90%는 곧 100%다. 경제도 잘 살펴야 한다고만 했으면 좋았을 일을, 너무 밀어붙여서 '선무당'이 되어 버렸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저쪽에서는 "경제위기론"을 내세울 것인데, 그때 무어라고 할 것인지, 지금부터 숙제를 열심히 해두어야 한다.

무당을 상대한다고, 틀린 표현을 막 써도 되는 건 아니다. 무당의 용어를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선무당"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무당이 기업에 "삥을 뜯었다"는 것이다. 기업에 몰려가서 돈을 갈취했으니, 표면상으로는 "삥"이다. 무당의 일을 "세속적" 언사로 표현하면 그렇다. 하지만, "삥을 뜯겼다"는 상황이 되려면, 저쪽에서 경제적 손실(아, 자존심 상한 것은 일단 차치하고)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들여봐도 대기업이 최근 몇 년 동안 전체적인 경제손실은 없다. 그간 무당이 가져다 준 돈이 천문학적이다. 따라서, 기업은 실상 "삥을 뜬긴 척"한 것이다. 정부에 민원사항이 많아서 이런저런 부탁을 해야 할 처지인데, 저쪽에서 "삥"을 뜯는 조폭행세를 하려 하니 장단을 맞춰 준 것이다. '푼돈'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거다. 기왕에 무당의 푸닥거리가 극적으로 성공하도록 도우려면, 피해자 코스프레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했다. 무당 쪽은 "영적인 기쁨"과 "소소한 복채"을 얻었고, 대기업들은 "경제적 합리성"을 실천했다. 실체적 진실은 물론 후자다.

무당의 언사와 논리가 어느새 우리 속으로 들어와 있다. "선무당"을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일이다. 무당과 선무당이 붙으면, 무당이 이기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