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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먹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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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에서 해조류 채취·공급하는 자연의선물 장동익·임선미 씨

"우리가 만든 먹을거리를 환자, 즉 병이 나아야 하는 사람이 먹는다고 생각하니까 '자연의 선물'을 주고 싶은 거죠. 그런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 있다 보니 나온 말이에요. 또 자연의 선물 매생이, 자연의 선물 꼬시래기... 어떤 것과도 연결되더라고요. 다들 우리 이름이 이쁘다고 해요."

글 이선미(살림이야기 편집부) _ 사진 류관희

환자에게 배운 좋은 먹을거리

내비게이션을 따라 영어조합법인 자연의선물이 입주해 있는 전남 장흥농공단지로 향했다. 잘 닦인 길에 지나다니는 차는 많지 않았는데, 아마 입주가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인 듯했다. 노란색 글씨로 큼지막하게 '자연의선물'이라고 쓰인 초록색 건물 앞에 내리자 임선미 씨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친환경 농공단지를 조성한 건데 운 좋게 들어왔죠. 우리가 이 지역 수산물을 많이 쓰고 또 생협에 공급하고 있으니까 군에서 우리를 많이 자랑해요. 또 장흥에서 해조류를 다양하게 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어요. 시골이라 매생이, 다시마 다 나눠서 하거든요. 우리와 군이 서로 '윈윈'하는 거죠."

자연의선물을 함께 꾸리는 남편 장동익 씨와 아내 임선미 씨는 결혼한 지 4년 된 마흔다섯 동갑내기. 장동익 씨는 조리사 출신으로, 서울 유명 호텔에서 17년 정도 근무하며 식재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떤 식재료에 어떤 성분이 있고 그게 우리 몸 어디에 좋은지를 잘 알죠."

그러다 통합의학센터에서 일하면서 아예 직업을 바꾸게 됐다.

"암 환자분들이 뭘 먹는지 무척 궁금했어요. 아픈 분들은 좋은 것만 먹거든요. 그래서 보니까 90%가 한살림 물품을 먹고 있어서 깜짝 놀랐죠. 정말 좋은 먹을거리더라고요."

평소 식단을 짤 때 해조류를 많이 써 온 장동익 씨는 이때 한살림에 해조류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한살림은 저한테 '환상의 단체'였어요. 이런 데가 없잖아요? 전에는 몰랐는데 환자분들이 가르쳐 준 거죠. 바다에서 나는 것들이 영양가가 많아 우리 몸에 좋으니 아주 괜찮은 물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2008년 광주에서 시작한 자연의선물은 2009년부터 한살림에 해조류를 공급했다. "원래 장사하던 사람이 아니고" 좋은 먹을거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생산자가 됐기 때문에 처음부터 생산량 대부분을 한살림에 냈다. 2014년에는 장흥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부부도 아예 이사를 왔다.

"우리나라 각지에서 생산되는 매생이를 봤더니 장흥 대덕읍 옹암리에서 나는 찰매생이가 가장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 찰매생이를 공급하다 보니 바다로 가고 싶은 겁니다. '내가 왜 도시에 있지? 내가 쓰는 해조류가 나는 지역에 가서 직접 부딪쳐 보자. 나도 한번 어부가 되어 보자'는 생각이 들어 이곳으로 왔어요. 그러면 우리는 더 좋은 물품을 공급할 수 있고, 소비자는 더 믿고 먹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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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매생이, 꼬시래기, 청각. 매생이는 대덕읍 옹암리, 꼬시래기는 회진면, 청각은 완도군 약산면 가래리 앞바다에서 채취한 것을 쓴다.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해조류를 조금조금 하시는데, 제일 좋은 걸 저한테 챙겨 주세요." 장흥은 키조개로도 유명해서 "곧 키조개를 공급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부부는 회진면 앞바다에 2ha 정도의 구역을 임대해서 해조류를 채취한다.

"바다에 가면 어부마다 자기 구역이 있어요. 해마다 제비뽑기로 구역을 바꾸는데, 올해 1번 구역에서 난 게 좋았다고 해서 항상 좋지는 않거든요. 바다는 일정치가 않으니까요. 뻘과 바닷물, 물살의 흐름과 속도 등 자연환경이 맞아 줘야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가서 보는 거고요."

장동익 씨는 "수확할 때면 거기 있는 어부들한테 그냥 수매하는 게 아니라 직접 가서 같이 일한다"고 했다.

"제일 좋은 걸 수매하려면 직접 가야 해요. 내가 그걸 잘 못하면 소비자는 덜 좋은 걸 먹게 되고요. 이 노력은 철저히 하고 있죠."

청정 바다가 아니면 안 돼

생산 과정은 간단하다.

"10월경이 되면 모든 해조류가 바닷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고 나서 2~4월까지 계속 크는 거죠. 봄철에 전량 수확해서 저장해 놓고 1년 내내 공급합니다. 단, 청각은 좀 달라서 크는 데 10개월 정도 걸려요. 날씨 좋은 여름에 채취해서 햇볕에 말린 뒤 저장했다가 김장철에 공급합니다."

장동익 씨는 "정해진 바다 구역에 원초를 놓는 게 전부"라고 말한다.

"해조류는 '양식'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아요. 광어나 전복 양식의 경우 밥을 주지만 해조류는 밥이 없으니까요. 먹이를 안 줬을 때 '자연산'이라고 해요."

단, 바위에 붙은 해조류는 온갖 미생물이 먹어 구멍이 뚫리기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그래서 원초를 밧줄에 끼워서 툭 던져 놓는다.

"인위적으로 투입하는 건 전혀 없고 바다에 그대로 놔두는 거예요."

하지만 아무 바다에서나 다 되는 건 아니다.

"해조류는 환경이 안 좋은 곳에서는 자라나지 않아요. 그래서 어부들이 청정 바다를 찾아 원초를 깔아 놓는 거예요. 거기에 기후 조건이 맞으면 잘 자라죠."

특히 바다 오염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 1순위가 김 양식에 쓰는 염산이에요. 다행히 이 지역은 염산을 사용하지 않는 무산김이 우리나라 최초로 시작됐고, 군청에서 바닷가에 CCTV를 설치해 관리하다 보니 염산을 부을 수가 없죠. 덕분에 우리도 혜택을 보는 거고요."

자연의선물은 현재 꼬시래기, 모자반, 미역줄기, 쇠미역, 쌈다시마 등 염장해조류와 자른미역, 마른청각 등 건해조류 그리고 매생이, 감태 등을 공급한다. 염장해조류를 생산하는 데 드는 소금은 마찬가지로 한살림 생산자인 마하탑에서 만든 천일염을 쓴다.

"소금을 쓰다 보니 가공 기계에 녹이 잘 슬어서 기계화를 못 하고 거의 다 수작업으로 해요. 그러면 인건비가 많이 드니까 우리처럼 세척한 뒤 다시 염장하는 데는 거의 없고, 보통은 바다에서 나온 해조류를 몇십 t씩 그대로 긁어모았다가 염장해서 10㎏ 단위로 팔아 버려요. 그게 돈이 되는 건데, 그런 건 다 수입 소금을 쓰죠."

비용이 많이 드는데도 지금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좋은 음식을 애타게 찾는 사람들의 생명 연장을 돕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돈 많이 벌려면 싼 거 수매하지 비싼 거 안 하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저는 장사꾼이 되는 겁니다. 제 자존심이기도 해요. 그게 무너져 버리면 저는 끝나는 거죠. 한살림 생산자라면 이런 자존심은 갖고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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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한창 청각 작업 중. 일주일 정도 햇볕에 말린 청각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손질해 이물을 제거한다. 나오는 이물은 보통 홍합이나 꼬시래기 등 다른 해조류가 섞여 들어간 것. 이렇게 손질한 청각은 소분해 포장한다. "해조류는 여름이 비수기예요. 사람들은 겨울이 제철이라고 생각하는데, 1년 내내 먹어도 상관없어요."

음식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

장동익 씨가 어떤 것보다 힘든 건 "물품에서 이물이 나왔을 때"이다.

"스트레스 받고 창피하죠. 해조류가 접히거나 하면 선별하고 깨끗하게 씻어도 이물이 나와요. 하나씩 세척해도 그 안에 해양생물이 들어가 있을 때가 있고요. 그런 건 잡기가 어려워요."

그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공급하다 보니 완벽해지려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서 그러다 보니 "항상 '물품 안에 이물이 들어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생산한 물품을 사람들이 먹고 몸이 치유될 걸 생각하면 행복을 느낀다"고.

"겨울에 바다에서 작업하는 것도 힘들고 공장에서 일하는 것도 다 힘들지만 저는 결과만 봐요. '이걸 먹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할까'를 생각하는 거죠."

장동익 씨는 "사람은 뭔가 입으로 들어가면 반응하게 되어 있다"면서 "안 좋은 걸 먹으면 병이 생기고 좋은 걸 먹으면 건강해지는 반응이 바로 오기 때문에 '착한 식품'을 사람들에게 공급한다는 자체가 행복이자 행운"이란다.
앞으로는 이 행복을 좀 더 키워 가고 싶다.

"좀 더 쉽게,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몸에도 좋은 물품을 개발하고자 해요. 우리한테 있는 해조류로 장아찌는 다 만들어 봤는데 그중에 꼬시래기, 매생이 장아찌가 맛있어요. 또 소스를 이용해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도 싶고,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운 해조류 함량 90% 이상 되는 비스킷이나 시리얼 등을 개발해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요."

장동익 씨는 결국 "음식으로 치유하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음식으로 사람을 고치고 싶어요. 그래서 심마니를 따라다니면서 약초 공부도 하고 식품 관련 논문도 많이 찾아봤지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520만 가구, 전체 1천911만 가구의 27.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앞으로 외식과 함께 혼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이 더 많이 늘어날 거라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즉석식품에 들어가는 여러 성분 중에 사람 몸에 좋은 건 없거든요. 사람들이 음식을 좀 더 들여다보고 먹으면 좋겠어요. 분명히 안 좋은 건 안 좋은 건데 언론에서는 좋다면서 광고하고, 정부에서는 그걸 제재하지 못해요. 관련 협회 압력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그런 것에 현혹되면 몸이 망가지고 병이 생기는 거죠. 생산자만 노력할 게 아니라 소비자도 먹을거리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결과물로 나왔는지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임선미 씨의 바람은 뭘까.

"사람들이 해조류를 많이 먹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공급해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맛있고 영양이 좋은데, 몰라서 못 먹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최근 노르웨이 산업시찰단이 방문한 적이 있는데, 꼬시래기로 만든 파스타를 먹고는 엄청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여기서 해조류에 관해 장동익 씨가 알려 주는 간략한 정보.

"꼬시래기는 '바다의 국수'라고도 합니다. 밀가루는 장내 유해균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먹으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그렇다면 천연 면은 없을까' 해서 찾은 게 꼬시래기예요. 식감도 아주 좋죠."

임선미 씨는 "쇠미역으로 삼겹살을 싸 먹으면 정말 맛있다"고 추천한다. 요즘 한창 작업 중인 청각은 "씹는 맛도 좋지만 마늘 향을 중화해 감칠맛을 낸다"는 게 장동익 씨의 말. "그래서 김치에 넣는 거예요. 젓갈에 들어 있는 안 좋은 냄새를 잡아 주거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언지 물었더니 예상외의 답이 돌아왔다.

"한살림은 물품은 좋은데 품목이 적고 한정되어 있다 보니 한 번에 장을 다 볼 수 없는 게 안타깝죠. 매장 규모도 좀 더 커져서 '장보기가 편해' '장보기에 너무 잘되어 있어' '우리 한살림에서 만나자'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 생산자들도 힘이 나거든요. 다른 데는 잘되어 있는 걸 보면 샘나죠. 샘나요. 한살림 일원이니까 그런 거예요."

가장 좋은 것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려는 부부에게서 '야망'이 느껴졌다. 야망의 사전적 뜻은 '크게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는 희망'. 젊은 생산자에게 기대하는 게 커다란 희망이라면 지금, 여기서 그중 하나를 만나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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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선물에서 일하는 사람이 모두 모였다. 다들 지역 주민으로 함께한 지 꽤 됐다. "그래도 제가 손이 제일 빠르죠. 저 못 따라와요. 저 들어가면 다들 엄청 긴장해요." 장동익 씨의 말.