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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더 많이 일하게... 휴식 대신 음료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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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현지 편집장

노동음료란 각성과 피로 회복 효과가 있어 일을 '더 오래, 더 많이 하게' 보조하는 음료다. 산업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더 오래, 더 많이 일하게 되었고, 카페인과 당이 들어간 커피 같은 음료들을 일하면서 마시게 되었다. 노동음료가 각광받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일을 하여 정신적·신체적 피로를 느꼈을 때 잠시 일을 멈추고 휴식하거나 내일을 위해 오늘의 일을 정해진 노동시간 후에 멈추어 자연스럽게 회복하는 게 불가능해진 노동중독 사회라는 점을 반영한다. 우리가 얼마나 이런 노동음료에, 노동중독에 젖어 있는지 스스로 환기하고, 자연스러운 휴식을 통한 회복 등 대안을 생각해 보자.

일을 즐겁게 하고 공동체의식을 높여서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 부르는 노래를 '노동요'라고 하듯, 정신을 일깨우는 각성 효과와 피로 회복 효과가 있어 '일을 더 오래, 많이 하게 해 주는' 음료를 요즈음 '노동음료'라고 일컫곤 한다. 의미가 공인된 용어는 아니나 여러 음료 중 각성과 피로 회복을 위해 마시는 음료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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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과 피로 회복

노동음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각성 효과가 있는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 그중에서도 '믹스커피'다. 웬만한 사무실이나 작업장에는 더운 물에 손쉽게 타 먹는 믹스커피가 비치되어 있다. 이런 일반적인 커피보다 카페인 함량이 높은 고카페인음료, 카페인에 당을 첨가한 에너지음료도 노동음료라 할 수 있다. 야간 업무나 장시간 노동으로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질 때 카페인이 머리를 맑게 회복시켜 계속 일하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또 회식이나 거래처 접대 등 술을 마시는 일이 잦은 업종에서는 간기능을 활성화해 알코올을 빨리 분해하고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을 돕는 숙취해소음료도 노동음료라고 일컫기도 한다. 단지 건강을 위해 숙취를 푸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빨리 다시 연이어 술을 마시는 일을 할 수 있게 돕는 음료라는 다소 씁쓸한 의미다. 최근에는 오랜 시간 업무에 매달려 수면 시간이 부족할 때 빨리, 깊이 잠들 수 있도록 돕는 음료도 개발되었는데 이런 숙면보조 음료까지도 다음 날 몸의 상태를 회복하여 다시 능률적으로 일에 복귀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에서 노동음료라 일컫기도 한다.

종교의식 음료에서 인스턴트커피까지

커피는 원산지가 에티오피아이며, 12세기 예멘에서 오늘날과 비슷하게 음료로 마시기 시작했다고 추정된다.

처음에는 이슬람교 예배 의식의 일부로 마셨고 곧 가정과 공공장소에서 즐겨 마시는 음료로 이슬람권 전역으로 퍼졌다. 유럽에는 1600년경 차와 함께 전래되어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에 커피를 판매하는 커피하우스가 생겼다.

음용과 보관이 간편한 인스턴트커피는 1901년 일본계 미국인 과학자 가토 사토리가 발명했다. 이어 1938년 스위스의 다국적 식품기업 네슬레에서 '네스카페'라는 이름의 인스턴트커피를 개발해 대량생산하면서 빠르게 보급되었다. 1965년에는 수분을 함유한 재료를 얼린 다음 압력을 낮춰 얼음을 기화시키는 동결건조법이 개발되면서 인스턴트커피의 맛과 향의 품위가 좋아졌다. 한국에는 6.25전쟁이 끝나고 미군부대에서 값싼 인스턴트커피가 유출 되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되었다고 한다. 1970년 동서식품에서 한국 최초로 인스턴트커피 생산에 성공하면서 대중화되었고 1976년 커피, 설탕, 프림을 표준화하여 낱개 포장한 '커피믹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카페인의 득과 실

커피를 마셔서 잠이 깨고 머리가 맑아지는 건 카페인이라는 성분의 효과다. 카페인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자극, 흥분시켜 졸음이나 피로를 없애 준다. 근육의 수축력을 증가시켜 피로를 줄이고 운동 기능을 높여 준다. 또한 심작박동수를 늘려 주고 신장의 혈관을 확장시켜 노폐물의 여과와 배출을 촉진하며 과음했을 때 숙취를 유발하는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를 촉진하여 숙취를 해소하는 등 여러 가지 이로운 효과가 있다. 그러나 과잉 섭취해서 좋은 성분은 없다.

성인의 카페인 1일 섭취 권고량은 400mg인데, 믹스커피 한 잔에는 40~70mg가량 들어 있다. 카페인은 권고량 내에서 섭취하면 비교적 안전한 물질이지만, 커피나 차와 같은 카페인음료 외에도 초콜릿, 콜라, 진통제, 자양강장제 등 여러 가지 식품·의약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권고량을 초과해 먹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카페인에 의존하면 우선 그 자체의 부작용으로 심계항진, 불안, 하지불안증, 근육통, 심장질환까지 유발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금단증상이다. 안 마시면 더 졸리고 피곤한 듯하여 다시 마시게 되고 빈도와 용량이 점점 늘어날 수 있다. 카페인은 당과 같이 섭취할 때 효과가 더 높아진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믹스커피다. 흔히 에너지음료라고 불리는 음료에도 카페인과 당이 같이 들어 있다. 고카페인음료와 주류를 섞어 마시는 경우도 비슷하다. 효과가 더 빠르고 강할 수 있으므로 부작용에 대해서도 더 주의해야 한다.

노동중독 사회가 카페인 중독을 부른다

1980~1990년대 수험생과 노동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타이밍'이라는 각성제가 있었다. 카페인 함유량이 1정에 50mg, 성인은 1회 2정 복용했다. 최근 인기를 끄는 고카페인음료는 이러한 각성제가 형태를 바꾼 것이다.

음료는 구입하기 쉽고 섭취가 간편하며 흡수도 빠르기 때문에 반복해서 더 많이 마시기 쉽다.

갈수록 노동환경이 악화되고 장시간, 저임금 노동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노동음료들에 의존하여 각성 효과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비정규직,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은 일자리가 늘면서 일을 하나만 해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두세 개의 일을 쉬지 않고 하게 되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길어진다.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있는 학생들도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휴식 시간이 부족해진다. 휴식의 질과 양이 모두 나빠지고 좀 더 빨리 회복하기 위해 점점 더 이런 노동음료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

피로 회복에는 적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건강을 생각해서 개인이 장시간 노동을 피하고 노동음료를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지만, 사회제도와 인프라 등이 변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시설 관리나 보안 등 24시간 근무(날을 완전히 새는 일)를 하는 곳에 '사이잠'을 권고하는데 강제성이 없어 지켜지는 일터가 많지 않다.


참고 - 《커피이야기》, 김성윤 지음, 살림출판사 펴냄, 2004
도움말 - 권종호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



* 이 글은 살림이야기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