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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과 공존을 통한 성숙" | 공동체 이익회사 굿바이 정경섭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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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이익회사 굿바이(Good-Buy) 정경섭 대표

가족 형태가 변하고 있다. 4인 가구는 점점 줄어들고 1인 가구는 해마다 증가한다. 또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마을공동체의 모습도 달라진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함께 사는 공간, 비혼과 독립생활자, 성소수자도 지역과 사회의 주체로 소외되지 않는 온전한 개념의 공동체가 필요한 때다. 1인 가구, 지역 소상공인, 청년, 반려동물이 만나 경쾌한 에너지를 만드는 곳이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다양한 공간들을 만드는 '굿바이'의 정경섭 대표를 만나 보자.

글 김이경 | 사진 정경섭

만남의 공간, 더불어 사는 힘을 키우다

정경섭 씨는 서울 마포구 진보정당 국회의원 후보로 두 차례 선거를 치렀다. 정당 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아래에서 위로 이어지는 일상의 정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삶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공간을 상상했다. 그 와중에 이탈리아와 스웨덴의 '민중의 집'이 떠올랐다. "1층은 맥주집, 2층은 강의실, 3층은 지역 단체와 노동조합, 진보정당이 있는 집". 주간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2001년, 우연히 접한 자료에서 이 문장을 읽은 그는 "갑자기 머릿속에 한 줄기 섬광이 번쩍 스쳤다"고 한다.

누구에게도 문턱이 없는 '민중의 집'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은 7년 뒤인 2008년 11월에 이루어졌다. 이곳은 가족뿐 아니라 비혼자, 1인 생활자, 성소수자, 청년 등 다양한 이들이 함께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공간이다.

"세상에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 '빽'도 자본도 없는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만나는' 거예요."

그는 거대 자본, 질 낮은 일자리, 건강하지 않은 먹을거리가 일상을 장악한 지금, 저항할 유일한 방법은 힘없는 사람들끼리 만나고 서로 힘을 합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공간에 모인 이들은 자연스레 서로의 건강을 걱정했고, 마포의료생협을 만들었다. 그러자 "사람 병원만 협동조합으로 만들 게 아니라 동물병원도 같이 만들자"라는 의견이 나왔다. 준비 끝에 2015년 6월, 사람 조합원 942명과 이들의 반려동물 1천700마리가 주인인 세계 최초 동물병원 협동조합 '우리동물병원 생명사회적협동조합'(우리동생)을 만들었다. 초기 조합원 구성원은 비혼, 1인 가구가 대다수였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조합원도 비혼이 많다.

이들은 병원 2층에 마련된 카페에서 반려동물을 자유롭게 풀어 두고 수다를 떨고 일상을 나눈다. 만남은 돌봄 네트워크로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출장·휴가로 집을 비우게 되는 조합원의 반려동물을 서로 보살피는 관계망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돌봄이 돈이 오가는 영역이었다면 이것을 서로의 노동으로 교환할 수 있게 돌봄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우리동생의 또 하나의 목표이다.

우리동생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동물병원을 넘어 이 시대에 필요한 '돌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정경섭 씨는 우리동생의 의미를 "다른 종과 공존을 통한 성숙"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스스로 자정할 수 없는 사회인 것 같아요. 우리는 약한 생명체를 통해 성숙할 수 있어요. 돌봄의 대상보다는 돌봄의 주체가 조금 더 성숙할 가능성이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종과의 공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동체 이익회사를 만들다

정경섭 씨는 우리동생에 이어 마포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주식회사 '굿바이'를 만들었다. 사업 분야는 반려견을 위한 무항생제 수제 간식과 반려동물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쇼핑몰 펫미, 휴대전화 대리점 피플모바일 운영이다. 굿바이는 스스로를 '공동체 이익회사'라고 이른다. 이윤을 사적으로 배분하지 않고 지역공동체를 위해 사용한다.

2015년 5월에 시작한 굿바이는 설립 첫해 강아지 간식 3종 세트 판매로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무항생제 원료육을 쓰기 때문에 일부 생협에도 공급한다. 피플모바일 이윤 중 일부인 3천만 원 가량을 시민단체, 노동조합, 지역 주민에 환원했다. 자본금 2천만 원, 대표 포함 상근 직원 3명으로 이루어 낸 기적이다. 그는 민중의 집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굿바이의 경영철학은 '능동적 소비'와 '생성의 경제'이다.

"능동적 소비는 소비자가 물건에 대한 이윤을 인지하고, 그 이윤의 배분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기존 소비자들은 물건을 살 때 그 이윤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관심도 없고 통제도 못 하죠. 그런데 이것은 소비자가 직접 알게 하는 방식이에요."

피플모바일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하거나 펫미에서 쇼핑할 때 이윤 가운데 소비자가 원하는 금액만큼 원하는 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생성의 경제'는 돈을 주고받으면서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을 잊은 현재,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작업이다.

"대량생산에 따른 소비를 하면서는, 돈을 주고받으면서 관계가 형성된다는 생각을 아예 안 하게 돼요. 그냥 소비죠. 하지만 소비란 누군가에게 돈을 지불해서 그 사람을 먹여 살리고 나도 필요한 것을 갖는 거잖아요."

생성의 경제와 능동적 소비로 꿈꾸는 지역경제공동체

정경섭 씨는 사회적경제에서 더 확장된 소상공인 중심의 지역공동체를 꾸려 가고 있다.

"민중의 집을 하면서 지역 상인들과 망원동 홈플러스 입점 반대,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 만들어질 예정이었던 주차장 백지화 활동을 했어요. 그러면서 신뢰가 쌓였죠."

지역 활동과 소상공인의 연대는 '마포 공동체 경제네트워크 모아'로 이어졌고 지역화폐도 발행하고 있다. 지역화폐, 공동체경제와 같은 개념을 지역 상인들이 어려워하지는 않을까.

"오히려 시장 상인들이 '저놈의 자본이 문제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해 주세요."

그는 지역에서는 자본주의 문제를 더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그래야 한다고 웃으며 말한다.

"저는 확신이 생겼어요. 지역에서 10년, 20년 활동하면 분명히 무언가 이루어질 거예요."

정경섭 씨가 10년 뒤 그리는 지역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노동자, 전업주부도 한 가지 이상의 경영 모임에 참석하는 지역공동체를 꿈꾼다.

"조직 형태는 협동조합이에요. 스스로 주체가 되어서 운영하고, 그러한 노동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삶으로 사회가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상생활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자본주의 방식이 아닌 협동조합 방식으로 꾸리고, 자신의 일상을 둘러싼 문제와 욕구가 여러 단체의 협업으로 해결되는 지역을 그리고 있습니다."

김이경 님은 한살림운동을 확산하고 지원하는 모심과살림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는 한살림 30돌을 맞아 모심과살림연구소가 우리 사회 곳곳의 혁신과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는 <살림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프로젝트로 진행되었습니다.

모심과살림연구소 www.mosim.or.kr

* 이 글은 살림이야기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